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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대 경비원이 관리소장의 갑질과 괴롭힘을 폭로하고 극단적 선택을 한 서울 강남구 대치 선경아파트단지에서 지난해 11월28일 경비원이 업무를 보고 있다. 문재원 기자


아파트 경비원 A씨에게 관리소장은 계약에도 없는 부당한 업무를 지시했다. 관리소장은 A씨가 쉬는 것을 볼 수 없다는 듯 휴게시간에도 일을 시켰고, 자신의 사적인 빨래까지 지시하기에 이르렀다. A씨는 노동청에 진정을 넣었지만 직장 내 괴롭힘을 인정받지 못했다. A씨는 이후 회사에서 계약만료를 통보받았다.

아파트 경비원 등 경비·보안·시설관리·환경미화 노동자들이 괴롭힘에 취약한 구조에서 일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은 ‘초단기 계약’ 때문에 제대로 항의하기도 어렵고, 다단계 하청구조 탓에 법의 도움을 구하기도 힘들다. 노동인권단체 직장갑질119는 지난해부터 경비·보안·시설관리·환경미화 노동자들이 보내 온 메일제보 47건을 분석해 21일 주요 사례를 공개했다.

이들은 관리소장, 입주자 등 다양한 행위자들에게 괴롭힘을 당했다. 한 경비원은 “관리소장의 끝없는 갑질과 폭언, 부당업무지시 때문에 정신과 진료를 받고 있다” “소장은 고압적인 자세로 업무를 지시하고, 툭하면 직원들을 모아놓고 내보낸다며 갑질을 한다”고 했다. 그는 “신고도 해봤지만 저 혼자 계약기간 종료로 잘렸다”고 했다.

한 아파트에서는 입주자 회장이 술을 마시고 전기실에 들어가는 일이 있었다. 경비원들이 “위험하니 더 이상 들어오시면 안 된다”고 말리자 회장은 “인간성이 좋지 못한 직원은 잘라야 한다”고 했다. 회장을 말린 직원들은 결국 퇴사해야 했다.

민주노총 전국민주일반노동조합원들과 대치 선경아파트 경비원들이 지난해 11월28일 서울 강남구 대치 선경아파트 단지에서 경비원 50% 감원 반대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문재원 기자


이들 대부분은 초단기 계약을 맺는 탓에 갑질에 더 취약하다. 2019년 아파트 경비노동자 고용안정을 위한 조사연구 및 노사관계 지원사업 공동사업단이 발간한 ‘전국 아파트 경비노동자 실태조사 보고서’를 보면, 경비원 94%가 1년 이하 단기 계약을 맺고 일하고 있었다. 부당한 대우에 목소리를 냈다가는 개선은커녕 계약만료를 걱정해야 하는 처지다.

다단계 하청구조도 문제로 지적된다. 이들에게 괴롭힘을 가하는 주된 행위자는 관리소장 등 원청 직원인데, 현행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은 원청 등 다른 회사 직원의 괴롭힘에 대응할 수 없기 때문이다. 입주민의 갑질에도 사실상 대처가 어렵다.

지난해 3월 서울 강남구 대치 선경아파트에서는 한 경비원이 관리소장의 갑질을 호소하며 숨졌다. 동료들은 노조를 만들어 개선을 요구했는데, 입주자대표회의와 관리사무소는 지난해 12월31일 경비 용역업체를 교체하며 경비원 76명 중 44명에게 해고를 통보했다. 이들의 요구도 초단기 계약 시정 등이다.

임득균 직장갑질119 노무사는 “용역계약 구조에서 입주민과 관리소장의 갑질은 직장 내 괴롭힘으로 접근하기도 어려울 뿐 아니라, 초단기 근로계약으로 인해 갑질에 대응하기도 어렵다”며 “근로기준법 상 직장 내 괴롭힘의 범위를 확대하고, 초단기 계약 근절 및 용역회사 변경 시 고용승계 의무화를 통한 고용불안 해소가 우선이 돼야 한다”고 했다.

경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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