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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지인 전화를 받고 가슴이 답답해졌습니다. “아버지가 동네의원에서 간암 진단받았는데, 어떻게 해야 하냐?”는 얘기였습니다. 큰 병원에 가야 하는데, 환자를 받지 않으면 어떡하냐며 막막해했습니다. 갑자기 큰 병이 생겨 진료와 입원이 필요한 환자들에게 갈 곳이 사라졌습니다. 사람들은 그저 “아프지 말아야 한다.”며 불안해합니다. 이른바 ‘빅 5’ 병원은 신규 외래 진료가 크게 줄어 진료받으려면 하염없이 기다려야 합니다. 대학이 내년도 의대 입학정원을 '자율 조정'하라며 정부가 한발 물러섰지만, 의료계는 ‘증원 원점 재검토’를 요구합니다. 대화는 여전히 교착 상태고, 전공의는 복귀 조짐을 보이지 않습니다. 이대로 쭉 진료 공백이 이어질 가능성이 큽니다.

진료지원(PA) 간호사 늘릴 방안 내놨지만

조금이라도 환자 피해를 줄이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전공의 역할을 대신할 진료지원(PA) 간호사를 늘릴 수밖에 없습니다. 일명 'PA 간호사'는 수술 보조, 응급 상황 보조 등 의사가 할 수 있는 의료행위를 하는 간호사를 말합니다. 간호사가 의사 일을 하는 건 현행법상 불법 의료행위일 위험이 큽니다. 하지만 외과 등 전공의 수가 절대적으로 부족한 필수 의료 분야에선 이미 PA 간호사 활용이 일반화됐습니다. 진료지원 간호사가 전공의를 대신해 수술을 돕고 환자 진료를 보조했던 겁니다.

정부는 지난 3월, 사직 전공의들의 공백을 메우기 위해 PA 간호사 활성화 방안을 내놨습니다. 그간 불분명했던 업무 범위를 대폭 확대하고 지침으로 정했습니다. 지침을 보면 응급 상황에서 간호사가 응급 약물을 투여할 수 있고, 전문·전담 간호사는 수술 부위 봉합도 가능합니다. 복지부는 이런 진료 지원행위가 보건의료기본법 제44조에 근거가 있어 ‘불법 의료행위’는 아니라고 강조합니다.

PA 간호사, '불법' 아니라는데 처벌 가능성 있어

하지만 의료 현장에선 지침과 다른 상황이 펼쳐지고 있습니다. PA 간호사 양성이 더딥니다. 진료지원 간호사가 무면허 의료행위로 처벌될 가능성이 남아 있기 때문입니다. 가장 큰 문제는 복지부 지침과 사법부 판단이 다르다는 겁니다. 복지부가 불법이 아니라고 하는 행위가 법정에선 불법으로 판단돼 처벌로 이어지기도 합니다.

최근 판결을 보면 어깨 염증 환자에게 체외충격파 시술한 간호사와 이를 지시한 의사 모두 의료법 위반으로 벌금형을 선고받았습니다.(대법원 2024. 1. 11 선고 2020도285 판결) 복지부 지침에서 ‘근골격계 체외충격파’ 시술은 전담 간호사가 할 수 있는 업무입니다. 응급 상황에서 ‘동맥혈 채취’와 ‘고주파 온열 암 치료’는 전문·전담 간호사의 업무 영역입니다. 하지만 두 시술을 한 PA 간호사 역시 의료법 위반으로 처벌됐습니다.

해결 기미가 보이지 않는 의료공백 속에 환자 피해가 커지고 있습니다. 암에 걸려도, 암이 재발해도 큰 병원에서 진료받으려면 한참 기다려야 합니다. 암 수술은 한 달만 늦어져도 사망률이 20% 이상 올라갑니다. 당장 중환자 진료 공백을 조금이라도 메우려면 PA 간호사의 역할이 필요합니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 지침과 법적 판단이 엇갈리는 일이 반복되면서, PA 간호사 제도 도입이 늦어진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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