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구청 지원 거부·퇴거 요청 불응…창고에 불 질러 구속기소


서울 중랑천 ※사진은 기사 내용과 직접적 관계 없음
[서울시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연합뉴스) 김정진 기자 = 베트남에서 한국으로 결혼 이주한 현모(44) 씨는 2019년부터 서울 동대문구 중랑교 밑에서 텐트를 치고 사실상 노숙 생활했다.

지적장애를 앓고 있는 한국인 남편과 결혼 후 아이를 낳아 기르던 그는 시어머니와의 갈등 끝에 2016년 이혼했다.

현씨는 시어머니의 폭언에 시달리고 종종 폭행도 당했다고 주장했다. 한국어가 서툰데도 공부하지 않고 아이와 남편을 제대로 돌보지 않는다는 게 이유였다.

이혼 후 기초생활수급자가 된 그는 고시원, 찜질방, 여성 노숙인 쉼터 등을 2년여간 전전한 끝에 2019년 중랑천변에 자리를 잡았다.

동대문구청은 주거와 한국어 공부 지원 등을 제안했지만 현씨는 모두 거부했다.

텐트에서 생활하는 탓에 주소지가 없었을뿐더러 구직 활동 등 수급 조건을 충족하지 못해 기초생활수급비조차 받지 못하게 된 현씨는 약 5년간 행인들이 적선한 돈으로 생활했다.

구청 관계자는 "여러 차례 설득을 시도했지만 본인이 완강히 거부해 복지 혜택을 제공하기 어려운 상황이었다"고 설명했다.

구청의 지속적인 퇴거 요청에 불응하던 그는 지난 3월 26일 중랑천 게이트볼 구장 인근의 구청 창고에 있던 기계를 망치로 부수고 불을 냈다.

불은 일부 자재만 태우고 20여분 만에 꺼졌다. 인명 피해는 없었다.

현씨는 수사기관에서 "중랑천을 청소하는 사람들 때문에 화가 났다. (그 사람들은) 퇴거하라는 내용이 담긴 종이를 텐트에 붙이고 나를 앞에 세운 뒤 사진을 찍었다"는 취지로 진술했다.

텐트에서 지낸 이유에 대해서는 쉼터 내 괴롭힘으로 돌아가고 싶지 않았고, 아이가 사는 곳 근처에 있고 싶었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22일 서울 동대문경찰서와 서울북부지검에 따르면 현씨는 지난 4일 공용건조물 방화 미수·특수재물손괴 혐의로 구속 기소돼 내달 법정에 선다.

전문가들은 현씨가 지방자치단체의 손길을 거부한 만큼 지원이 현실적으로 어려웠을 것이라면서도 이 기회에 제도상 미비점이 없는지 살펴봐야 한다고 조언했다.

정재훈 서울여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본인이 거부할 경우 복지 서비스가 제공되지 않는 것은 '자기 책임의 원리'라는 측면에서 당연하다"면서도 "이 여성에 대한 서비스나 지원이 촘촘하게, 연속적으로 이어졌는지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한 이주여성단체 관계자도 "이주여성이라 더 어려움이 있었겠지만 한국에서 태어난 여성도 얼마든 같은 상황에 놓일 수 있다"며 "사회 안전망을 보다 촘촘하게 만들어 복지 사각지대를 없애는 게 우선"이라고 제언했다.

[email protected]

연합뉴스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10886 "차관 입에 걸레 물었나"... 휴진일에 열린 의대교수 토론회는 살벌했다 랭크뉴스 2024.04.30
10885 선관위, 10년간 모든 경력채용서 비리…전 총장 아들 ‘세자’로 부르며 특혜 랭크뉴스 2024.04.30
10884 인권위, '카이스트 졸업식 강제퇴장' 진정 각하…"경찰 수사 중" 랭크뉴스 2024.04.30
10883 대낮 서울 아파트단지서 80대 흉기 습격한 중학생 검거(종합) 랭크뉴스 2024.04.30
10882 “5인 미만이지만 연차 주죠”···‘좋은 사장님’에게만 기대지 않으려면[노동법 밖 노동자①] 랭크뉴스 2024.04.30
10881 ‘영수회담’에 실망한 시민들 “성과 없는 ‘일방통행’…소통 기대 완전히 꺾여” 랭크뉴스 2024.04.30
10880 “한국 진짜 선진국 반열… 총선서 일본 패싱” 닛케이 보도 랭크뉴스 2024.04.30
10879 시흥 고가차로 공사장서 교량 상판 붕괴…중상 1명 등 6명 부상(종합) 랭크뉴스 2024.04.30
10878 2025학년도 의대 증원 1,550명 선 전망…국립대 대부분 증원분 50% 반영 랭크뉴스 2024.04.30
10877 반성 없는 이재명 살인미수범 “내 죄명이 살인미수? 분하다” 랭크뉴스 2024.04.30
10876 '세자'라 불리던 선관위 사무총장 아들, 면접서 만점 랭크뉴스 2024.04.30
10875 연금개혁 공론화 결론에 간극만 확인한 여야... 尹 언급대로 22대로 넘기나 랭크뉴스 2024.04.30
10874 이종섭 ‘2차 외압’ 있었나…국방부 재검토 문서도 번복된 정황 랭크뉴스 2024.04.30
10873 [속보] 법원, ‘의대 증원 금지’ 의대총장들 상대 가처분 ‘기각’ 랭크뉴스 2024.04.30
10872 [속보] 법원, 의대생이 총장 상대로 낸 ‘의대 증원 금지’ 가처분 ‘기각’ 랭크뉴스 2024.04.30
10871 사무총장 아들을 '세자'로 지칭···선관위, '채용비리'로 바닥 드러나 랭크뉴스 2024.04.30
10870 최저시급 영양사 구인공고 내더니…“육아휴직 이기적 집단” 랭크뉴스 2024.04.30
10869 복지부 “‘더 내고 더 받는’ 연금개혁 미래 부담 가중”…野는 “존중하라” 랭크뉴스 2024.04.30
10868 톱스타 "강도높은 액션? 제가 다했죠"…이런 거짓말 까발린 이 영화 랭크뉴스 2024.04.30
10867 [단독]‘납북귀환어부 사건’ 재심 청구 한다더니···법원에 미룬 검찰 랭크뉴스 2024.04.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