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 김민아 경향신문 칼럼니스트

지난해 12월 11일 네덜란드 국빈방문 길에 오른 윤석열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가 경기 성남 서울공항에서 출국 인사를 하고 있다. 대통령실사진기자단


대통령실 홈페이지 ‘뉴스룸’ 메뉴에 가면 ‘사진뉴스’ 항목이 나온다. 김건희 여사 사진은 지난해 12월 12일 ‘암스테르담 동물보호재단 방문’이 마지막이다. 넉 달 넘게 두문불출했기 때문이다. 김 여사는 총선 사전투표도 윤석열 대통령과 따로, 비공개로 했다. 4·10 총선에 미칠 ‘김건희 리스크’를 축소하려는 대통령실의 노력은 눈물겨웠다.

총선이 끝나자 사정이 달라졌다. 김 여사는 화려하게 부활하고 있다. 곳곳에서 존재감이 드러난다.

지난 17일 새벽 TV조선과 YTN이 잇따라 ‘박영선 국무총리·양정철 비서실장 유력 검토’ 설을 쏘아올렸다. 대통령실은 언론 공지를 통해 “검토된 바 없다”고 밝혔다. 공직 인사를 두고 애드벌룬을 띄우다가 여론 봐가며 접는 일이야 흔하다.

문제는 그 다음부터다. ‘공식’ 라인이 ‘공식’ 부인했음에도 대통령실 일부 관계자들이 ‘검토한 건 사실’이라고 거듭 확인했다. 인사·홍보 담당 라인에 있지도 않은 이들이다. ‘비선’ 개입 의혹이 불거질 수밖에 없다.

박영선 전 장관은 MBC 기자 시절부터 김 여사와 알고 지냈으며 ‘비공식 라인’ 관계자들은 김 여사와 가깝거나 인연이 있다고 한다. 상상하기 어려운 공직기강 문란 사태가 벌어졌는데도, 인사조치는 없었다.

윤 대통령은 대선공약으로 폐지했던 민정수석실을 법률수석실(가칭)로 바꿔 부활시키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민심을 청취하는 조직이 필요해서라고 한다. 실제 이유가 그렇다면, 폐지하기로 한 시민사회수석실을 없애지 말고 개편하면 될 일이다.

총선 전 거론조차 없던 법률수석을 총선 후 신설하겠다는 건 여소야대 정국을 의식한 ‘방어용’으로 비친다. 윤 대통령 본인과 관련된 ‘해병대 채 상병 특검’, 김 여사와 관련된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디올 백 의혹 특검’이 현실화할 경우에 대비하려는 것 같다. 정작 시급한 특별감찰관·제2부속실 설치는 뒷전으로 미룬 채 세금으로 ‘용산 로펌’을 운영하겠다는 건가.

김 여사에게 디올 백을 전달한 최재영 목사가 스토킹처벌법 위반 혐의로 추가 입건됐다. 스토킹 혐의가 인정되려면 피해자가 불안과 공포감을 느껴야 한다. 김 여사 조사가 필요한 이유다. 조지호 서울경찰청장은 “필요하면 (조사)할 수도 있고 안 할 수도 있다. 현 단계에서 판단하기는 성급하다”고 말했다. 법 집행에는 공정·균형·형평이 요구된다. 범죄 성립 가능성이 없다고 판단되면 입건하지 말아야 한다. 일단 피고발인을 입건했으면 피해자 조사도 해야 옳다.

총선 이후 검찰 안팎에선 송경호 서울중앙지검장 교체 여부가 초미의 관심사로 부상하고 있다.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 수사를 지휘하는 송 지검장이 올해 초 김 여사를 소환조사하려다 대통령실과 갈등을 빚었다는 설이 파다한 터다. 대한민국 국민 중 불소추 특권을 갖는 이는 단 한 명, 현직 대통령 뿐이다. 윤 대통령은 헌법에 없는 특권을 배우자에게 선물하려 한다.

윤석열 대통령이 22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홍철호 신임 정무수석을 직접 소개하고 있다. 대통령실사진기자단


“최근 윤 대통령이 관저에 머무는 시간이 늘어나며 ‘관저 정치’라는 말까지 등장했다”(중앙일보). 딱 한 줄이지만, 함의가 작지 않다. 비선 의혹, 관저 정치…. 전직 대통령 박근혜씨의 임기 말, 이런 표현이 언론에 자주 오르내렸다. 윤 대통령은 박근혜씨를 수사해 탄핵으로 이끈 국정농단 특검팀의 주역이었다. 이런 말들의 무서움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을 터다.

