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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천구청 9~6급 공무원 ‘혁신연구모임’
금천구청 혁신연구모임이 만든 ‘조직문화 10계명’ 포스터. 금천구 제공


지난 18일 찾은 금천구청에서는 젊은 직원들이 모여 공문서 작성 효율화 프로그램인 ‘범정부오피스’를 공부하고 있었다. 개발자인 경남 남해군 소속 이경수 주무관(31)을 초청해 강의를 부탁했다.

9~6급 공무원 18명이 회원으로 활동 중인 금천구 혁신연구모임이 마련한 자리다. 모임 날이면 참석자들이 업무를 잠시 비울 수 있도록 각 과에 ‘혁신모임 참여 공문’을 보낸다. 이날도 오후 3시부터 5시까지 강의가 이어졌다.

MZ 구성원 이탈 등 공무원 조직 문화 혁신이 화두가 된 시대. 지난해부터 활동을 시작한 모임은 구청의 조직문화를 개선하기 위해 꾸려졌다. 멤버인 김예진 주무관(26)은 지난해 7월 임용된 새내기 공무원이다. “조직을 바꾸려면 어린 직원의 목소리가 필요할 것 같았다”는 그는 모임의 성과로 지난달 작성한 ‘혁신 10계명’을 들었다.

‘같은 성별이어도 성적인 발언은 주의하자. 과도한 의전은 하지 말자. 사생활을 지켜주세요. 업무분장을 합리적으로 하자. 눈치 주지 않고 눈치 보지 말자. 타인의 업무를 쉽게 생각하지 말자….’

김 주무관이 가장 공감한 10계명은 ‘내가 하기 싫은 것은 다른 사람도 하기 싫다’는 문구였다고 한다. 민원 전화가 왔을 경우 담당이 아니라며 전화를 다른 사람에게 돌리는 문화를 경험했기 때문이다.

직급에 따른 위계가 존재하고 오랫동안 같은 공간에서 근무하다 보니 의도치 않은 성적 발언도 문제다. 평소보다 조금 더 꾸미고 온 날 ‘남자 만나니?’라고 묻는 상사가 그 예다. 그래서 10계명에 ‘같은 성별이어도 성적인 발언은 주의하자’도 넣었다.

‘함께 협업하는 것을 두려워하지 말자’ ‘적극적으로 아이디어를 내고 아이디어를 수용하자’와 같이 공무원은 수동적이라는 편견을 바꿀 수 있는 실천 사항도 포함됐다.

조직문화 개선은 저연차만이 공감하는 문제는 아니다. 2016년에 임용돼 8년차 공무원인 정은경 주무관(34)은 “나만 해도 ‘공무원이 되면 정년까지 해야지’라는 생각이었는데, 최근에 들어오는 젊은 세대는 아니다 싶으면 빨리 일을 그만두는 것 같다. 이들이 공직을 떠나는 이유 중 하나가 과거에 머물러 있는 공공기관 조직문화가 아닐까 싶다”고 말했다.

이 같은 분위기에 금천구는 하급자가 과장 이상 상급자와 의무적으로 점심을 같이 먹는 ‘밥 당번’ 문화를 없애라고 구청장이 직접 지시하기도 했다. 업무 보고 외에 상급자와의 만남이 줄어 아쉽다는 의견도 일부 있지만, 긍정적인 조치라는 평이 많다.

혁신모임 참가자는 지난해 13명에서 올해 18명으로 늘었다. 올해 두 달에 한 번 정도 정기 모임을 열 생각이다. 행정안전부 조직문화 혁신 사업에 따라 모임에서 시작됐지만 스스로 조직 문화를 혁신하기 위한 캠페인을 여는 등 다양한 활동을 벌이고 있다.

모임을 이끌고 있는 이윤수 주무관(32)은 “가볍고 편한 분위기에서 우리가 일하는 조직 및 부서의 문화에 대해 이야기할 수 있다는 부분이 경직된 공공기관에서 필요하다고 생각한다”며 “합리적인 조직의 문화를 위해 노력함으로써 저연차 공무원들의 이탈을 조금이나마 예방할 수 있지 않을까 한다”고 말했다.

금천구청 혁신연구모임 회원들이 지난 18일 문서 작성 효율화 프로그램인 ‘범정부오피스’를 개발한 경남 남해군 소속 이경수 주무관(앞줄 왼쪽에서 두 번째)을 초청해 관련 강의를 청취했다. 금천구청 제공

경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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