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대법원 전경, 뉴스1

대검 소속 진술분석관이 아동 피해자를 면담한 영상이 있더라도, 정식으로 조서를 작성하지 않은 영상이라면 법적으로 증거능력을 인정할 수 없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대법원 2부(주심 권영준 대법관)는 친딸이 아홉 살일 때부터 성적으로 학대한 친모 A씨에게 징역 8년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밝혔다. A씨의 지인 C‧D씨도 A씨의 딸을 성추행하고 유사성행위를 한 점이 인정돼 각각 징역 7년 및 징역 3년 6개월의 형을 확정받았다.

2009년생인 피해 아동은 2018년부터 피해를 당해오다가, 2021년 학교 선생님에게 피해 사실을 말하면서 처음 사건이 알려졌다. 법원은 A씨가 C씨와 아이 앞에서 4차례 성관계를 하고, 아이에게 유사성행위를 시키는 등 성적 학대는 물론이고 과도로 찌를 듯이 위협하는 등 아동학대 혐의를 인정하고 유죄로 판단했다.

다만 피해 아동이 진술한 영상(피해 아동의 진술분석관 면접 영상)만 있고 그 밖의 증거가 없는 부분은 무죄로 봤다. A씨가 새로 결혼한 남편인 B씨와도 아이 앞에서 성관계를 하고, B씨는 아이를 직접 성폭행한 혐의에 대해서였다. C씨도 아이에게 유사성행위를 한 혐의가 있었지만 법원은 이를 인정하지 않았다.



대검 진술분석관이 일선 검찰청 내려가 한 면담… “증거 못 쓴다”
검찰은 무죄가 난 부분을 뒤집기 위해 ‘피해 아동의 진술분석관 면접 영상’의 증거능력을 인정해달라며 대법원까지 다퉜다. 이 영상은 대검찰청 소속 진술분석관이 일선 검찰청에서 피해아동을 만나 약 6시간 15분간 묻고 듣는 장면을 촬영한 영상이었다. 성폭력범죄처벌등에 관한 특례법은 13세 미만 피해자의 경우 수사기관이 정신·심리상태에 대한 소견 및 진술 내용에 대한 의견 조회를 전문가로부터 듣도록 정해두고 있어 촬영한 것이었다.

검찰은 진술 신빙성을 검증하는 차원의 면담이고, 수사를 담당하던 검찰청의 정식 조사가 아니라 보고, 진술조서를 별도로 만들지 않았다. 검찰은 ‘수사관이 아닌 진술분석관이 한 면담이기 때문에, 수사과정 외의 영상으로 보고 증거능력을 인정할 수 있다’는 주장을 펼쳤다.

그러나 대법원은 이 영상을 “진술분석관의 소속 및 지위, 영상 제작 경위 목적 등을 보아 수사 과정 중에 작성된 영상파일”이라고 판단했다. 대법 판단에 따라 수사 과정 중 영상으로 보면 증거능력을 인정하기 위해 필요한 서류가 부족했다. 수사와 관련한 영상이라면 적법한 조서도 함께 작성됐어야 하는데 없었고, 검찰은 성특법에서 정해둔 외부 전문가의 분석을 추가로 내지 않았다.



2021년 헌재 ‘위헌’ 결정 나비효과… 수사 초기 영상 다툼 급증
2021년까지는 성특법 30조 6항에 ‘피해자 진술 영상물은 당시 동석한 신뢰관계인‧진술조력인이 인정한 경우 피해자 직접 신문 없이 증거로 할 수 있다’는 조항에 따라, 진술분석관 등이 면담한 피해자의 수사 초기 진술 영상을 ‘내가 피해자와 만나 촬영한 영상이 맞다’고만 하면 증거로 채택할 수 있었다.

