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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리바바
‘알리의 반성’이 최근 중국에서 이슈다.
" 진정한 고객이 누구인지 잊어버려 사용자를 위한 가치 창출을 하지 못했다. 경쟁 압박을 느끼지만 알리는 이제 돌아왔다. " 4월 3일 알리바바의 공동 창업자이자 이사회 의장인 차이총신(蔡崇信, Joseph Chai)이 외신과의 인터뷰에서 한 말이다.

그는 “지난 몇 년 동안 알리는 뒤처졌다”라고 말하며 그간의 실수를 인정했다. 5년 전에 은퇴한 마윈(馬雲·알리바바 그룹 명예회장)도 알리 인트라넷에 ‘개혁과 혁신으로《緻改革 緻創新》’라는 제목의 글을 올리며 올해는 KPI를 쫓기보다 스스로 인정하고 고객 가치의 궤도로 돌아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알리바바는 작년 3월 28일부터 블록버스터급 조직 변화를 추진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변화의 핵심은 원래의 큰 그룹을 1+6+N 모델로 나누는 것으로 이때 1은 알리 그룹, 6은 타오톈(淘天·타오바오와 티몰 등 중국 내 전자상거래)을 포함한 6대 사업 부문, N은 기타 기업을 나타낸다. 즉, 각 분야의 영웅들에게 흩어져서 각자의 길을 가게 한 다음 누구의 능력이 더 뛰어난지 보려고 했다. 그런데 잘 안 풀렸다.

작년 11월 말, 알리바바가 핀둬둬(테무의 모기업)에 시장가치를 추월당하고 마윈은 이례적으로 내부 연설을 한다. 알리는 변할 것이고 개선할 것이며 모든 위대한 회사는 추운 겨울에 탄생한다는 내용이었다.

아무래도 알리가 뒤척거리는 것 같다. 조직 변화 발표 후 지금까지 알리바바에 많은 일이 일어나고 있다.

알리바바 그룹의 자회사인 Alibaba Network Technology Company는 며칠 전 법정 대리인을 변경했다. 3월 말에는 알리바바의 자회사인 썬아트리테일도 CEO를 바꿨다. 더 거슬러 올라가 3월 중순, 알리바바 그룹의 CEO인 우융밍(吳泳銘, Eddie Wu)은 전 직원에게 프레시포(Freshippo·중국명 허마셴성)의 설립자인 60세 허우이(侯毅)가 프레시포의 CEO직에서 물러나 은퇴할 것이라는 내부 서한을 보냈다. 얼마 전에는 마윈과 차이총신이 알리 주식 보유량을 늘렸다.

요즘 들어 알리바바 내 변동이 특히 잦았는데 그중 가장 큰 변화는 사업 전략이다. 작년의 ‘스핀오프’에서 올해 ‘집중’으로 바뀌었다. 흩어졌던 세력이 다시 모이고 있는 것이다. 알리바바 경영진도 허마셴셩(盒馬鮮生·알리바바의 창고형 마트)과 차이냐오(菜鳥·알리바바 그룹의 물류 계열사)의 IPO 계획에 선을 긋는 등 전략적인 '시정' 조치를 내놓고 있다.


진정한 고객을 위해!
중국 내 이커머스 시장 성장률이 정점을 찍은 뒤, 내수 시장은 정체기를 겪고 있었다. 이에 주요 플랫폼들은 최근 몇 년 사이 글로벌 시장에 눈을 돌렸다. 이는 타오바오의 사촌 동생뻘인 B2C 크로스보더 이커머스 플랫폼, ‘알리익스프레스’가 2010년에 태어나 자란 배경이기도 하다.
알리익스프레스
" 全球速賣通 " 작년부터 한국에서 열일 중인 알리익스프레스의 중국어 명칭이다. 순서대로 앞에 두 자는 ‘온전할 전’, ‘공 구’ 자로 글로벌을 뜻한다. 나머지 한자는 ‘빠를 속’, ‘팔 매’, ‘통할 통’ 자로 ‘빠르게 팔 수 있는 루트’ 정도로 해석할 수 있겠다.
" 전 세계로 빠르게 팔 수 있는 루트 " 이때 주체는 누굴까? 빠르게 팔면 누가 가장 좋을까?

바로 판매자다.

알리익스프레스나 타오바오 같은 플랫폼 입장에서 고객(客户)과 사용자(用户)는 같지 않다. 고객은 플랫폼에 돈을 내는 판매자고 제품을 구매해 사용하는 소비자는 플랫폼 사용자를 뜻하기 때문이다.
" 세상에 어려운 비즈니스가 없게 하라(讓天下沒有難做的生意) " 슬로건만 봐도 그동안 알리바바의 고객은 판매자였음을 쉽게 알 수 있다. 알리익스프레스의 행보도 이와 맥을 같이 한다. 알리바바가 무서운 기세로 한국에 투자해 판매자를 유치하면서 알리익스프레스를 키우고 있지 않은가. 알리바바는 본래 판매자를 위한 플랫폼이 맞았다.

그랬던 알리바바가 최근 들어 그 포커싱을 소비자, 사용자로 옮기겠다고 발표했다. 이들에게 최상의 경험을 제공하고자 기업 분사 계획은 전부 철회하고 핵심 사업인 이커머스에 집중하겠다는 것이다. 아직도 쇼핑 경험과 관련해서는 안 좋은 후기가 차고 넘치지만, 알리바바는 사용자 경험을 개선하기 위해 대대적인 구조 조정을 진행하고 있다.

어느 정도 위치까지 올라가면 잘못을 발견해도 인정하기는 쉽지 않다. 그런데 알리바바는 차이총신과 마윈이 직접 나서서 그간의 실수를 인정하고 익숙하지 않은 길을 걷겠다고 말했다. 한 명의 소비자로서 더 나은 경험을 약속하는 알리바바에 기대를 걸어 본다.

박지후 차이나랩 에디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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