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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시혁 하이브 의장(왼쪽)과 민희진 어도어 대표. 뉴시스, 하이브 제공

대형 연예기획사 하이브와 그 산하 레이블인 어도어 민희진 대표 사이에 불거진 갈등이 격화하고 있다. ‘어도어의 경영권 탈취 시도’와 ‘뉴진스 베끼기’라는 주장이 맞서는 가운데, 새로운 내용이 더해지며 공세 수위가 높아지는 모양새다. 어른들의 경영권 싸움에 애꿎은 아티스트들이 상처받는 상황이 나온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현재까지 하이브 집안싸움은 서로에게 상처만 주고 있다. 이틀간 하이브의 시가총액은 8500억원가량 증발했다. 23일 하이브의 주가는 전일보다 1.18% 하락했다. 전날 7.81%가 하락하며 7500억여원의 시가총액이 증발한 데 이어 이날도 1041억여원이 추가로 사라졌다. 증권가에서는 이번 사태가 주가에 끼칠 영향이 제한적일 것으로 전망하지만, 갈등이 쉽사리 봉합될 상황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


하이브는 민 대표와 어도어 경영진이 하이브를 빠져나갈 계획을 세웠던 문건을 찾아낸 것으로 알려졌다. 하이브가 찾아낸 문건에는 외부에서 투자를 유치하는 방법과 하이브가 소유하고 있는 어도어 지분 80%를 팔도록 할 방안을 모색한 흔적들이 남아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어젠다’라는 제목 아래 작성된 문건에는 외부 투자자를 유치할 1안과 2안이 적시돼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G·P는 어떻게 하면 살 것인가’라고 적힌 대목이 있는데, 하이브는 G를 싱가포르 투자청(GIC), P를 사우디 국부펀드(PIF)로 추정하고 있다.

또 하이브는 전날 민 대표가 ‘경영권 탈취 시도’를 반박하며 낸 입장문에서 ‘뉴진스 베끼기’를 주장한 게 하이브 소유의 어도어 지분을 팔도록 압박하는 방법의 하나일 것으로 보고 있다. 민 대표는 “아일릿은 헤어, 메이크업, 의상, 안무, 사진, 영상, 행사 출연 등 연예 활동의 모든 영역에서 뉴진스를 카피하고 있다. 아일릿은 ‘민희진 풍’ ‘민희진 류’ ‘뉴진스의 아류’ 등으로 평가되고 있다”며 “K팝을 선도하는 기업이라는 하이브가 단기적 이익에 눈이 멀어 성공한 문화 콘텐츠를 아무런 거리낌 없이 카피해 새로움을 보여주기는커녕 진부함을 양산하는 것”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아일릿. 빌리프랩 제공

문제는 민 대표의 이 같은 반박 과정에서 하이브가 제기한 문제 행위들은 전혀 해소되지 않은 채 아일릿만 ‘뉴진스 아류’란 오명을 썼다는 것이다. 민 대표는 입장을 밝히면서 ‘경영권 탈취’ 주장을 “어이없는 언론 플레이”라고만 짚었고, 이번 사태로 인해 5월 컴백을 앞두고 있던 뉴진스만 피해를 입었다고 강조했다. 또 그는 최근 하이브와의 내부 면담 자리에서 “아일릿도 뉴진스를 베끼고, 투어스도 뉴진스를 베꼈고, 라이즈도 뉴진스를 베꼈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어른들 싸움에 애꿎은 아티스트만 상처를 입은 셈이다.

이 같은 민 대표의 발언에 여론은 우호적이지 않은 분위기다. 다른 아티스트에 대한 평가를, 그것도 같은 회사 관계자가 ‘아류’라고 비하한 셈이기 때문이다. 민 대표는 입장문에 “뉴진스 멤버 및 법정대리인들과 충분히 논의한 끝에 공식 입장을 발표한다”며 뉴진스가 자신의 편에 서있다고 주장했다. 아티스트를 소속사 대표가 직접 갈등에 끌어들였다는 비판도 나온다. 아일릿의 데뷔로 “(뉴진스가) 불필요한 논쟁의 소재로 끌려 들어가 팬과 대중에게 걱정과 피로감을 줬다”고 지적했지만, 민 대표 본인이 회사 간의 갈등에 뉴진스를 끌어들인 그림이 된 것이다.

뉴진스. 어도어 제공

가요계에선 민 대표와 방시혁 하이브 의장 사이의 깊은 반목과 소통의 부재가 상황을 여기까지 끌고 왔다고 보는 시각이 많다. 각자 독립된 체제로 운영되는 멀티레이블이라고 해도 하이브란 컨트롤타워가 있는 상황에서, 산하 레이블에서 나온 아티스트의 콘셉트를 데뷔 이후에 지적하는 건 ‘월권’이라는 얘기도 나온다. 임희윤 대중음악평론가는 “민 대표는 한 인터뷰에서 ‘정반합’ 이론을 제시했었다. 이에 따르면 아일릿이 하이브 소속이 아닌 다른 곳에서 나왔더라도 ‘정반합을 완성했다’며 가장 반겨야 할 사람은 민 대표인데, 반대의 이야기를 하는 게 좀 독특하다”고 말했다.

한편 박지원 하이브 CEO는 이날 내부 구성원들에게 사내 메일을 보내 동요하지 말 것을 당부하면서도 “이번 사안은 회사 탈취 기도가 명확하게 드러난 사안이어서 이를 확인하고 바로잡고자 감사를 시작하게 됐다. 지금 문제가 되는 건들은 아일릿의 데뷔 시점과는 무관하게 사전에 기획된 내용이란 점을 파악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도 “하이브는 늘 그래왔던 것처럼 아티스트와 구성원을 지키는데 최우선의 가치를 두고 있다”며 “이번 사안을 잘 마무리 짓고 멀티레이블의 고도화를 위해 어떤 점들을 보완해야 할 것인지, 뉴진스와 아일릿의 성장과 발전을 위해 어떤 것들을 실행해야 하는지도 지속적으로 고민하고 개선하겠다”고 강조했다.

국민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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