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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 노원구 백사마을에서 한 주민이 자전거를 끌고 오르막길을 걷고 있다. 중앙포토
서울의 마지막 달동네라 불리는 ‘백사마을’ 주거지 보전 사업이 12년 만에 철회 절차를 밟고 있다. 서울시가 달동네 지형과 골목길을 그대로 살려 단독주택 형태의 임대주택 단지를 지으려고 했지만, 3.3㎡당 1500만원에 달하는 건축비 부담에 결국 아파트 건설로 사업 변경을 추진하고 있다.

22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서울시와 사업시행자인 SH공사는 노원구 중계동 백사마을을 최고 층수 35층, 3043가구 규모의 아파트 단지로 통개발하는 정비계획변경안을 추진하고 있다. 지난달 최고 20층 규모의 아파트(분양가구) 1953가구, 주거지 보전사업구역인 임대주택 단지 484가구를 짓는 관리처분계획인가가 났지만, 변경안을 마련해 시의 통합심의를 거쳐 올해 안에 정비계획변경 결정 고시를 하겠다는 방침이다.



백사마을, 국내 최초 주거지보전사업으로 재개발
백사마을은 국내 최초의 주거지보전사업으로 추진됐다. 분양 물량은 아파트로 짓되, 임대주택 사업지(전체 대지의 28%)는 옛 동네의 골목길과 자연지형, 주거ㆍ문화의 모습을 남긴 채 재개발하는 것이 목표였다. 2011년 오세훈 서울시장 재임 시절 서울시에서 “백사마을은 근대생활사 박물관이며 몽땅 밀어버리는 재개발 방식은 지양하자”며 제안했다. 서울시는 이듬해 임대주택 단지를 저층 주거지 보전구역으로 지정했다.
서울시가 당초 계획한 백사마을 주거지보전 리모델링안. [ 서울시 제공 ]
백사마을주거지보전사업 신축안. [사진 참여 건축가]
처음에는 기존 주택을 리모델링할 계획이었지만, 붕괴 위험이 있는 집이 많았다. 결국 박원순 시장 재임 당시에 주거지보전사업은 신축으로 방향을 틀었다. 건축가 10명이 2014년부터 설계를 맡아 기존 경사지와 기존 집터를 살려 최고 4층 규모 주택 136채(484가구)를 디자인했다. 이웃과 공유하며 살았던 공간 구조를 본떠 마을공부방ㆍ공유주방ㆍ게스트룸 등 부대 복리시설 118곳도 계획했다.



임대주택 공사비가 3.3㎡당 1500만원
하지만 공사비가 문제였다. 경사지를 살려 단독주택을 짓자니, 임대주택 공사비가 3.3㎡당 약 1500만원에 달했다. 아파트형 임대주택 건축비 (3.3㎡당 400만원)의 4배 수준이다. 서울시가 임대주택 484가구를 매입하려면 3623억원이 든다. 한 가구당 7억5000만원 꼴이다. 건설업계 한 관계자는 “시가 조례까지 개정해 주거지보전사업의 임대주택을 매입할 때 표준 건축비가 아니라 사업시행자와 협의해 건축비를 정할 수 있도록 방침까지 바꿨지만 역부족이었다”고 전했다.
백사마을 옛 조감도. 뒤는 분양 아파트, 앞쪽은 임대용인 주거지보전구역이다. [사진 서울시]

백사마을 정비계획 변경안. 최고 높이 35층의 아파트 3043가구로 계획하고 있다. [사진 SH공사]
결국 지난해 사업 타당성 조사와 행정안전부 중앙투자심사 결과 재검토 결정이 났다. 전부 철거한 뒤 획일적으로 짓는 아파트 외의 재개발 방식, 더 나은 임대주택 건립을 고민하며 12년간 사업을 끌어왔지만 결국 값비싼 보전 비용의 벽을 넘지 못했다. 황진숙 주민대표회의 위원장은 “주거지보전사업 탓에 전체 사업만 계속 늦어졌다”며 “타당성 조사 결과 이후에도 서울시가 공식적으로 주거지보전사업에 대한 견해를 밝히지 않고 있어서 일단 임대주택도 아파트로 짓는 정비계획변경안을 구청에 입안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건축업계에서는 서울시가 주거지보전사업의 철회를 공식화하지 못하는 이유로 12년간 들인 사업비와 건축가들과 계약문제 등을 꼽는다. 업계에 따르면 SH공사는 최근 서울시에 주거지보전사업 관련 방침을 정해달라는 내용의 공문을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주거지보존사업을 맡은 10명의 건축가와 계약 문제 등을 해결하기 위해서다.

건축업계 관계자는 “지금까지 주거지보전사업을 위해 기본설계부터 타당성 조사 등까지 쓴 비용이 100억원 이상일 것”이라며 “시가 강력한 의지를 갖고 추진한 만큼 계획을 명확히 밝히고 책임지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서울시 관계자는 “정비계획 변경안이 접수되면 사업시행자가 최대한 빨리 추진할 수 있는 방향으로 지원할 것”이라고 말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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