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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미국 워싱턴DC로 떠나있던 지난 19일 금요일, 기재부 내부망 ‘모피스’에는 전 직원에게 이런 부총리의 쪽지가 전해져 있었습니다.

“귀국하면 우선 우리 부 일·가정 양립을 위한 행동강령(Code of Conduct)을 마무리해 직원들과 조만간 선포식을 가질 예정입니다. 일·가정 양립을 위한 법·제도·인력·예산 다 중요하지만, 디테일 즉 우리의 구체적인 행동이 바뀌지 않았는데 직장 문화가 저절로 바뀔 리는 없기 때문입니다.”

최 부총리는 ‘가정의 날’로 불리는 수요일이나 주말을 앞둔 금요일, 가끔 이렇게 전 직원에게 하고 싶은 말을 쪽지로 남긴다고 합니다. 새벽을 맞은 이역만리(異域萬里)에서도 직원들에게 남기고 싶은 말인 만큼, 저출산 대책은 그에게 요즘 가장 중요한 고민거리인가 봅니다.

지난해 8월 15일 오전 대구 수성대 캠퍼스에서 열린 '제12회 숲유치원·유아숲체험원 전국대회'에 참가한 어린이들이 선생님과 함께 손을 들고 횡단보도를 건너고 있다. 사진은 기사 내용과 직접적인 연관 없음. /뉴스1

그가 ‘우리 부부터 무언가를 바꿔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된 건 지난 3월 기재부 내 ‘워킹맘’들과의 비공개 간담회를 진행한 것이 결정적 계기가 됐단 전언입니다. 이 자리에서 워킹맘인 공무원들은 최 부총리에게 “좋은 제도들이 많이 마련돼 있지만, 눈치가 보여서 쓸 수가 없다”고 토로했다고 합니다.

실제로 기재부 조직제도팀은 최 부총리의 지시에 따라 이 행동강령을 준비 중입니다. 기재부 관계자는 “거창한 제도 개선보다는 직원들의 의견을 허심탄회하게 받아서, 문화를 바꾸기 위한 행동 강령을 마련해 보려고 한다”며 “조만간 발표할 예정”이라고 했습니다.

따라서 행동 강령에는 ‘눈치 보지 않고’ 육아·출산 관련 제도를 활용하게끔 하는 내용들이 주로 담길 것으로 보입니다. 대표적인 예로 공무원 육아시간 제도가 꼽힙니다. 국가공무원 복무규정에 따르면, ‘8세 이하’ 또는 ‘초등학교 2학년 이하 자녀’를 둔 공무원은 엄마·아빠 할 것 없이 하루 최대 2시간씩 단축 근무가 가능합니다. 사용 기간은 최대 36개월(3년)까지입니다.

즉 아이 등원(등교)을 위해 오전 11시에 출근(2시간 늦게 출근)하거나, 하원(하교)을 위해 오후 4시에 퇴근(2시간 일찍 퇴근)하는 것이 가능한 ‘좋은 제도’이지요. 다만 현행은 ‘5세 이하 자녀, 24개월간’이 조건인데, 최근 혜택이 확대된 버전으로 개정돼 오는 5월 20일까지 입법예고 기간을 거쳐 하반기 중 시행을 앞두고 있습니다.

문제는 ‘알면서도 못 쓴다’는 것이지요. 향후 상사로부터 성과 평가를 받을 때 차별을 받는 것 아니냐는 두려움이 있기 때문입니다. 사실 이런 것들은 비단 공무원 사회만의 문제는 아닙니다.

기재부의 일·가정 양립 행동 강령 마련이 정말 힘을 발휘할 수 있을까요. 뭐가 됐든 바로 주변에서부터 이 문제를 되돌아보고 정책을 짜자는 그의 인식만은 희망적으로 평가할 만합니다. 최 부총리의 쪽지 마지막 문단에는 “오늘만큼은 정시에 퇴근해 가족분들과 산책하며 봄기운을 느껴보는 여유를 가지길 바랍니다”라고 쓰여 있었습니다. 이런 날이 모두에게 일상이 되는 일이 머지않아 찾아오길 기대해 봅니다.

조선비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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