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뉴스데스크]
◀ 앵커 ▶

한 70대 여성이 보이스피싱 전화에 속아서 평생 모은 전 재산 5억 원을 잃었습니다.

아들의 암 치료비에 쓸 돈이었는데요.

5백 만원 넘는 돈을 은행에서 현금으로 찾을 때는 보이스피싱 피해를 막기 위해 확인하는 절차가 있지만, 아무런 소용이 없었습니다.

김유나 기자가 단독 취재했습니다.

◀ 리포트 ▶

70대 여성이 누군가에게 돈 봉투를 건네고, 남성은 유유히 현장을 떠납니다.

일당은 검찰을 사칭해 여성에게 전화를 건 뒤 "범죄에 연루됐다"며, "계좌에 있는 모든 돈을 뽑아 넘기라"는 수법으로 5억 4천500만 원을 가로챘습니다.

여성은 평생 아끼며 모은 전 재산을 한순간에 잃었습니다.

아들 암 치료에 쓸 돈도 사라졌습니다.

[피해 여성 (음성변조)]
"처음에 연루됐다 할 때는 심장이 두근거리고 말도 못 해요. 지금은 사는 게 사는 게 아니고 약을 먹는데 잠을 제대로 못 자고 자책과 후회에…"

매년 보이스피싱 피해가 늘자 2년 전 금융감독원은 인출 절차를 강화했습니다.

500만 원 이상 인출 시 공공기관 사칭 전화를 받지는 않았는지 문진을 진행하고, 천만 원 넘는 돈을 인출할 때는 사용 목적을 묻도록 권고했습니다.

하지만 여성이 찾은 농협 3곳 모두 보이스피싱을 걸러내지 못했습니다.

3억 5천만 원 넘는 거액을 인출해준 이곳은 보이스피싱 피해 예방을 위한 문진조차 진행하지 않았습니다.

며칠 뒤면 1천만 원가량의 이자가 더 나올 적금을 해지하면서까지 돈을 찾는데도, 의심스러운 정황이 없어 문진을 생략했다는 겁니다.

[농협 관계자 (음성변조)]
"수표를 요구하면서 부동산 거래 자금이라고 이렇게 말을 했기 때문에, 저희들이 의심할 여지가 전혀 없었기 때문에 문진표는 받지 않았습니다."

나머지 농협은행 2곳은 문진표를 작성했지만 허술하게 뚫려버렸습니다.

문진표에는 여성이 처한 상황처럼 검찰청으로부터 범죄 연루 전화를 받았는지 묻는 항목도 있었는데, 안경 없이는 작은 글씨를 못 읽는 노인에게, 자세한 설명 없이 서명만 받았던 겁니다.

은행 측은 당시, 여러 정황을 고려할 때, 보이스피싱으로 의심될만한 상황이 아니었다는 입장입니다.

[피해 여성 가족 (음성변조)]
"(어머니같이) 눈이 안 좋으신 분들은 농협 측에서는 (문진)했다고는 하지만 실제로 보지도 못하고 그냥 체크를 하게 되고, 어르신들도 봤을 때 확실히 '아 이거 뭔가 당했구나'라는 생각을 가질 수 있게끔 세팅이 돼야지…"

사건 발생 3개월이 지났지만 여성은 단 한 1원도 되찾지 못했습니다.

금융감독원은 이들 농협을 상대로 사고 경위를 조사 중이며, 경찰은 보이스피싱 조직을 쫓고 있습니다.

MBC뉴스 김유나입니다.

영상취재: 이석현/부산

MBC 뉴스는 24시간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 전화 02-784-4000
▷ 이메일 [email protected]
▷ 카카오톡 @mbc제보

MBC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12836 “어린이 위한다면, 달랑 선물 하나 말고 기후를 지켜주세요” 랭크뉴스 2024.05.05
12835 폭우·강풍에 제주공항 항공편 40편 결항…“6일 새벽까지 비정상 운항” 랭크뉴스 2024.05.05
12834 ‘부패와의 전쟁’ 베트남, 전 총리실 장관도 체포 랭크뉴스 2024.05.05
12833 11살 아들 보는데 갓난 딸 암매장…그 엄마 7→3년 감형 왜 랭크뉴스 2024.05.05
12832 홍준표 "시정잡배 수준" VS 의협 회장 "성범죄 가담"… 연일 원색적 비난 랭크뉴스 2024.05.05
12831 시진핑, 5년 만에 유럽 순방… 첫 방문지는 프랑스 랭크뉴스 2024.05.05
12830 양산 공원주차장서 신원 미상 여성 불에 타 숨진 채 발견 랭크뉴스 2024.05.05
12829 “총학 안 해” 회장 당선자가 ‘셀프 당선 무효’ 왜?…초라한 학생 자치 랭크뉴스 2024.05.05
12828 尹대통령 “어린이 만나는 일 항상 설레”…청와대로 360명 초청 랭크뉴스 2024.05.05
12827 뮤비로 北 주민 홀리는 김정은, 백두혈통의 힘겨운 홀로서기[문지방] 랭크뉴스 2024.05.05
12826 제주도 기상악화로 항공기 운항 차질…결항 속출 랭크뉴스 2024.05.05
12825 “윤석열 정부 노동·일자리 정책, 몇 점?”···직장인들에게 물어보니 랭크뉴스 2024.05.05
12824 하마스 대표단 카이로 도착···‘휴전 돌파구’ 찾을까 랭크뉴스 2024.05.05
12823 늙으면 왜, 커피를 멀리해야 할까? 랭크뉴스 2024.05.05
12822 ‘모발 기부’ 8살 리원이…간이식 수술로 선물받은 ‘새삶’ 랭크뉴스 2024.05.05
12821 尹대통령, 어린이날 맞아 청와대로 어린이 초청… 체험활동도 함께 랭크뉴스 2024.05.05
12820 제주공항 급변풍 등 기상악화로 항공편 40편 결항 랭크뉴스 2024.05.05
12819 부산 평화의 소녀상 ‘봉지 테러’…시민단체 “경비 강화 요청” 랭크뉴스 2024.05.05
12818 “저출산 맞냐?” 키즈카페 직원, 아이들 얼굴 올리며 ‘막말’ 랭크뉴스 2024.05.05
12817 주차 차량 3대 들이받고 도주…음주운전 40대 입건 랭크뉴스 2024.05.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