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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코에서 유연탄 하역장 건설
해변에 공사장 부산물 ‘검은 파도’
가동 시작되면 먼지 피해 불 보듯
정부 ‘2050 탈석탄’ 목표에 배치


강원 삼척 맹방해변의 별칭은 명사십리다. 곱고 부드러운 모래가 10리에 걸쳐 펼쳐진 장관이라는 뜻이다. 길게 뻗은 하얀 모래사장과 파란 바다가 맹방해변의 자랑이었다. 한때 방탄소년단(BTS) 앨범 재킷 촬영지로 알려져 많은 관광객이 찾던 명소이기도 했다. 그러나 푸르렀던 바다는 4년 만에 검은 파도를 토하고 있었다.

지난 20일 석탄화력발전소 삼척블루파워 상업운전 규탄 집회에 모인 시민들이 강원 삼척시 맹방해변에 조성 중인 석탄 하역부두 시설을 내려다보고 있다. 기후연대기구 제공


“흉물스럽기 그지없습니다. 그야말로 작정하고 파괴한 현장이에요.” 지난 20일, 성원기 강원대 공대 명예교수는 해변을 보면서 이렇게 말했다. 삼척블루파워 모회사인 포스코는 2020년 석탄화력발전에 쓰일 유연탄 하역장을 맹방해변에 짓기로 했다. 방파제를 짓자 해류가 바뀌었다. 넘실거리던 파도는 해변을 침식하기 시작했고, 다량의 모래가 유실됐다.

기후위기비상행동·석탄을넘어서 등 시민단체들과 공공운수노조는 이날 맹방해변 앞에서 삼척블루파워 상업운전을 규탄하는 집회를 열었다. 삼척블루파워는 전날 상업운전을 시작할 예정이었으나, 봄철 미세먼지 저감 대책의 하나로 운영이 5월로 연기됐다.

성 교수는 해변에 선 150명의 시민들을 향해 “지어서는 안 될 발전소를 지으면서 해변이 그야말로 초토화됐다”며 “검은 파도가 치는 이 참혹한 현장을 보라”고 말했다. 해안침식이 논란이 되자 포스코는 모래가 쓸려나간 자리에 공사장에서 나온 펄과 슬러지(하수 찌꺼기)를 쏟아부었다. 발전소 터에서 나온 석회석도 바다에 버렸다. 오염된 흙과, 그 흙에서 나온 독성물질에 죽은 명주조개 사체가 뒤섞여 검은색 파도를 일으키고 있었다.

환경단체는 맹방해변 훼손이 석탄화력발전소로 인한 참사의 예고편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통상 화력발전소는 인구 밀집 지역과 떨어진 곳에 지어진다. 화석연료를 태울 때 발생하는 미세먼지는 사망률을 2배 가까이 높이는 유독물질이기 때문이다. 포스코는 동양시멘트가 사용하던 석회석 광산에 발전소를 지었는데, 이 광산은 삼척시청을 포함한 시내 중심부와 불과 5㎞ 떨어져 있다.

발전소가 가동되면 연간 570t의 초미세먼지가 배출된다. 이 때문에 삼척 시민들도 발전소 가동에 부정적이다. 삼척블루파워 앞에서 건강원을 운영하는 김광열씨(72)는 “아무리 방진을 한다 해도 주민들은 피해를 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환경운동연합 조사에 따르면 주민 60%가 삼척블루파워 건설에 반대하고 있다.

근본적인 문제는 삼척블루파워가 가동되면 연간 1300만t의 온실가스를 내뿜는다는 것이다. 환경부는 2022~2023년 전력 부문에서 약 1000만t의 온실가스 감축 성과를 냈다고 최근 발표했는데, 2년간의 감축량보다 더 많은 온실가스가 매년 배출되는 셈이다. 기후연대기구는 “그간 탄소중립을 위해 정부가 펼친 각종 정책들을 헛수고로 만드는 수준”이라고 했다.

석탄화력발전소 가동은 정부의 2050 탈석탄 목표에도 반한다. 삼척블루파워가 수명대로 30년간 쓰일 경우 2050년을 넘어서까지 가동된다. 조은혜 기후정의동맹 활동가는 “현존 석탄화력발전소들은 에너지 전환 차원에서 폐쇄의 로드맵을 밟아가고 있는데 삼척블루파워는 짓던 거니까 마저 지었고, 지었으니까 가동한다는 논리를 편다”면서 “우리 사회시스템이 기후위기 최일선에서 존재의 위기를 겪는 생명보다 기업을 지키는 문제를 훨씬 중요하게 여긴다는 것을 증명한다”고 했다.

경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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