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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약 투약과 수면제 대리 처방 혐의로 구속기소 된 전 프로야구 선수 오재원(39)이 선수 시절 소속팀 후배들에게 수면제 대리 처방을 강요한 사실이 밝혀졌다.

마약 투약 혐의로 체포된 전직 프로야구 선수 오재원이 지난달 29일 오전 서울 강남경찰서에서 서울중앙지검으로 송치되고 있다. 뉴스1

오재원의 전 소속 구단 두산 베어스는 22일 "구단 자체 조사를 통해 소속 선수 8명이 과거 오재원에게 수면제 대리 처방을 받아준 사실을 확인했다"며 "이 사실을 곧바로 KBO 클린 베이스볼센터에 자진 신고했다. 선수들은 현재 경찰 수사에 성실하게 임하고 있다"고 밝혔다.

오재원은 지난 17일 마약류 관리법 위반(향정)과 특정범죄가중처벌법 위반(보복 협박), 특수재물손괴, 사기 등의 혐의로 서울중앙지검에 구속기소 됐다. 이 과정에서 그가 후배 야구선수들을 수면제 대리 처방에 동원했을 가능성이 제기돼 야구계가 발칵 뒤집혔다.

두산은 "해당 건을 인지한 뒤 즉각 선수단 전원을 대상으로 내부 조사를 진행했다. 그 결과 8명의 선수로부터 '대리 처방을 해준 적 있다'는 답변을 들었다"고 전했다. 타 구단 관계자도 "일단 두산에 몸담았던 선수들을 상대로 1차 조사를 진행한 뒤 만전을 기하기 위해 오재원과 접점이 없는 다른 선수들까지 전수 조사했다. 다행히 대리 처방에 가담한 선수는 나오지 않았다"고 했다.

두산 선수 8명이 오재원의 수면제 대리 처방 요구를 거절하지 못한 배경에는 폭행과 폭언으로 인한 두려움이 크게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오재원은 2021년부터 후배들에게 모바일 메신저로 끊임없이 대리 처방을 강요하면서 "(수면제를 받아오지 않으면) 칼로 찌르겠다" "팔을 지져 버리겠다" 등의 협박도 서슴지 않았던 것으로 전해졌다.

자진 신고한 8명 중 A 선수는 한 방송사와의 인터뷰에서 "(오재원은) 팀에서 입지가 넓은 선배님이고 코치님들도 함부로 못 하는 선수였다. 괜히 밉보였다가 내 선수 생활에 타격이 올까 봐 걱정했다"며 "처음에 거절하니 따로 불려 나가 정강이를 두세 번 맞았다. 뺨을 툭툭 치면서 '잘하자'는 얘기도 하셨다"고 털어놨다.

A 선수는 또 "이 사실을 절대 아무에게도 말하지 말라고 했다. 괜히 말했다가 (오재원 선배) 귀에 잘못 들어가면 피해는 나만 보니까 굳이 말하지 않았다"며 "나는 나만 이렇게 (대리 처방을) 해주고 있는 줄 알았다"고 덧붙였다.

KBO는 일단 해당 사안을 신중하게 지켜보겠다는 입장이다. KBO 관계자는 "두산 구단의 조사와 경찰의 수사를 지켜본 뒤 대응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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