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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라장터·사회보장시스템·연금포털까지···
용역업체 경영난에 7억~10억 임금 못받아
IT 병폐 ‘반프리 계약’에 구제도 ‘혼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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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달청 나라장터 등 주요 정부기관의 ‘차세대 전산시스템’ 구축·관리를 맡은 업체에서 수억원대의 임금체불이 발생한 것으로 확인됐다. 개발자들이 임금을 받지 못하고 회사를 떠나면서 해당 정부기관들의 전산시스템 운영에도 차질이 불가피하다. 개발자들이 정보기술(IT)업계의 고질적 병폐이자 다단계 하청계약인 ‘반프리’ 계약을 맺은 탓에 임금체불 구제도 복잡하다.

22일 관련 업계 취재와 양경규 녹색정의당 의원실 자료를 종합하면, 정부기관 3곳의 시스템 구축·관리 업무를 맡은 IT플랫폼 업체 조인트리에서 이날 기준 개발자 160여 명에 대해 7억~10억원의 임금체불이 발생했다. 조인트리는 다른 IT업체들과 컨소시엄을 구성해 2022~2023년 각 정부기관들과 차세대 전산시스템 구축·관리 위탁용역계약을 맺고 프로잭트를 수행해 왔다.

조인트리는 사회복지 대상자들의 복지서비스 신청·조사·지급 등을 처리하는 ‘차세대 사회보장정보시스템’ 유지·관리업무를 복지부 산하 한국사회보장정보원에게서 수탁했다. 또 노후화됐다는 지적을 받아 온 조달청 나라장터 시스템을 새로 구축하는 업무도 위탁받았고, 국민연금공단의 ‘지능형 연금복지 통합플랫폼’ 구축도 맡았다.

조인트리는 3년 전만 해도 연매출 500억원, 영업이익 40억원을 기록했다. 하지만 이후 급속히 경영난을 겪으면서 최근 기업회생을 신청했다. 업계에서는 무리한 사업 확장, 낮은 공공사업 대금 문제 등을 원인으로 보고 있다. 조인트리는 계좌 동결로 원청인 정부기관들로부터 대금을 지급 못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2021년 3월29일 서울시 영등포구 복지TV스튜디오에서 보건복지부 차세대 사회보장정보시스템 국민참여단 발대식이 열리고 있다. 복지부 제공


조인트리와 계약하고 프로젝트에 참여한 개발자들도 급여를 받지 못하고 있다. 양 의원실이 3개 기관에서 받은 자료를 보면, 조달청 프로젝트를 진행한 개발자 60명은 2~3월 총 4억870만원을 체불당했다. 국민연금공단으로 간 개발자 57명은 같은 기간 3억2690만원을 받지 못했다. 두 프로젝트 체불액만 7억3560원에 달한다. 사회보장정보원은 조인트리로부터 관련 자료를 받지 못했다. 사회보장정보원 쪽 개발자가 다른 기관과 비슷한 51명인 점을 고려하면 체불액은 최대 10억원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

임금이 밀리면서 개발자들은 생계에 직접적인 타격을 받았다. 조인트리와 계약해 프로젝트에 참여한 개발자 A씨는 기자와 통화하면서 “개발자 대부분이 대출을 받아 생활하고 있고, 맞벌이인 경우 생활비 지출을 축소하면서 버티는 중”이라고 했다. 임금을 받지 못한 개발자들이 이탈하면서 해당 정부기관 시스템 운영도 차질을 빚었다. 정부기관들도 계약 변경, 컨소시엄 내 타 기업의 지분 인수, 임금 우선 지급 등을 급히 검토하고 있다.

‘반프리’ 계약에 체불 구제 혼란···“정부가 책임져라”

조인트리가 개발자들과 일종의 이중계약인 ‘반프리’ 계약을 맺은 점이 피해를 더 키우고 있다. 반프리 계약은 한 개발자가 업체와 근로계약을 맺는 동시에 다른 파견업체와 프리랜서 계약을 맺는 방식이다. 이 경우 개발자는 하나의 일을 하면서 두 곳에서 임금을 나눠 받는다. 근로계약을 맺은 업체에서는 4대보험 등을 적용한 임금을 받고, 파견업체에서는 3.3%의 사업소득세만 뗀 임금을 받아 총액을 맞추는 것이다.

반프리 계약은 IT업계의 고질적인 병폐로 지목돼 왔다. 업체가 프로젝트를 수주하려면 개발자를 정식 근로자로 고용하고 있어야 하는데, 반프리 계약을 맺으면 형식상 정규고용을 하면서도 4대보험 등 정규고용에 따른 비용을 아끼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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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임금체불 같은 사건이 발생했을 때 구제가 복잡해진다는 데 있다. 근로기준법상 ‘근로자’로서 임금체불 진정을 넣어야 할지, 프리랜서로서 용역대금 미지급을 다퉈야 할지부터 문제다. 당사자들은 업체와 하청업체, 원청 중 어디에 밀린 임금을 요구해야 할지도 혼란스러워하고 있다. 개발자들은 현재 서로 다른 방식으로 구제책을 찾거나, 아예 대응조차 못 하고 있는 상황이다.

A씨는 “(온전한) 정규고용이었다면 회사가 이런 상황에 놓이더라도 관할 노동청이 어느 정도 관리하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반프리 계약이다 보니 어려운 것 같다”며 “국가기관도 이 상황을 방관하면서 누구 하나 책임지는 구조가 만들어지지 않는 것 같다”고 했다.

공공 IT·SW 사업에도 건설 관급공사처럼 임금체불 보호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건설업은 2019년부터 관급공사에 ‘공공발주자 임금직접지급제’를 도입해 건설사가 임금·하도급대금을 노동자 지급 외에 다른 용도로 쓰지 못하게 하고 있다. 건설업은 근로기준법상 특례를 통해 원청 등 도급인에게 임금체불 연대책임과 직접지급 책임을 지우고 있다. 상시·지속성 업무인 전산시스템 관리를 외주화하는 것은 부적절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양 의원은 “임금체불은 노동자 생존권을 심각하게 침해하는 중대한 범죄행위로,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도 상습 체불을 근절하겠다고 명확히 밝힌 바 있다”며 “현재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고용노동법안심사소위에 올라가 있는 ‘임금체불방지법’을 국회가 신속히 검토해 통과시켜야 한다”고 했다.

경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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