클라우스 요하니스 루마니아 대통령이 22일 공식 방한 일정을 시작했다. 요하니스 대통령은 배우자 카르멘-제오르제타 여사와 함께 입국했다. 김 여사도 정상외교 관례에 따라 공개 석상에 나설 가능성이 크다. 공식 활동 복귀의 신호탄이 될 것이다.

이제는 윤 대통령이 김 여사 문제를 정면으로 응시할 시점이다. 윤 대통령은 남은 임기 3년간 국민의힘 108석으로 사랑하는 아내를 보호할 수 있다고 여길지 모른다. 오산이다. 22대 총선은 끝났고 23대 총선은 윤 대통령 퇴임 후 치러진다. 국정수행 지지율도 취임 후 최저인 23%(한국갤럽)까지 떨어진 터다.

윤 대통령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영수회담을 앞두고 있다. 민주공화국의 미래를 위해 중요한 전기가 될 수 있는 회담이다. ‘아내 일로 국민에게 심려를 끼쳐 송구하다. 법과 원칙에 따라 조사·수사를 받도록 하겠다’는 천명이 필요하다. 그 한마디야말로 총선 민의를 겸허하게 받아들인다는 증표가 될 것이다. 국민은 ‘김 여사의, 김 여사에 의한, 김 여사를 위한’ 권력 사유화를 용납하지 않는다.

김민아 경향신문 칼럼니스트

경향신문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12954 “어린이날, 아동 성착취물 패널” 신고···경찰, 킨텍스 전시 수사 중 랭크뉴스 2024.05.05
12953 마돈나 등장하자 160만명 몰린 브라질 해변… 당국 “53억원 투자” 랭크뉴스 2024.05.05
12952 아이가 실수로 깨트린 2000만원 도자기, 쿨하게 넘어간 중국 박물관 랭크뉴스 2024.05.05
12951 ‘병원 데려가달랬더니’ LA 경찰 총에 한인남성 사망 랭크뉴스 2024.05.05
12950 민주당 “운영위도 갖겠다” 尹 정조준… 원 구성 협상 먹구름 랭크뉴스 2024.05.05
12949 소리 없이 물밑에서 떠오른 우크라이나의 ‘비밀 병기’ 랭크뉴스 2024.05.05
12948 "내 남편이랑 바람폈지?" 난동 부리던 50대…결국 테이저건 맞고서야 검거 랭크뉴스 2024.05.05
12947 최상목 “경제협력기금·아시아개발은행 협조융자, 3배 늘리기로” 랭크뉴스 2024.05.05
12946 ‘어게인 트럼프?’...각종 여론조사에서 바이든에 우위 랭크뉴스 2024.05.05
12945 [속보] 네타냐후 "전투 중단할 수 있지만 종전 요구 수용못해" 랭크뉴스 2024.05.05
12944 [책&생각] 손웅정 책, 40대 여성들이 관심 많다? 랭크뉴스 2024.05.05
12943 이철규 "당초부터 원내대표 선거 출마 의사 없었다" 랭크뉴스 2024.05.05
12942 정부, '증원 결정' 회의록 제출하기로‥의료현안협의체 회의록은 없어 랭크뉴스 2024.05.05
12941 조국 "2030년 엑스포 부산 유치 실패도 국정조사로 따지자" 랭크뉴스 2024.05.05
12940 ‘남편 외도 의심’ 흉기 난동 부린 50대 테이저건 맞고 검거 랭크뉴스 2024.05.05
12939 아이유는 기부 여신…어린이날 또 1억, 지금까지 총 50억 랭크뉴스 2024.05.05
12938 박정희가 죽고서야 아버지도 눈을 감았다 [책&생각] 랭크뉴스 2024.05.05
12937 제주에 강한 비바람…‘황금 연휴’ 항공편 결항 속출 랭크뉴스 2024.05.05
12936 [단독] 김건희 전담팀 '무늬만 형사1부'…특수부 검사 셋 추가 투입 랭크뉴스 2024.05.05
12935 홍준표, 의협회장 ‘돼지발정제’ 거론에 “수준 의심 되는 시정 잡배” 랭크뉴스 2024.05.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