그러나 2021년 12월 헌법재판소에서 “피고인의 반대신문권이 보장되지 않은 영상은 증거능력을 인정할 수 없다”며 위헌 결정을 내렸고, 2023년 법이 전면개정되며 법정에 피해자가 직접 나와 진술하게 됐다. 그 과정에서 피해자가 과거 진술 영상과 다른 말을 하는 경우가 생겼고, 과거 영상의 증거능력을 놓고 다투는 일이 급증했다.

현재 법령으로는 이 사건 영상의 증거능력을 인정받을 방법이 없다. 굳이 보완하자면 영상을 외부 전문가에 보내 신뢰도 평가를 의뢰하고, 평가서에 진술이 인용된 부분에 대해 증거능력을 인정받을 수 있는 정도다. 수사 당시에는 적법하게 증거로 쓸 수 있는 방법으로 남긴 영상을, 법 개정으로 쓸 수 없게 된 셈이다.

이번 판결은 ‘진술분석관은 성특법 33조에서 정해둔 전문가가 아니다’라고 선을 그은 대법원 첫 판결이다. 수사 일정 등 편의를 위해 채용한 대검 소속 진술분석관은 ‘수사기관’으로 봐야지, ‘외부 전문가’로 볼 수 없다는 설명이다.

중앙일보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12370 與 “野 ‘민주유공자법’ 본회의 직회부, 의회 폭거이자 입법 독재” 랭크뉴스 2024.04.23
12369 호수에 차 놓고 사라진 건설사 대표…전북 정·재계 뒤집혔다 [사건추적] 랭크뉴스 2024.04.23
12368 정무위, 가맹사업법·민주유공자법 본회의 직회부 랭크뉴스 2024.04.23
12367 개강 미뤄도 의대생 안 돌아온다…5월 집단유급 앞 대학들 딜레마 랭크뉴스 2024.04.23
12366 [단독] 검찰, 뇌물 수수 혐의로 현직 경찰 체포 랭크뉴스 2024.04.23
12365 민주 “공직기강비서관까지 전방위 관여…채상병 특검 받아야” 랭크뉴스 2024.04.23
12364 '탈하이브' 내부문건 파문까지‥"탈취 시도"·"보복해임" 난타전 랭크뉴스 2024.04.23
12363 [속보]野, ‘가맹사업법’· ‘민주유공자법’ 본회의 직회부 의결 랭크뉴스 2024.04.23
12362 “이대로만 나와다오”...기아 첫 픽업트럭 타스만 공개 랭크뉴스 2024.04.23
12361 [속보] 가맹사업법·민주유공자법 본회의 직회부…정무위서 야권 단독 의결 랭크뉴스 2024.04.23
12360 8강서 만난 황선홍-신태용‥지는 쪽은 올림픽 못 간다 랭크뉴스 2024.04.23
12359 이준석 "尹 대통령, 다급해지면 말 듣는 척… 대선 때도 질 것 같으니 90도 인사" 랭크뉴스 2024.04.23
12358 전국 의대교수들, 매주 하루 '외래진료·수술 중단' 논의한다 랭크뉴스 2024.04.23
12357 "조민 포르쉐" 발언 강용석 등 항소심도 무죄‥"명예훼손 안 돼" 랭크뉴스 2024.04.23
12356 “조민 포르쉐 탄다” 의혹 제기한 가세연 2심도 무죄···명예훼손 불인정 랭크뉴스 2024.04.23
12355 유명 '악어백' 디자이너, 보호 야생동물 상품 밀수로 징역형 랭크뉴스 2024.04.23
12354 신동빈 롯데 회장에 쏟아진 찬사...남몰래 선행 ‘화제’ 랭크뉴스 2024.04.23
12353 선우은숙 "유영재, 내 언니 5차례 강제추행…이혼 결정적 계기" 랭크뉴스 2024.04.23
12352 "日 통화 당국 어쩌려나"…엔화 가치 34년 만에 최저 랭크뉴스 2024.04.23
12351 국힘 윤재옥, 이재명 25만원 민생지원금에 “생산적 의제 다뤄야” 랭크뉴스 2024.04.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