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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장 번복한 작년 8월16일 이후
박 대령 긴급구제 의견 낸 적 없어
장관과 통화 사실 왜 숨겼나 의문”
이종섭 전 주오스트레일리아(호주) 대사가 지난 3월28일 오전 방산협력 관계부처 주요 공관장 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서울 종로구 외교부 청사 회의실로 이동하고 있다. 김혜윤 기자 [email protected]

“김용원 위원은 유유자적 그 자체였습니다. 마치 남의 일처럼.”

원민경(52) 국가인권위원회(인권위) 비상임위원이 채아무개 상병 순직사건 수사와 관련해 지난해 8월 국방부의 수사 외압을 강하게 비판하다가 이종섭 국방부 장관과 전화통화를 한 뒤 돌연 입장을 바꾼 김용원 인권위 상임위원 겸 군인권보호관을 작심하고 비판했다.

원 위원은 “(입장이 바뀐) 지난해 8월16일 이후 개최된 군인권보호위원회(군인권소위)에서 김 위원이 박정훈 대령에 대한 긴급구제 또는 보호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적극적으로 제시하거나 설득하는 것을 단 한 번도 보지 못했다”며 “본연의 역할을 하지 않고 불신과 의혹의 양산지가 돼버린 김용원 위원은 더는 그 자리에 있어서는 안 된다”고 했다.

원민경 인권위원. 인권위 제공

원민경 위원은 지난해 7월 국회(더불어민주당) 추천으로 인권위원으로 임명돼 김용원 위원이 소위원장을 맡은 군인권소위에 속해 군 인권 관련 진정사건을 처리해왔다.

한겨레는 채상병 순직 사건 논의를 비롯해 현재 군인권소위에서 벌어지는 일을 듣기 위해 20일과 21일 서면과 전화로 원 위원과 이야기를 나눴다. “인권위원으로 임명된 뒤 김용원 위원에 대해 더 단호하고 분명하게 대응하지 못한 점에 대해 깊이 사과드린다”는 말부터 꺼낸 그는 “군인권보호를 위해 애쓰는 군인권보호국 직원들의 고충을 잘 아는 입장에서 더 이상은 침묵할 수 없어 인터뷰에 응했다”고 했다.

원 위원은 인권위원 임명 전 2021년 고 이예람 중사 사망사건 직후 설치된 민관군 합동위원회 제2분과(성폭력 예방 및 피해자 보호개선 분과) 위원장과 후속조치 이행을 위한 자문단으로 활동하기도 했다. 당시 민관군 합동위원회 4개 분과 활동을 통해 나온 권고안이 독립적인 군인권보호관 출범이었다. 2022년 7월 박찬운 전 상임위원이 초대 군인권보호관을 맡았고, 현재는 김용원 상임위원이 이어서 군인권보호관을 맡고 있다.

최근 ‘채 상병 특검법안’(순직 해병 수사 방해 및 사건 은폐 등의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검사의 임명 등에 관한 법률안)을 국회에서 조속히 처리해야 한다는 여론이 이는 가운데, 김용원 위원과 이종섭 당시 국방부 장관이 민감한 시기에 무슨 통화를 했는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김 위원은 지난 16일 한겨레에 “(국방부 외압 비판 성명을 낸) 8월9일 이후 국방부 장관과 전화 통화를 했다”고 시인했으나, “전화 통화 후에도 입장 변화는 없었다”는 주장을 되풀이해왔다. 김 위원은 이틀 뒤인 18일에도 성명을 내어 “‘(김 위원이)채상병 순직 사건에 대한 국방부의 외압을 강하게 비판했다가 입장을 정반대로 바꾸는 과정에서 이종섭 당시 국방부 장관과 통화한 것으로 드러났다’는 홍익표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의 발언 내용은 모두 허위사실에 기초한 것으로서 군인권보호관의 명예를 심대히 훼손하는 것이므로 강한 유감을 표시한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원민경 위원은 “그동안 왜 지극히 평범한 국방부 장관과의 통화 내용 및 사실을 밝히지 않았는지 의문”이라며 “아마도 김 위원은 통화한 사실이 가져올 후폭풍에 대해 잘 알고 있을 것이고 지금 후폭풍이 시작되는 중”이라고 했다.

