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호암상 수상자 故선우경식 원장 전기에서 소개
이재용(가운데) 삼성전자 회장(당시 상무)이 2003년 6월 서울 영등포 요셉의원을 방문한 자리에서 고 선우경식(오른쪽) 원장의 안내를 받아 목욕실·세탁실·이발실을 둘러보고 있다. 위즈덤하우스 제공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쪽방촌의 극빈 환자를 치료하는 병원에 20년 넘게 남몰래 후원을 이어온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 이 회장의 선행이 '쪽방촌의 성자'로 불린 선우경식(1945~2008) 요셉의원 설립자의 삶을 정리한 신간 '의사 선우경식'(위즈덤하우스)에 소개되면서다.
1987년 문을 연 요셉의원은 순수 민간 후원으로 운영되는 노숙인 자선의료기관
이다.

이 회장과 선우 전 원장의 인연은 '쪽방촌 실상에 눈물을 삼킨 삼성전자 이재용 상무' 부분에 나와 있다. 2001년 귀국해 삼성전자 경영기획실에서 경영 수업을 받던 이재용 회장은 2003년 상무로 승진했다. 선우 원장은 같은 해 13회 호암상 사회봉사상을 받았고 이후 이 회장이 요셉의원을 후원할 생각이 있어 방문하고 싶다는 전화를 받았다.

6월 27일 이 회장은 선우 원장의 안내로 병원 구석구석을 둘러봤다. 주방과 목욕실, 세탁실, 이발실을 살피며 병원 안에 이런 시설이 있다는 걸 신기한 눈으로 바라봤다고 한다.
선우 원장이 "쪽방촌이라는 데를 가보셨습니까?"라고 물었다. 이 회장은 "제가 사회 경험이 많지 않고 회사에 주로 있다 보니 가보지 못했습니다"라고 했고
선우 원장을 따라 요셉의원 단골 환자의 집을 들렀다. 단칸방에는 술에 취해 잠든 남자와 얼마 전 맹장 수술을 받은 아주머니, 아이 둘이 있었다. 선우 원장 어깨 너머로 방 안을 살펴본 이 회장은 신음 소리를 내며 손으로 입을 가렸다.
동행한 삼성 직원은 이 장면을 '열악한 환경에서 사는 모습을 처음 본 이 회장이 자신도 모르게 터져 나오려는 눈물을 참은 것'이라고 회고
했다.

노숙인 밥짓 프로젝트 시작했지만 학부모 항의 시위로 무산

2003년 이재용(왼쪽) 삼성전자 회장이 쪽방촌의 극빈 환자를 치료하는 요셉의원을 방문했을 당시 모습. 위즈덤하우스 제공


작은자매관상선교수녀회가 운영하는 '영등포 공부방'까지 둘러본 이 회장
은 굳은 얼굴로 "이렇게 사는 분들을 처음 본 터라 충격이 커서 머릿속이 하얗다"고 털어놨다. 그는 "사비로 준비했으니 부담 갖지 않으셔도 된다"며 1,000만 원이 든 봉투를 건넸다. 이후 다달이 월급의 일정액을 기부하고 있다.

이 회장은 두 번째 방문부터는 검소한 티셔츠 차림으로 왔다. 이후 가난한 이들을 위한 밥집을 지어달라는 선우 원장의 요청으로 이 회장은 몇 년 동안 '밥짓 프로젝트'를 추진했다. 삼성전자가 철도청 소유 공유지에 들어설 밥집 건물 설계도까지 준비했지만 "왜 밥집을 지어 노숙인을 끌어들이냐"고 반발한 영등포 초등학교 학부모들이 삼성전자 본관을 찾아 시위하는 바람에 무산됐다. 이런 선행은 이 회장의 당부로 외부에 알려지지 않다가 이번에 책이 출간되며 알려졌다.

가톨릭대 의대를 나온 선우 원장은 미국에서 내과 전문의로 활동하다 한국으로 돌아와 1987년 8월 서울 신림동에 요셉의원을 개원했다. 평생 무료 진료를 해온 그는 급성 뇌경색과 위암으로 고통받으면서도 마지막까지 환자들을 위해 노력하다 2008년 63세의 나이로 별세했다. 새 책 '의사 선우경식'은 이충렬 작가가 각종 자료와 관련 인물 인터뷰를 바탕으로 쓴 선우 원장에 관한 유일한 전기다. 이 책의 인세는 전액 요셉나눔재단법인 요셉의원에 기부된다.

한국일보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11406 악수된 우군 확보…숙부에 밀린 반쪽짜리 '이우현 체제' 랭크뉴스 2024.05.01
11405 종이로 도로 뒤덮은 경찰·구청 직원…다 이유 있었네 랭크뉴스 2024.05.01
11404 공수처장 후보 딸, 20살 때 '재개발 앞둔 엄마 땅' 4억에 매입 랭크뉴스 2024.05.01
11403 [바로간다] 모아타운 주변도 쪼개기 극성‥1.3만㎡ 소유자 959명 랭크뉴스 2024.05.01
11402 '밸류업 큰손' 나선 연기금, 총선 후 7000억 폭풍 매수 랭크뉴스 2024.05.01
11401 자동차 ‘질주’·반도체 ‘부활’…수출 7개월 연속 ‘플러스’ 랭크뉴스 2024.05.01
11400 출산지원금 1억 준다면…국민 62.6% “동기부여 된다” 랭크뉴스 2024.05.01
11399 [단독] 공수처장 후보 딸, 20살 때부터 로펌 근무…“알바였다” 랭크뉴스 2024.05.01
11398 정부 "대입전형과 충돌 없다"지만‥법원 결정 따라 증원 백지화 우려도 랭크뉴스 2024.05.01
11397 국회엔 허위 답변서로 ‘아빠 찬스’ 은폐…“선관위 해체 수준 대책 시급” 랭크뉴스 2024.05.01
11396 계속되는 美고용 호조…4월 민간고용 전월대비 1만명 더 늘어 랭크뉴스 2024.05.01
11395 '채상병 특검법' 등 쟁점 법안은?‥민주당, 내일 강행 처리 가능성 랭크뉴스 2024.05.01
11394 중국 노동절 연휴 첫날 고속도로 붕괴 참변…24명 사망·30명 부상 랭크뉴스 2024.05.01
11393 대구 아파트 지하주차장서 뺑소니 사망사고 발생 랭크뉴스 2024.05.01
11392 '세법 전문' 오동운 공수처장 후보자, 딸 '세테크' 논란 랭크뉴스 2024.05.01
11391 지하철역에 ‘장애인 권리 보장’ 수백장 스티커…전장연에 ‘무죄’ 랭크뉴스 2024.05.01
11390 김동연 ‘평화누리도’ 발표되자마자…반대 청원 1만명 넘어 랭크뉴스 2024.05.01
11389 [속보] 계속되는 美고용 호조…민간고용 전달보다 1만명 더 늘어 랭크뉴스 2024.05.01
11388 양대노총, 서울 광화문·국회 앞서 노동절 집회… 3만여명 참가 랭크뉴스 2024.05.01
11387 고현정 소속사 산 朴 옛 '내곡동 사저'…38억 매물로 또 나왔다 랭크뉴스 2024.05.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