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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접 만들었더니 재료비 10만원
업계 “정교한 작업엔 한달 걸려”

인천 미추홀구에 사는 전모(29)씨는 지난 1월 16살 반려견인 ‘쌈바’를 떠나보냈다. 지난해 12월 31일 폐암 판정을 받은 쌈바는 7일 만에 갑자기 세상을 떠났다. 쌈바를 추억할 방법을 찾던 전씨는 ‘양모펠트 인형’에 대해 알게 됐다. 양모펠트는 부드러운 양털을 전용 바늘로 여러 번 찔러 뭉쳐가며 여러 모양을 만드는 공예다.

그러나 전씨는 양모펠트 가격대를 듣고 주문을 포기했다. 생전 반려동물과 외형을 똑같이 만들어주기로 소문난 곳들은 최소 70만원부터 가격 흥정을 시작했고, 비싼 곳은 200만원 가까이 요구했다. 전씨는 22일 “어느 정도 선까지는 지불할 의향이 있었지만 200만원에 가까운 가격을 보니 반려동물을 떠나보낸 이들을 상대로 폭리를 취한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최근 반려동물을 떠나보낸 이들 사이에서 반려동물과 똑같이 생긴 양모펠트 인형 제작이 인기를 끌고 있다. 하지만 지나치게 비싼 가격을 요구하는 업체가 많아 소비자들의 원성이 나온다.

반려동물 양모펠트 공예는 보통 SNS를 통해 주문제작을 받는다. 공예업체 3곳에 가격대를 문의하니 20㎝ 크기의 고정된 자세는 70만원대, 35㎝ 크기의 관절까지 움직이는 양모펠트 인형은 약 200만원대라는 답이 돌아왔다.

가격 부담에 일부 주인은 직접 양모펠트 공예에 나서기도 한다. 강원 원주시에 사는 박모(28)씨는 지난 3월 반려견 ‘몽이’를 떠나보냈다. 상실감을 겪던 박씨는 실물 크기의 양모펠트 인형 제작을 알아봤다.

박씨는 “업체 측에서 70만원대를 요구했고, 가격이 부담돼 차라리 직접 만들기로 했다”고 말했다. 박씨는 약 한 달 동안 유튜브 등을 참고해 몽이(왼쪽 사진)와 똑같이 생긴 양모펠트 인형(오른쪽)을 만들었다. 재료비로 약 10만원이 들었다.

업계 관계자들은 가격대가 높게 형성될 수밖에 없다고 설명한다. 대한반려동물공예협회 관계자는 “가격대가 200만원까지 올라가는 경우에는 정말 똑같은 생김새로 제작을 한다”며 “제작하는 데 한 달 정도 걸리기도 하고, 공예가들 사이에서는 막노동 작업이라고 부를 만큼 목과 허리 통증이 심하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반려동물에 대한 애정을 빌미로 일부 업체가 지나치게 높은 이익을 취하는 건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반려동물을 떠나보내고 심리적·정서적으로 취약해진 이들의 감정을 이용해 고가의 물건을 파는 모습이 건강한 거래 관계로 보이지는 않는다”고 지적했다.

국민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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