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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4·10 총선 다음날인 지난 11일 오전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더불어민주당·더불어민주연합 중앙선거대책위원회 해단식을 주재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금부터는 야당의 리더십이 필요하다.”(김윤철 경희대 후마니타스칼리지 교수)

“선명한 민생 노선과 중단 없는 개혁, 두 가지를 모두 해내야 한다.”(더불어민주당 중진 의원)

4·10 총선 여당 참패 뒤 윤석열 대통령의 국정 지지도가 20% 초반대로 곤두박질쳐 취임 뒤 최저치를 기록하면서, ‘192석 야권’을 이끄는 더불어민주당의 책임이 무거워지고 있다. 압도적 여소야대 환경인데다 여권의 국정 동력까지 바닥난 만큼 야당이 국정 운영의 파트너를 넘어, 주도적으로 정국을 끌어가야 한다는 지적이 정치권 안팎에서 나온다.

총선에서의 압승은 민주당에도 쾌거만은 아니다. 2020년 21대 총선에서 180석의 압승을 거두고 ‘거여 무능론’에 휩싸여 집권 5년 만에 정권을 내준 경험이 있어서다. 정권 심판론이라는 반사이익에 기댄 압승을 넘어 새 국회에서 유능함을 보여주지 못한다면, 대선에서 승자의 독배를 들 수 있다. 당내에선 벌써부터 “책임을 다하지 못한다면 우리한테도 상당히 부메랑이 될 가능성이 있다”(재선 의원)는 긴장감이 읽힌다.

향후 정권 교체를 향해 전력투구할 야당 앞엔 두 개의 길이 놓여 있다. ‘채 상병 특검법’ ‘김건희 특검법’ 등 정치 현안을 앞세워 선명 야당으로 가는 길과, 경제난을 해결할 민생 해법을 주도하는 수권정당으로 가는 길이다.

한겨레가 21일 정치학자와 당 관계자 등 10여명에게 민주당의 나아갈 길을 물은 결과, 응답자들은 이구동성으로 ‘두 마리 토끼를 잡는 유능함을 갖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검법과 민생 입법, 모두 민심의 요청이라는 것이다. 김윤철 교수는 “특검을 해가면서도, 그 특검을 지렛대 삼아 ‘민생 정국’을 주도하고, 윤 대통령이 따라오게 만드는 야당의 리더십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 초선 당선자도 “정권 심판론엔 검찰독재 청산 등 정치 개혁, 파탄 난 민생 경제를 살리는 일 두 가지가 모두 녹아 있다. 전자에만 치우쳐선 안 된다는 우려가 든다”고 말했다.

문제는 방향이 아니라 태도라는 조언도 있었다. 총선에 불출마한 우상호 의원은 “특정한 노선에 집착할 게 아니라, 옳다고 판단한 의제를 국민들의 지지 속에서 잘 관철하는 게 개혁 노선의 첫 과제”라고 짚었다. 2022년 대선을 앞두고 민주당이 ‘급발진’하듯 추진한 검찰 개혁, 이른바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은 실패한 개혁의 대표적 사례다. 검찰 개혁이라는 옳은 방향과 무관하게 시기와 속도 면에서 국민 동의를 얻지 못한 것으로 평가받는다.

2020년 총선에서 승리한 뒤 민주당이 ‘거여 무능론’과 ‘거야 독주론’에 내몰린 까닭도 비슷하다. “같은 의석을 갖고도 전반기 2년 여당 시절엔 중도 민심을 이유로 부작위에 가까울 정도로 개혁 입법에 물렀고, 후반기 2년 야당 시절엔 의석수를 바탕으로 민심이 무르익지 않은 상황에서 입법을 밀어붙여 공감을 얻지 못했다”(3선 의원)는 것이다. 정권 교체 뒤 윤 대통령이 재의요구권(거부권)을 행사한 ‘방송 3법’이나 ‘간호법’ 개정·제정안 등은 입법 필요성에도 불구하고 민주당 집권 시기 방치했던 법안들이다.

‘오만·불통 정권’이라는 비판을 받아온 윤석열 정부의 총선 참패를 반면교사 삼아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관후 건국대 상허교양대학 교수는 “지난 대선에서 고작 0.73%포인트 차로 이긴 윤 대통령이 야당을 인정하지 않고 100 대 0의 정치를 펼친 결과가 총선 참패”라며 “오만과 독선에 사로잡히면 지지율은 오래가지 못할 것”이라고 짚었다. 이번 총선에서 254개 지역구 가운데 민주당은 161석(63.3%), 국민의힘은 90석(35.4%)을 얻었지만 전체 지역구의 누적 득표수로 따지면 득표율은 50.5%(민주당) 대 45.1%(국민의힘)로 5.4%포인트 차이다.

게다가 변화된 여야의 지형은 민주당에 ‘정치적 묘수’를 발휘할 공간을 열어두고 있다. 12석 조국혁신당을 비롯해 선명한 소수 야당이 존재하는 동시에, 여당은 대통령실의 자장으로부터 상대적으로 자유로워졌다. 지난 2년 내내 여야가 양극단의 평행선을 달렸다면, 대선까지 향후 3년 동안 민주당은 최대한 여당 이탈표를 설득해내며 정국을 관리할 수 있다. 여당에서 8명이 이탈해 192석 야권과 협력해 국회 200석을 확보하면 대통령의 거부권을 무력화할 수도 있다. 민주당의 4선 의원은 “21대 국회와 의석수 차이는 크게 없더라도 구도와 환경 차이는 분명히 있다”고 짚었다.

채 상병 특검법도 그 가늠자 중 하나로 꼽힌다. 여당이 ‘독소조항’이라고 주장하는 조항들을 일부 손질해 합의를 끌어내거나 여당 의원들의 이탈을 독려할 수 있다는 것이다. 여당은 △야당 교섭단체가 특검 후보자를 추천하도록 한 조항 △특검이 수사 상황을 브리핑할 수 있도록 한 조항 등을 독소조항으로 꼽고 있다. 이미 조경태·안철수 국민의힘 의원 등은 채 상병 특검법에 찬성한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야권의 한 관계자는 “채 상병 특검법을 예로 든다면, 민주당이 단순히 사안을 정치적으로 활용하는 건지 진정성 있게 진실을 규명하려는 건지 협상 과정에서 드러날 것이고, 지금부터는 그런 책임성이 훨씬 중요하게 부각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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