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1985년 이슬람 무장세력에 납치됐다 7년 만에 풀려나기도
테리 앤더슨 전 AP통신 특파원이 1991년 12월 레바논 무장정파 헤즈볼라에 납치됐다가 7년 만에 석방된 후 시리아 다마스쿠스에서 환호하고 있는 모습. 로이터연합뉴스

1980년 광주 5·18 민주화운동을 세계에 알린 테리 앤더슨 전 AP통신 특파원이 21일(현지시간) 별세했다. 향년 76세.

AP통신은 이날 앤더슨 전 특파원이 뉴욕주 그린우드레이크의 자택에서 심장 수술로 인한 합병증으로 별세했다고 보도했다.

1947년 미 오하이오 로레인에서 태어난 고인은 고등학교를 졸업한 뒤 해병대에 입대해 베트남전에 참전했다. 귀국 후에는 대학에서 저널리즘을 공부한 뒤 AP통신에 입사했다.

앤더슨은 한국에서 광주 5·18 민주화운동 현장을 직접 취재해 전 세계에 실상을 알린 기자로 잘 알려져 있다.

문화체육관광부 옛 전남도청복원추진단이 2020년 공개한 당시 AP기사에 따르면 고인은 ‘광주 폭동’이라고 주장한 정부 발표와 정반대의 사실을 기록해 보도했다.

고인은 당시 기사에서 “광주 시민들 시위가 처음에는 평화롭게 시작됐지만, 공수부대들이 5월 18∼19일 시위자들을 무자비하게 소총과 총검으로 진압하면서 격렬한 저항으로 변했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기사에는 계엄군이 외곽으로 물러나 있던 5월 23일 시민들이 거리를 청소하고 곳곳에 있는 잔해와 불탄 차들을 치웠다는 내용도 포함됐다.

테리 앤더슨 전 AP 특파원. AFP연합뉴스

고인은 또 2020년 발간된 책 ‘AP, 역사의 목격자들’에서 “계엄군이 ‘폭도’ 3명이 죽었다고 말했지만, 사실을 확인하기 위해 광주 시내를 돌아다니며 눈에 띄는 시신을 모조리 센 결과 첫날 한 장소에서만 179구를 발견했다”고 기록했다.

앤더슨과 광주를 함께 취재한 존 니덤은 1989년 LA타임스 기고에서 앤더슨이 전남도청이 내려다보이는 호텔 방에서 위험을 무릅쓰고 사진을 찍다가 계엄군의 총격을 받았다는 일화를 소개하기도 했다.

당시 앤더슨이 계엄군의 경고에도 사진을 계속 찍자 계엄군이 처음에는 호텔 방을 향해 머리 높이로 사격하다가 이후에는 가슴 높이로 총을 쐈고, 고인이 바닥에 납작 엎드린 덕분에 총알을 피할 수 있었다고 한다.

테리 앤더슨 전 AP 특파원이 1992년 6월 22일 오하이오주 로레인에서 열린 퍼레이드에 참가해 군중들을 향해 손을 흔들고 있는 모습. AP연합뉴스

앤더슨은 미국에서는 레바논과 이스라엘의 전쟁을 취재하다 무슬림 시아파 무장단체에 납치돼 7년 가까이 구금됐다 풀려난 인물로 유명하다.

고인은 1985년 3월 16일 함께 테니스를 친 AP 사진기자를 차로 집에 데려다준 뒤 헤즈볼라 대원들에게 납치됐고 이후 7년간 구금됐다. 당시 그는 결혼을 앞둔 상태의 예비 신랑으로, 약혼녀는 임신 6개월이었다.

테리 앤더슨 전 AP 통신 특파원이 1991년 12월 12일 AP 워싱턴 지국을 방문한 동료 짐 에이브럼스와 포옹하고 있는 모습. 당시 그는 이슬람 무장 세력으로부터 납치됐다가 풀려난 직후였다. AP연합뉴스

앤더슨은 1991년 12월 석방돼 7년 만에 미국으로 돌아왔지만,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로 고통받았다.

고인은 이란 정부가 그의 납치에 역할을 했다는 법원 판결에 따라 이란 동결 자금 수백만 달러를 보상으로 받았다. 그러나 보상금 대부분을 투자로 잃었으며, 2009년엔 파산 신청을 했다.

그는 플로리다대학에서 저널리즘을 가르치다 2015년 은퇴했다. 이후 버지니아주 북부에 있는 작은 말 농장에서 지냈다.

국민일보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11869 의대 증원 1489~1509명 확정…국립대, 배정 인원 절반만 반영 랭크뉴스 2024.05.02
11868 차량 7대 들이받은 50대…잠적 이틀 만에 경찰 출석해 한 말 랭크뉴스 2024.05.02
11867 "차량 데이터로 급발진 규명할 것"‥차주·경비원, 벤츠에 소송 랭크뉴스 2024.05.02
11866 “이제부터 평누도”…1천만원짜리 ‘평화누리’ 작명에 성난 경기북부 랭크뉴스 2024.05.02
11865 AI로 홍수 예보 더 빠르게, 더 많이 랭크뉴스 2024.05.02
11864 국민의힘 3040 모임 '첫목회' "당대표 선출에 일반 여론 50% 반영해야" 랭크뉴스 2024.05.02
11863 아이들 영정에 올린 ‘이태원 특별법’…엄마는 소리 없이 울었다 랭크뉴스 2024.05.02
11862 ‘부활’ 베트남전 생환 포로, 51년 비워둔 현충원 묫자리 찾은 사연 랭크뉴스 2024.05.02
11861 파월 “금리 인상도 인하도 아냐”…한은, 23일 ‘동결 기조’ 이어갈 듯 랭크뉴스 2024.05.02
11860 "다리 아픈데 도와줘"…초등생 유인해 성추행한 60대 구속 랭크뉴스 2024.05.02
11859 "심란합니다" 연매출 1243억 성심당이 떨고 있다…왜 랭크뉴스 2024.05.02
11858 국회의원 당선인도 ‘학폭’ 논란…김동아 “그런 적 없다” 랭크뉴스 2024.05.02
11857 에코프로그룹, 일제히 실적 악화… 에코프로비엠 영업익 94%↓ 랭크뉴스 2024.05.02
11856 '유동규 변심 감시 의혹' 변호사 "김용·이재명이 보낸것 아냐" 랭크뉴스 2024.05.02
11855 "심란합니다" 연매출 1000억 성심당이 떨고 있다…왜 랭크뉴스 2024.05.02
11854 이재용, 유럽 출장 중 프란치스코 교황과 첫 만남 랭크뉴스 2024.05.02
11853 김동아 민주당 당선인, 학폭 논란에 "모두 허위 사실...법적조치 할 것" 랭크뉴스 2024.05.02
11852 거부권 행사하면 17표 필요‥22대 국회에선 여권 '큰 부담' 랭크뉴스 2024.05.02
11851 이창용 "20년간 해외송금 개선 안 돼… CBDC로 이익 가능" 랭크뉴스 2024.05.02
11850 전주 재활용센터 가스 폭발…4명 전신화상·1명 부분화상 랭크뉴스 2024.05.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