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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가길 조성에만 70억 들여
교통혼잡 등 주민 민원 빗발
대구 중구, 다시 4차로 확장
대구 중구 달성공원 인근 순종황제 어가길에 지난 18일 대례복 차림의 순종황제 동상이 서 있다.


역사 왜곡과 친일 미화 논란 등이 불거졌던 대구 ‘순종 황제 동상’이 7년여 만에 철거된다. 70억원이 넘는 혈세와 행정력 등을 낭비했다는 비판이 나온다.

대구 중구는 지난 17일 공공조형물심의위원회를 열고 ‘순종 황제 어가길 조형물’ 철거를 최종 결정했다고 21일 밝혔다. 이에 따라 이달 말까지 순종 황제 동상과 안내 비석 등이 철거될 예정이다. 또 올해 안으로 4억원을 들여 순종 황제 어가길 내 보행섬 등을 없앤다. 어가길을 닦으면서 2차로로 축소된 달성공원 진입로는 다시 4차로로 넓힌다.

달성공원 정문을 배경으로 중구 수창동에서 인교동까지 2.1㎞ 이어지는 어가길은 중구가 도시활력증진지역 개발사업의 하나로 2013~2017년 국비 35억원 등 70억원을 들여 조성했다. 대한제국 마지막 황제 순종이 1909년 1월 남순행(南巡行) 중 대구를 다녀간 것을 재현해 일대에 테마거리를 만들 계획이었다. 어가길에 숨겨진 구국·항일정신을 ‘다크 투어리즘’으로 승화시켜 미래지향적인 역사교육 공간으로 활용하려는 취지였다.

낙후된 인근 공구 골목을 개선하고 관광을 활성화하겠다는 목적도 있었다. 이를 위해 중구 측이 2억5400만원을 들여 어가길이 끝나는 달성공원 진입로에 5.5m 높이의 순종 황제 동상을 세웠다.

하지만 사업은 구상부터 친일 미화 논란에 휩싸였다. 순종의 남순행은 일제가 반일 감정을 무마하기 위해 순종을 대구와 부산 등으로 끌고 다닌 치욕의 역사라는 이유에서다.

당시 순종 황제의 대구 방문은 조선왕조에서 처음 이뤄져 주목을 받았다. 다만 대한제국이 실질적인 일본 제국주의의 식민지로 전락한 상태였기 때문에 일본의 의도가 깔려 있을 것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이에 대구 지역에서는 어가길과 동상 조성에 대한 비난 여론이 일었다.동상 철거 민원은 달성공원 인근에 3000가구가 넘는 공동주택이 들어서고, 상설 새벽시장이 활성화되는 등 유동인구가 늘면서 급증했다. 교통 혼잡 문제가 불거져 어가길을 없애달라는 주민과 상인들의 요구가 빗발친 것이다.

어가길 인근에서 2년째 공구상을 운영 중인 김모씨(60대)는 “차로가 작고 주차 공간도 부족해 주말마다 교통정체가 심했는데, 동상이 철거된다니 반길 일이긴 하다”면서 “들어간 세금과 철거하는 데 드는 돈이 너무 아깝다”고 말했다. 보행과 안전사고의 위험까지 생기자 철거 쪽으로 기울었다. 시민단체는 역사 고증이 필요한 사업을 지역사회와 충분히 논의하지 않고 추진한 결과라고 지적한다.

조광현 대구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사무처장은 “결국 동상 등의 철거로 수십억원의 혈세를 낭비하게 됐다. 역사적 평가가 엇갈리는 인물이나 사건에 대한 기념사업은 추진하지 않는 게 옳다고 본다”고 말했다.

경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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