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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상 1000개 이상 병원 매출 2247억원 줄어
병상 500~700개 규모 병원도 640억원 적자
“작년 폐업한 서울백병원 반면 교사 삼아야”

윤석열 대통령이 의대 증원에 반발해 집단행동을 이어가고 있는 전공의들을 직접 만나 대화하겠다고 제안한 가운데 3일 오전 서울 한 대학병원에서 의료진이 이동하고 있다. /연합뉴스


박성욱 아산의료원장은 지난 21일 저녁 의대 증원에 반대하며 사표를 내고 병원을 떠난 전공의들에게 ‘병원으로 돌아와 달라’는 공개 서한을 보냈다. 정부가 의대 증원 규모를 대학 자율에 맡겼으니, 병원 정상화를 위해 복귀해 달라는 내용이었다. 서한에는 아산의료원 소속의 박승일 서울아산병원장, 정융기 울산대병원장, 유창식 강릉아산병원장도 이름을 올렸다. 울산대 의대 병원 경영진이 이처럼 공개 서한을 보낸 것은 전공의 집단이탈한 이후 처음이다.

병원장들이 전공의들에게 ‘돌아오라’고 공개서한까지 보낸 것은 그만큼 병원 경영 상황이 좋지 않아서다. 서울아산병원은 지난 2월 20일부터 3월 말까지 40일 동안 511억원의 순손실을 기록했다. 박승일 병원장은 교수들에게 “(전공의 이탈 )상황이 (연말까지) 계속된다고 가정하면 순손실은 약 4600억원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서울아산병원은 이달 말까지 근속기간 20년 이상인 일반직 직원을 대상으로 희망퇴직을 신청받는다. 전공의가 병원을 떠나니 일반 행정 직원이 희망퇴직을 해야 하는 상황이 된 것이다. 하지만 “서울아산병원은 그나마 사정이 낫다”고 의료계는 입을 모은다. ‘빅5′로 분류되는 대형 병원들은 마이너스 통장 등 대출 여유가 있기 때문이다. 의료계에서는 다음달이면 적자를 버티지 못하고 무너지는 병원이 나올 것이란 위기감이 팽배하다.

최근 의료계에서는 이달 안에 전공의들이 돌아오지 않으면 내달부터 문을 닫는 수도권 대형 병원이 나올 것이라는 ‘5월 위기설’이 힘을 얻고 있다. 중소 사립대 병원은 필수 의료의 한 축을 담당해 왔지만 환자들이 빅5 대형병원으로 몰리면서 만성적자에 시달려 왔다. 이들은 적자를 보전하려고 전공의에 의존해 경영을 해 왔는데, 이번 사태로 수술과 입원이 크게 위축됐다.

의료계 관계자는 “전공의 이탈로 수련 공백이 1년 생기는 것은 그다지 문제가 아니다”라며 “전공의들이 돌아오지 않으면 병상 가동률은 회복할 수가 없고, 이렇게 되면 병원은 줄도산할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앞서 서울백병원은 지난해 8월 적자 누적을 이유로 폐업했다. 지난 1941년 백인제외과병원으로 문을 연 서울백병원은 2004년 이후 누적 적자가 1745억 원에 달하는 등 경영난을 겪었다. 이들 대형병원들은 고정 인건비가 있기 때문에 매출이 줄어들면 곧바로 적자로 이어진다.

대한병원협회에 따르면 지난 2월 16일부터 3월 말까지 전국 수련 병원 50곳의 수입은 2조2407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약 4238억원(15.9%) 감소했다. 큰 병원일수록 감소폭이 더 컸다. 병상이 1000개 이상인 수련병원 9곳의 수입은 9146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1조 1392억원)보다 약 2247억원(19.7%)가 줄었다.

병상수가 500~700개인 대형병원 12곳도 같은 기간 수입이 640억원(14%) 가량 줄었다. 한 병원 당 평균 수입이 53억원 가량 줄었다는 뜻이다. 지방 필수의료를 담당해 온 사립대병원은 도산 가능성마저 제기되고 있다. 의료계 일각에서는 전공의 비율은 높은데, 재단 경영이 좋지 않은 특정 병원의 이름도 거론된다.

오래된 병원일수록 전공의 정원이 많다. 지난해 말 기준 서울대병원 전공의는 740명으로 전체 의사의 46.2%를 차지했다. 연세대 세브란스병원은 40.2%, 삼성서울병원은 38%, 서울아산병원 34.5%, 서울성모병원 33.8%이다. 빅5가 아닌 고려대(안암·구로·안산) 병원은 35%, 인제대 부산백병원도 40%가 넘는다.

서울의 ‘빅5′ 병원들은 마이너스 통장을 뚫는 등 자구책 마련이 가능하지만, 경영이 부실한 지방 병원들은 대출 자체를 받기 어려운 곳도 있다. 이 관계자는 “코로나19 때는 국가 위기 극복이라는 명분이 있었으니, 정부 지원금을 요구할 수 있었지만, 지금은 그것도 불가능하다”라며 “전공의들이 병원으로 돌아오지 않으면 구조적 적자를 벗어날 방법이 없다”고 말했다.

전공의들은 그동안 수련병원에서의 교육을 ‘노동 착취’라고 비판해 왔다. “주 80시간이 넘는 높은 업무 강도와 최저임금에 미치지 못하는 보수를 받으며 버텨왔다”는 것이 전공의들의 주장이다. 의대 교수들이 전공의들의 빈 자리를 메우고 있지만 조만간 한계에 도달할 것이란 얘기도 나온다.

전공의들이 병원을 떠난 이후 이틀에 한 번꼴로 야간 당직을 서고 있다고 밝힌 한 의대 교수는 “30대와 50대의 체력은 다르다”라며 “언제까지 이렇게 당직을 설 수 있을 지 모르겠다”라고 말했다. 이 교수는 “정부가 지방 필수의료를 살리겠다고 의대 증원을 추진했지만, 전공의가 빠져 나가면서 필수의료를 지켜 온 지방 병원이 사라질 위기”라고 말했다.

병원들은 비상 경영 체제, 무급 휴가, 희망퇴직, 마이너스 통장 등의 방법으로 손실을 줄이기 위해 분투하고 있다. 빅5 병원 가운데 서울대·서울아산·세브란스병원은 비상 경영 체제에 돌입했다. 서울대병원은 지난달 말 기존 500억원 규모였던 마이너스 통장의 한도를 2배 늘렸고, 병동 간호사를 중심으로 무급 휴가를 신청받고 있다. 세브란스병원도 의사를 제외한 전 직원을 대상으로 7일 무급 휴가를 시행하고 있다.

조선비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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