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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브-어도어 갈등 심화
민희진 어도어 대표. 어도어 제공
서울 용산에 본사를 둔 국내 최대 가요기획사 ‘하이브’(의장 방시혁)와 하이브 산하의 걸그룹 뉴진스가 소속된 레이블 ‘어도어’(대표 민희진) 사이의 갈등이 격화하고 있다. 하이브는 22일 어도어의 경영권 찬탈을 시도했다고 주장하며 민희진 대표의 사임을 요구하는 한편 감사권을 발동했다. 이에 민 대표는 하이브의 또다른 레이블 빌리프랩에서 기획한 걸그룹 아일릿이 뉴진스의 콘셉트를 표절했다고 항의하자 괘씸죄를 적용해 자신을 찍어내려 한다며 반격했다. 그러자 하이브는 23일 “(경영권 찬탈 시도는) 아일릿과 무관하게 기획된 내용”이라며 다시 민 대표를 압박했다.

박지원 하이브 최고경영자(CEO)는 이날 직원들에게 이메일을 보내 “지금 문제가 되는 건들은 아일릿의 데뷔 시점과는 무관하게 사전에 기획된 내용들이라는 점을 파악하게 됐다”며 “회사 탈취 기도가 명확하게 드러난 사안이어서 이를 확인하고 바로잡고자 감사를 시작하게 됐다”고 밝혔다. 민 대표가 지적한 아일릿 표절과 이번 감사권 발동은 별개의 문제라는 점을 분명히 한 것이다. 하이브는 민 대표 등이 국외 펀드 등을 동원해 하이브가 가진 80%의 어도어 지분 매각을 유도하려는 정황이 담긴 어도어 내부 문건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이 문건 자체만으로는 어도어가 경영권 독립 작업에 착수한 것인지, 가능성만 타진한 것인지 알 수 없다.

엔터테인먼트 업계 전문가들은 하이브와 민 대표가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넌 것으로 보고 있다. 한 가요계 관계자는 “공식 감사가 시작되고 민 대표가 같은 하이브 산하인 아일릿을 저격하는 과정을 보면 이미 갈등 봉합은 힘든 단계로 보인다”며 “법적 대응으로 가는 수순이다. 싸움이 길어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뉴진스. 어도어 제공
방탄소년단(BTS) 신화를 쓴 방시혁 하이브 이사회 의장과 현재 대세인 뉴진스를 키워낸 민 대표의 갈등을 두고 엔터업계에서는 “터질 게 터졌다”는 반응이 주를 이룬다. 갈등의 골이 꽤 오래전부터 깊은 상태였다고 한다. 익명을 요구한 한 가요 기획사 관계자는 “하이브 관계자들이 공공연하게 민 대표 비판을 해왔다. 주로 독단적이라는 평가가 많았고, 방 의장이 민 대표를 컨트롤하지 못한다는 얘기마저 나왔다”고 말했다.

뉴진스를 기획할 때 전권을 위임 받은 민 대표는 실제 다른 레이블 소속의 연습생을 차출해 현재 뉴진스 멤버를 구성했다. 이 과정에서 연습생을 뺏긴 레이블 쪽의 반발이 거셌고, 이런 앙금들이 쌓여 민 대표를 적대시하는 하이브 내 분위기가 커졌다는 게 이 관계자의 증언이다. 김도헌 대중음악평론가는 “평소 민 대표를 알고 있던 업계 사람들이라면 이번 사태가 그렇게 놀랍지 않을 것”이라며 “민 대표는 에고(자아)가 강하다. 기존 대기업의 모회사, 자회사, 관계사 개념으로 협조하는 비즈니스 관계가 적용되지 않았을 것”이라고 짚었다.

민 대표 개인 성향만을 탓할 수는 없다는 의견도 있다. 민 대표가 하이브에 영입될 때 조건이 ‘일체 간섭 받지 않는다’였고, 민 대표는 이 조건에 따라 업무를 수행했을 뿐이라는 것이다. 또 다른 엔터업계 관계자는 “민 대표가 총괄 프로듀서로서 전권을 행사한 뉴진스의 등장과 성장이 케이팝 ‘게임체인저’라는 평가가 나올 정도로 탁월해 방 의장이 손을 댄 다른 걸그룹에 비해 많은 스포트라이트를 받은 것은 사실”이라며 “자신의 성과를 강조하는 민 대표의 성향도 있지만, 모든 공을 민 대표가 가져간다는 내부 인식과 이에 따른 견제도 이번 사태의 원인일 수 있다”고 말했다.

6월 일본 도쿄 도쿄돔에서 열리는 뉴진스 팬미팅 포스터. 어도어 제공
향후 관건은 ‘어른들의 싸움’에 휘말린 당사자 뉴진스다. 일단 박지원 대표가 사내 이메일에서 “뉴진스의 컴백과 성장을 위해 업무에 최선을 다해달라”고 당부한 만큼 당분간 활동은 정상적으로 이어질 전망이다. 뉴진스는 다음달 새 앨범을 내놓으며 컴백하고, 6월에는 일본 도쿄돔 팬미팅도 예정돼 있다.

만약 민 대표가 회사를 떠나는 경우가 발생한다면 어떨까. 김도헌 평론가는 “현재 글로벌 최정상급 인기인 뉴진스이기 때문에 민 대표가 프로듀서를 맡지 않는다고 해도 크게 지장은 없을 것이다. 이수만 프로듀서가 떠났다고 해서 에스엠(SM) 아티스트 인기가 떨어지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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