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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둥성 자오칭에서 지난 20일 열린 ‘딩후산 100크로스컨트리대회’에 참가한 선수들이 폭우로 불어난 계곡을 건너고 있다. 바이두 캡처

중국 광둥성 자오칭에서 지난 20일 열린 크로스컨트리 대회가 끔찍한 악몽으로 변했다. 폭우로 계곡물이 불어난 가운데 산사태와 낙뢰까지 덮쳐 대회가 중단됐다. 다행히 인명 피해는 발생하지 않았지만, 기상 주의보가 발령된 가운데 대회를 강행한 주최 측을 질타하는 목소리가 높다.

22일 상유신문과 앙광망 등 중국 현지 언론에 따르면 광둥성 자오칭에서 20일 1250명의 선수가 참가한 가운데 열린 ‘딩후산 100크로스컨트리대회’가 폭우로 중단됐다.

소셜미디어에 올라온 현장 사진과 영상에는 폭우가 쏟아지는 가운데 선수들이 밧줄을 잡고 급류가 흐르는 계곡을 건너거나 산사태가 일어난 비탈을 지나는 장면, 낙뢰를 피해 쪼그려 앉아 있는 모습 등이 나온다. 저체온증을 막기 위해 보온담요를 두른 선수들도 보인다.

이번 대회 60㎞ 종목에 참가한 루모 선수는 “경기 도중 산사태가 발생해 30명의 발이 묶였다. 휴대전화 신호가 잡히지 않는 지역이어서 GPS송수신기를 이용해 구조신호를 보냈지만 응답이 없었다. 폭우에 너무 오래 서 있으면 체온이 떨어질 수 있다는 생각에 힘을 모아 위험에서 벗어났다”고 현지 언론에 말했다.

루 선수가 제공한 영상에 따르면 선수들은 폭우로 불어나고 급류가 휘몰아치는 계곡을 서로 손을 잡은 채 밧줄에 의지해 계곡을 건넜다. 루 선수는 “위험하다는 건 다들 알았지만, 어쩔 수 없었다. 계곡 가장 깊은 곳에선 허리가 물에 잠겼다. 발이 미끄러지면 죽을 것 같았다”고 설명했다. 루 선수는 무사히 탈출한 뒤에야 조직위에서 안전한지 묻는 전화를 받았다.
광둥성 자오칭에서 지난 20일 열린 ‘딩후산 100크로스컨트리대회’에 참가한 선수들이 계곡을 건너고 있다. 바이두 캡처

역시 60km 크로스컨트리에 출전한 양모씨는 “경기 전부터 날씨가 좋지 않다는 걸 조직위는 알았다. 19일 오후 9시 반쯤 100km 종목을 60km로 바꾸라는 안내를 받았다. 악천후가 너무 심했다. 폭우로 산사태가 나고 계곡까지 범람했다”고 말했다.

양씨와 함께 있던 선수 10여명도 GPS를 이용해 SOS 신호를 보냈지만, 탈출할 때까지 응답을 받지 못했다. 이들은 폭우와 낙뢰 가운데 4㎞를 넘게 산길을 걸어 안전지대에 도착했다. 양씨는 “당시 기온이 20도 정도로 높아 다행이었다”고 전했다.

이번 대회 조직위에 따르면 이날 오전 7시 자오칭시 칠성암 동문광장에서 출발한 대회에는 1250명의 선수가 참가했다. 조직위는 오후 1시 31분 뇌우 및 강풍 레벨2 경보가 발령되자 1분 뒤 대회를 중단했다. 하지만 선수들은 3시가 넘은 뒤에야 대회 중단 사실을 통보받았다. 조직위는 오후 5시쯤 “모든 선수가 안전지대로 무사히 대피했다”고 밝혔다.

조직위는 SOS신호가 제대로 전달되지 않은 이유에 대해 “경기 구간의 신호가 약했을 수 있다”면서 “구조대 출동도 홍수로 도시가 침수된 데다 도로가 무너지고 나무가 쓰러져 늦어졌다”고 해명했다.

선수들은 대회 전날인 19일 기상 주의보가 발령됐는데도 경기를 취소하지 않은 조직위를 강하게 비판하고 있다. 조직위는 “경기 전에 일기예보가 있었지만, 심각성을 예상하지 못했다. 주변 도시에 이런 규모의 폭우가 내린 것은 너무 오랜만”이라고 전했다.

크로스컨트리 관련 업계 관계자는 주최 측이 대회 취소시 발생하는 보상 문제 때문에 대회를 강행했을 수 있다고 봤다. 이 관계자는 “대회가 취소되면 참가비 외에 숙박비와 출장비까지 보상해야 할 수 있기 때문에 극한의 날씨가 아니면 대회를 강행하려 한다”고 현지언론에 말했다.

국민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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