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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 야구부 선수들이 지난 19일 경민대를 상대로 20년만에 창단 2승째를 거둔 뒤 정석 감독을 헹가레치고 있다. | 서울대 야구부 제공


순수 아마팀에 가까운 서울대 야구부가 20년만에 창단 2승째를 거뒀다. 1977년 창단해 2004년 송원대를 상대로 첫 승리를 따낸데 이어 20년만에 다시 한 번 승리를 추가했다. 통산 성적은 공식 집계가 되지 않지만, 첫승을 거뒀을 때 199패였다. 2승을 거두는 동안 400패가 넘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서울대는 지난 19일 강원도 횡성에서 열린 한국대학야구연맹 U리그대회 B조 3주차 경민대와의 경기에서 9-2로 이겼다. 전날 한국골프대와 3-3 무승부를 기록한 서울대는 이튿날 경민대를 상대로 경기 초반인 2회와 3회 각 4점씩을 뽑는 공격력을 바탕으로 9-2, 7회 콜드게임 승리를 따냈다.

경민대는 창단한지 얼마 안되지만 엘리트 야구 선수 출신들이 모인 팀이다. 반면 서울대는 통산 성적이 말해주듯 ‘체육특기자’가 없는 순수 아마팀에 가깝다.

그래도 최근 수년간 공부를 병행한 엘리트 선수 출신들이 조금씩 입학하고 있다. 지난 2013년 덕수고 외야수 이정호가 수시를 통해 체육교육과에 입학한 것을 시작으로 덕수고 내야수 이서준(22년 수시), 신일고 투수 박건우(22년 정시) 등이 입학하면서 전력이 강화했다. 이서준은 이날 2번 유격수로 선발 출전해 3타수 1안타 2타점을 기록했고 3회부터 마운드에 올라 3이닝을 2안타 3삼진 무실점으로 호투하며 승리투수가 됐다. 박건우는 4번타자로 나섰다.

서울대가 9-2로 승리한 경기 전광판 모습 | 서울대 야구부 제공


경기고 1학년까지 야구를 했던 김유안은 이후 공부에 전념해 서울대 건설환경공학부에 입학했고, 야구부에 합류했다. 선수 시절 키가 안 자라 고민했던 김유안은 오히려 나중에 키가 컸고, 최고구속 142km를 던진다. 김유안은 1번 2루수로 선발 출전해 4타수 1안타 2타점, 2득점을 기록했고 6회부터는 마운드에 올라 2이닝 1실점으로 승리를 지켰다.

경기 초반 대량득점으로 20년만의 승리 가능성이 커지자 서울대 야구부 OB들이 모인 메신저창이 들썩이기 시작했다. ‘두근두근’부터 ‘설레발 금지!’까지 메신저창이 쉴새없이 깜빡였다. 7회초 공격이 끝나고 콜드게임 승리가 확정되는 순간 서울대 선수들이 마운드에 모여 어깨동무를 했다. 상대팀에 대한 예의를 갖추느라 소리를 죽인 서울대 선수들은 경기가 완전히 끝난 뒤 정석 감독을 헹가레치며 그제서야 20년만의 첫 승을 자축했다.

LA 다저스에서 뛰었던 정석 감독은 이광환 감독의 뒤를 이어 2020년부터 서울대 감독을 맡고 있다. 정석 감독은 경기 뒤 선수들에게 “실력으로는 분명히 다른 대학 선수들에게 부족할 수 있지만, 지금까지의 노력을 고려하면 충분히 승리를 누릴 자격이 있는 팀”이라고 말했다.

서울대 야구부 선수단이 지난 19일 승리 뒤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 서울대 야구부 제공


2013년 선수 출신으로 처음 서울대 야구부에 합류한 이정호는 현재 서울대 야구부 코치다. 이 코치는 “전날 한국골프대와 아쉽게 무승부를 기록한 뒤 저도, 선수들도 경민대 상대 분석을 열심히 했다. 영상과 기록 찾고 서로 공유하고 정리하고 분석하면서 준비를 꼼꼼히 했다. 그런 노력들이 모인 덕분인 것 같다”고 말했다.

서울대 야구부는 운영방식이 조금 다르다. 학업은 물론 과외 등 아르바이도 해야 하기 때문에 매일 모여서 훈련할 수없다. 대신 선수들은 ‘1주 4참’을 기본으로 한다. 야구부 매니저 6명이 선수들의 개인 일정을 확인해 훈련 스케줄을 짠다. 화요일과 토요일은 팀 훈련을 하고 나머지는 기술 훈련이다. 오후 4~5시쯤 시작해 오후 9시쯤 끝난다.

서울대 야구부원들이 야구를 하는 이유는 당연히 “야구를 사랑해서”다. 경기 전 후 선수들은 둥글게 모여서 ‘라운딩 회의’를 한다. 이 코치에 따르면 경민대 경기 전 선수들은 라운딩 회의에서 “한 명이 잘 해도 팀이 잘 한 거고, 한 명이 못 해도 팀이 못 한 거다. 우리는 모두 한 팀”이라고 말했고, 감격적인 승리 뒤에도 “감독 코치님, 매니저 6명, 벤치 멤버 등 우리 모두 중에서 1명이라도 없었으면 오늘 승리 없었다”고 말했다.

야구의 승리를 만드는 건 실력만이 아니라 의지와 노력, 서로를 믿는 신뢰라는 걸 서울대 야구부가 20년만에 다시 한 번 보여줬다.

경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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