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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 이미지. 경향신문 자료사진


윤석열 대통령 명예훼손 사건을 수사하는 검찰이 해당 사건의 참고인 신분인 뉴스타파 기자들을 법정에서 증인신문 한 것을 두고 논란이 일고 있다. 검찰은 참고인들이 조사에 불응해 ‘공판 전 증인신문’ 절차를 진행할 수밖에 없었다는 입장이지만 법조계에서는 피고인의 방어권을 해칠 수 있고 참고인 조사를 강제하는 수단으로 악용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검찰은 오는 5월에도 다른 참고인에 대한 증인신문을 예정해 논란은 커질 것으로 보인다.

지난 19일 서울서부지법에서는 뉴스타파 편집기자와 촬영기자 2명에 대한 ‘공판 전 증인신문’이 진행됐다. 이날 증인으로 선 기자들은 대선 직전인 2022년 3월6일 대검찰청 중앙수사부의 부산저축은행 부실수사 의혹에 대한 김만배씨 인터뷰 보도물을 편집·촬영한 당사자로, 모두 참고인 신분이다. 형사소송법 221조는 수사에 필요한 경우 피의자가 아닌 사람에게 출석을 요구해 진술을 들을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지만 실제 참고인들을 상대로 이 제도를 활용한 경우는 흔치 않다.

증인신문에서는 검찰이 수사 과정에서 확보한 자료를 어디까지 공개할지가 쟁점이었다. 검찰은 “통상 참고인을 불러 조사할 때 압수물 내용을 제시한다”며 이번 증인신문에서도 그에 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뉴스타파 측은 증인신문이 검찰 조사실이 아닌 법정에서 이뤄지는 만큼 피고인의 동의 여부를 묻지 않은 자료를 무분별하게 제시해서는 안 된다고 반박했다. 기소 이후 재판에선 검찰의 자료를 유죄 증거로 사용하려면 증거능력을 엄격히 따져서 하지만 이번 증인신문은 기소 이전이기 때문에 이런 문제가 발생한 것이다. 결국 검찰이 뉴스타파 측 동의 여부를 확인한 뒤 낭독하는 식으로 신문이 이뤄졌다.

증인신문을 주관한 재판장은 “증거조사가 안 된 모든 증거가 현출되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며 검찰의 신문을 일부 제지하기도 했다. 재판장은 “나중에 (관련 사건이 기소될 경우) 해당 사건을 심리하는 재판장이 공판조서를 읽고 예단을 가질 수 있다”고도 했다. 이번 증인신문 내용이 추후 본 재판에서 증거로 제출될 가능성이 큰데, 법원의 공판조서는 검찰의 피의자 신문조서와 달리 곧바로 증거능력이 인정되기 때문이다.

이번 증인신문이 제도 취지에 어긋난다는 지적도 나온다. 헌법재판소는 공판 전 증인신문 제도 취지에 대해 ‘제3자의 진술이 범죄 증명에 유력한 증거로써 수사에 없어서는 안 되는데도 불구하고 출석에 불응할 때, 그 진술을 확보하기 위한 것’이라고 규정한 바 있다. 그러나 검찰은 이번 증인신문에서 증인(참고인)들이 알지 못하는 메시지 내용을 제시하는 등 결과적으로 유의미한 증인신문을 하지 못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결과적으로 이 같은 내용이 공개돼 언론에 그대로 보도되면서 피의사실 공표 효과만 낳았다는 것이다.

해당 제도의 위헌 소지 논란도 있다. 헌재는 1996년 공판 전 증인신문 절차를 명시한 형사소송법 221조의2에 대해 위헌 결정을 하면서 “판단기관인 법관은 되도록 공판기일 이전의 수사단계에서는 국민의 기본권을 보장하거나 기타 불가피한 사정이 없는 한 관여하지 않아야 한다”며 “(해당 조항은) 법관의 공정한 자유심증을 방해한다”고 밝혔다. 헌재는 이 절차를 활용하는 검찰에 대해서도 “뚜렷한 물증이 없는 상황에서 관련자의 진술만으로 피의자를 기소할 때 이 절차를 활용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한상희 건국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22일 통화에서 “헌재의 결정에 따라 형사소송법 221조 일부가 개정됐지만 여전히 위헌 여지가 남아있다”며 “이런 상황에서 법원이 너무 쉽게 공판 전 증인신문 절차를 허용한 것도 문제이고, 검찰이 참고인들과 무관한 질문을 하면서 당사자들을 압박하는 것도 문제”라고 말했다.

해당 절차가 참고인 조사를 강제하는 수단으로 악용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왔다. 한 교수는 “이번 증인신문 절차는 증인신문의 필요성과 뉴스타파 측의 방어권 중 어느 것도 충족하지 못했다”며 “검찰이 원하는 진술을 유도하기 위한 절차로 악용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한 법조계 관계자도 “형사소송법에 따른 절차이긴 하지만 입건도 되지 않은 참고인을 법정에 불러 피고인에 준하는 신문을 하는 것이 입법 취지에 부합하는 행위인지는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경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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