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전남도청 내려다보이는 호텔방서 사진 찍다 계엄군 경고 사격받기도
1985년 레바논 전쟁 취재중 무슬림 단체에 납치돼 7년 가까이 구금


테리 앤더슨 전 AP통신 특파원
[AP 연합뉴스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워싱턴=연합뉴스) 강병철 특파원 = 1980년 광주 5·18 민주화운동을 세계에 알린 테리 앤더슨 전 AP통신 특파원이 21일(현지시간) 별세했다. 향년 76세.

앤더슨 전 특파원은 이날 뉴욕주 그린우드 레이크에서 별세했다고 AP통신이 보도했다.

1947년생인 고인은 고등학교를 졸업한 뒤 해병대에 입대해 베트남 전쟁에서 싸웠고, 귀국 후 대학에서 저널리즘과 정치과학을 공부한 뒤 AP통신에 입사했다.

고인은 광주 5·18 민주화운동 현장을 직접 취재해 그 실상을 보도한 것으로 한국에서 잘 알려졌다.

문화체육관광부 옛 전남도청복원추진단은 앤더슨이 1980년 5월 22일부터 27일까지 광주를 취재해 작성한 기사 원고를 2020년 일반에 공개했는데 그 기사를 보면 '광주 폭동'이라는 당시 정부 발표와 정반대의 사실이 기록된 것을 확인할 수 있다.

고인은 기사에서 "광주 시민들은 기자들과 담화에서 시위는 처음에 평화롭게 시작됐지만, 공수부대들이 18~19일 시위자들을 무자비하게 소총과 총검으로 진압하면서 격렬한 저항으로 변했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기사에는 계엄군이 외곽으로 물러나 있던 5월 23일 시민들이 거리를 청소하고 곳곳에 있는 잔해와 불탄 차들을 치웠다는 내용이 포함됐다.

기사는 또 계엄군의 최후 진압 전날인 5월 26일 광주에서 몇몇 가게들은 정상 운영을 하고 채소 장수들도 큰 문제 없이 군 검문소와 학생들이 설치한 바리케이드를 지나 도시로 들어가는 모습이 보였다고 전했다.

고인은 2020년 발간된 'AP, 역사의 목격자들'에서 계엄군이 폭도 3명이 죽었다고 말했지만, 사실을 기록하기 위해 광주 시내를 헤집고 다니며 눈에 띄는 시체는 모조리 셌다고 말했다.

그는 광주에 들어간 첫날 한 장소에서만 179구를 셌다고 전했다.

그와 광주를 함께 취재한 존 니덤은 1989년 LA타임스 기고에서 앤더슨이 전남도청이 내려다보이는 호텔 방에서 위험을 무릅쓰고 사진을 찍다가 계엄군의 총격을 받았다는 일화를 소개했다.

앤더슨이 경고에도 사진을 계속 찍자 계엄군이 호텔 방을 향해 처음에는 머리 높이에서 사격하다가 이후에는 가슴 높이에서 총을 쐈고, 앤더슨이 바닥에 납작 엎드린 덕분에 총알을 피할 수 있었다고 니덤은 전했다.

영어로 빼곡히 적힌 1980년 5월의 증언
2020년 5월 12일 오전 광주 동구 옛 전남도청 별관 1층에서 5·18 당시 광주를 취재한 AP통신 기자 테리 앤더슨(Terry A. Anderson)의 기사 원본 등이 공개돼 있다. [연합뉴스 자료사진]


고인은 미국에서는 레바논에서 레바논과 이스라엘의 전쟁을 취재하다가 1985년 무슬림 시아파 단체에 납치돼 7년 가까이 구금됐다 풀려난 것으로 유명하다.

앤더슨은 1985년 3월 16일 함께 테니스를 친 AP 사진기자를 차로 집에 데려다준 뒤 총으로 무장한 납치범들에게 끌려갔다. 당시 그는 결혼을 앞둔 상태로 그의 약혼녀는 임신 6개월이었다.

앤더슨은 자신이 레바논에 있는 몇 안 되는 서방 국적자인 데다 기자라 납치된 것으로 추정된다고 석방 이후 인터뷰에서 밝힌 바 있다. 그는 구금 기간 벽에 사슬로 묶인 채 구타당했고, 살해 위협을 받았으며 오랜 기간 독방에서 지내야 했다.

그는 석방 뒤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로 고통받았다.

고인은 법원이 이란 정부가 그의 납치에 역할을 했다고 판결해 이란 동결 자금 수백만달러를 보상으로 받았지만, 보상금 대부분을 투자로 잃었으며, 2009년 파산 신청을 하기도 했다.

플로리다대학에서 저널리즘을 가르치다 2015년 은퇴한 뒤 버지니아주 북부에 있는 작은 말 농장에서 지냈다.

[email protected]

연합뉴스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10952 내년 의대 정원 속속 확정…증원규모 1500~1600명 될듯 랭크뉴스 2024.04.30
10951 ‘의대 증원’ 여부 아직 모른다...정부에 제동 건 법원 랭크뉴스 2024.04.30
10950 중학생이 왜…대낮 아파트 단지서, 흉기로 80대 찔렀다 랭크뉴스 2024.04.30
10949 "尹, 채 상병 특검 거부권 행사 여부부터"… 후속 회담 선 긋는 민주당 랭크뉴스 2024.04.30
10948 법원 “정부, 5월 중순 법원 결정까지 ‘의대 증원’ 최종 승인 보류해야” 권고 랭크뉴스 2024.04.30
10947 "짜장면 비싸다구요?"…손석구-이정재-백종원 ‘짜장라면’ 한판승부 랭크뉴스 2024.04.30
10946 홍준표 시장 해외출장은 ‘국가 기밀?’…“시민 무시하는 처사” 랭크뉴스 2024.04.30
10945 “시범사업 빌미로 의사 업무 강요” 국립대병원 간호사의 절규 랭크뉴스 2024.04.30
10944 [오늘의 천체사진] 별의 죽음마저 예술로 승화하는 페르세우스 신성 랭크뉴스 2024.04.30
10943 ‘나혼자산다’족 겨냥… 29.9만원 소용량 냉장고 나왔다 랭크뉴스 2024.04.30
10942 어린이날 선물 살 때 ‘주의’...알리·테무 장난감 ‘발암물질’ 범벅 랭크뉴스 2024.04.30
10941 '검찰총장 뇌물' 예고 뒤 돌연 취소…장인수 전 MBC 기자 "죄송" 랭크뉴스 2024.04.30
10940 S&P,韓국가신용등급 'AA'…2027년 GDP 4.3만달러 예상 랭크뉴스 2024.04.30
10939 길가다 ‘날벼락’…3층에서 떨어진 킥보드에 2명 부상 랭크뉴스 2024.04.30
10938 ‘찐윤’ 이철규 원내대표설에 비판 여론 고조…국힘, 결국 선거일 연기 랭크뉴스 2024.04.30
10937 "의대 증원 1년 유예 안 하면 진짜 의료대란 온다"...의사 출신 안철수의 경고 랭크뉴스 2024.04.30
10936 與 ‘이철규 대세론’ 속 원내대표 경선 연기 랭크뉴스 2024.04.30
10935 어도어 “5월10일까지 이사회 소집”…하이브 “거짓말 아닐 거라 생각” 랭크뉴스 2024.04.30
10934 법원, 의대생이 총장 상대로 낸 ‘의대 증원 금지’ 가처분 ‘기각’ 랭크뉴스 2024.04.30
10933 국회특위 ‘더내고 더받는’ 연금안 대립…與 “무책임” 野 “존중” [현장영상] 랭크뉴스 2024.04.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