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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김경윤 기자 = 웹툰 작가라는 단어는 더 이상 기안84(본명 김희민)를 온전히 수식하지 못한다.

기안84 개인전 '기안도' 포스터
[한국타이어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지난달 23일부터 이달 20일까지 서울 성동구 성수동 대림창고 갤러리에서 열린 기안84의 개인전 '기안도'는 이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듯하다.

작가의 두 번째 개인전인 이 전시는 '시간', '자화상', '반려인', '별이 빛나는 부동산' 등 소제목으로 나뉘어 있다.

주제는 조금씩 다를지 몰라도 대부분의 작품 속에 작가의 대표 웹툰 '패션왕', '복학왕'의 주인공 우기명 캐릭터의 형상이 녹아들어 있다.

작가는 '자화상' 시리즈 설명을 통해 "사람을 마주하는 시간보다 내가 만들어낸 '우기명'이라는 캐릭터를 마주하는 시간이 더 길었다"며 "이 캐릭터의 표정들이 마치 내 자화상처럼 느껴진다"고 설명했다.

다만, 우기명의 트레이드 마크인 바가지 머리를 제외하고는 공통점을 찾기 어렵다. 어딘가 '찌질'하고 그래서 공감 가는 부분이 많았던 우기명 대신, 마치 텅 빈 로봇이나 도자기 인형 같은 느낌이 강하다.

'유전자 엔딩'이나 '마지막 커플', '반려인' 등을 통해서는 밝지만, 무미건조하고 외로운 인물 이미지를 그렸다.

'유전자 보존의 역사를 끝낸다'라거나 '번식은 잘되지 않는다'는 설명 문구와 함께 목에 투명한 구조물을 찬 남녀 캐릭터를 등장시켰다. 이 구조물은 마치 중성화 수술을 한 개나 고양이의 목 카라를 연상시킨다.

기안84의 '빛나는 초상화'
[촬영 김예나. 재판매 및 DB 금지]


'별이 빛나는 부동산' 속 한강 물에 일렁이는 고급 아파트와 아예 비즈를 활용한 '빛나는 자화상'도 인상 깊다. 화려한 요소들을 오히려 공허함을 강조하는 도구로써 빛을 발한다.

기안84는 2021년 7월 '복학왕' 완결 이후로 웹툰을 그리지 않고 있다.

통상 웹툰 작가의 공백기는 수개월에서 수년에 달한다. 기안84가 다시 웹툰을 만드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공공연히 한 발언들을 돌이켜보면 앞으로는 웹툰작가가 아니라 화가로만 그를 만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기안도'는 26일부터 다음 달 24일까지 부산 기장 아난티 컬처클럽에서도 관람객을 만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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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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