김용원 위원이 박정훈 대령의 긴급구제 안건 기각과 관련해 책임의 화살을 송두환 인권위 위원장과 원민경 위원에게 돌리는 것에 대해서도 비판했다. 김 위원은 18일 낸 성명에서 “송두환 위원장이 지난해 8월17일과 24일 상임위에 안건을 상정하지 않았다”고 했고 “8월29일 군인권소위에서 긴급구제 신청 건이 기각될 때 원민경 위원도 동의했다”고도 했다.

이에 대해 원민경 위원은 ‘궤변’이라고 잘라 말했다. “(입장이 바뀐 게 아니라면)김용원 위원은 임시 상임위 개최를 요청하거나 다양한 방법으로 박 대령에 대한 보호책을 모색했어야 하는데 전혀 그렇지 않았다”는 것이다.

긴급구제 신청 기각에 원 위원이 동의했다는 주장에 대해서는 “당시 해병대 징계위원회가 박정훈 대령에게 견책이라는 경징계를 내려 (나도) 국방부가 박정훈 대령에게 구속영장을 바로 청구하리라고는 미처 예상치 못했다”면서 “그러나 구속영장 청구 소식을 듣고 사안의 심각성을 생각해 긴급히 김용원 상임 위원에게 면담 신청을 하고 긴급구제의 필요성을 전달하면서 군인권소위 재소집을 요구했으나 답변을 얻지 못했다”고 했다.

원 위원이 당시 상황을 설명하며 말했다. “김 위원은 (재소집을 요구한) 당시 유유자적 그 자체의 반응을 보이며 마치 남의 일처럼 ‘아무개 위원이 참석이 어렵다고 할 텐데…’라는 거였어요. 긴급한 안건이면 시간·장소·방법 관계없이 논의해야 하는 것 아닌가요? 8월9일 성명을 발표할 때와 분위기가 완전히 달라져서 의구심이 들었습니다.”

원 위원은 한 달에 한 번가량 김용원 위원 주재로 열리는 군인권소위 회의(비공개) 진행에 대해서도 지적했다. “전원위원회와 상임위원회는 공개라도 되고 다른 위원들도 있어 언쟁이라도 하지만, 군인권소위는 김용원 위원의 독재와 일방통행식 성향이 더욱 극단적으로 발현된다”고 했다.

그는 “박정훈 대령 진정 사건에 대한 심리에서도 김 위원은 군인권보호관으로서 재판 중임을 이유로 각하의견을 갖고 참석하여 경악을 금치 못했다”며 “소위에서 추가 논의가 필요한 상황인데도 딱 잘라서 의결하겠다고 발언하고 제가 좀 더 논의하자고 하면 ‘위원장이 의결하겠다’고 하는 경우가 다반사라 참다못해 의결을 막기 위해 회의실 밖에 나갔다가 온 적도 있다”고 했다.

김용원 위원은 이충상 위원 등과 함께 인권위 소위에서 3명의 위원 중 1명만 반대해도 해당 진정이 자동기각되도록 하자는 이른바 ‘소위원회에서 의견 불일치일 때의 처리’(소위 의결방식) 안건을 전원위에 올렸지만 아직 심의 및 의결을 거치지 않은 상태다. 그런데도 본인 뜻대로 해석한 ‘자동기각’ 방식을 군인권소위에서 멋대로 적용하는 중이라는 것이다.

원 위원은 “채상병 순직사건의 공정한 수사야말로 국가안보와 직결된 문제다. 불공정한 수사로 국민의 의혹을 야기하는 현 상황이 매우 안타깝다”고 말을 맺었다.

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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