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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S] 김수헌의 투자 ‘톡’
실적 평가에 중요한 ‘영업이익’에
무형자산 손상액도 새로 포함돼
자산손상평가 기피 부작용 우려
시행 전 세부쟁점 점검할 필요
지난달 20일 경기 수원시 수원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삼성전자 정기주주총회 모습. 공동취재사진

삼성전자의 영업이익은 어떻게 산출될까. 이 회사의 ‘주된 영업활동’은 반도체, 휴대폰, 그리고 각종 디지털 전자기기를 제조하고 판매하는 일이다. 따라서 이들 제품을 판매해 얻는 매출액에서 매출원가와 판매비용 및 관리비용(판관비)을 뺀 값이 영업이익이 된다. 그럼 기계장치(유형자산)를 장부가격보다 더 높은 가격으로 매각해 남긴 이익은 어떻게 될까. 유형자산 매각은 삼성전자의 주된 영업활동이 아니므로 ‘영업 외 이익’의 범주에 포함시킨다. 장부가격보다 낮게 판다면 ‘영업 외 비용’으로 처리될 것이다. 영업이익에서 이러한 영업 외 이익과 비용을 더하거나 빼면 세전 순이익(법인세 비용 반영 전 순이익)이 산출된다. 여기서 법인세 비용을 차감하면 손익계산서의 사실상 최종 귀착지인 당기순이익을 얻을 수 있다.

우리나라 투자자들은 회사의 실적을 평가할 때 영업이익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다. 회사의 본질적인 영업활동에서 창출한 이익으로 여기기 때문이다. 기업을 분석하는 애널리스트도 마찬가지다. 따라서 투자자 설명회를 여는 기업들은 영업이익에 대한 설명에 집중하고 많은 시간을 할애한다.

투자·재무활동 제외한 손익

그런데 2027년부터는 상장기업 손익계산서의 모양과 내용이 바뀐다. 특히 영업이익 산출 방식이 지금과는 크게 달라질 것으로 보인다. 국제회계기준위원회가 ‘재무제표의 표시와 공시’에 대한 새 기준(IFRS18)을 확정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는 2011년부터 한국채택국제회계기준(K-IFRS)을 전면 도입했고, 모든 상장기업은 이 기준을 사용하고 있다. 따라서 기업은 새로운 기준에 따라 손익계산서를 작성해야 하고 투자자들은 이를 제대로 해석해야 하는 부담을 안게 됐다. 문제는 새 기준에 따른 영업이익 산출 방식이 지금과는 많이 달라, 걱정하는 목소리가 업계에서부터 나오고 있다는 점이다.

새 기준인 아이에프알에스18에서는 영업손익을 ‘투자손익과 재무손익을 제외한 모든 손익’으로 규정한다. 매출액에서 매출원가와 판관비를 차감해 영업손익을 산출하는 현재 손익계산서와는 차이가 크다. 이렇게 되면 이전까지 영업 외 이익이나 비용으로 취급하는 항목들이 영업손익으로 들어올 수 있다. 예를 들면 회사가 보유한 유형자산(기계설비나 건물 등)이나 무형자산(산업재산권, 상표권 등)을 처분해 발생하는 손익 같은 것들이다.

원래 아이에프알에스에는 ‘영업손익’에 대한 개념 규정이 없었다. 이 때문에 우리나라가 2011년 아이에프알에스를 도입할 때도 영업손익 산출에 대해 기업들에 자율성을 부여했다. 그 결과 적지 않은 혼란과 착시가 발생했다. 예를 들어 어떤 해운사의 영업이익이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알고 보니 보유 중인 선박(유형자산)을 매각해 얻은 차익을 영업이익에 포함시켰다. 반면 또 다른 해운사는 이를 영업 외 이익으로 처리했다. 개별 회사의 재무제표에 붙은 주석을 일일이 확인하지 않으면 같은 업종 내 기업 간 실적 비교가 어려웠다. 결국 금융당국은 과거 회계기준(일반기업회계기준)에 맞춘 영업손익을 산출하게 함으로써 혼란을 해소했다. 이번 아이에프알에스18은 아예 영업손익에 대한 정의를 새로 도입했다. ‘투자활동과 재무활동을 제외한 범주에서 발생하는 손익’으로 규정했기 때문에 예전 같은 기업 간 비교 가능성 혼란은 별로 없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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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정한 영업활동의 성과란

그러나 한 기업의 과거 실적 비교에서는 착시가 발생할 수 있다. 물론 2027년 결산 재무제표를 공시할 때, 같은 기준으로 수정 결산한 2025~2026년 재무제표를 병행 표시함으로써 과거 실적과 비교 가능성을 높일 수는 있겠다. 그럼에도 우려되는 부분이 없지 않다. 예컨대 ㄱ기업이 ㄴ기업을 인수한다고 해보자. ㄱ은 ㄴ이 보유한 고객 네트워크나 기술력, 브랜드 등의 가치 평가액을 연결재무제표에 무형자산으로 반영할 수 있다. 인수 이후 업황 악화나 시장 규제 등 어떤 이유로 ㄴ의 실적이 계속 망가졌다. 그러면 ㄱ은 무형자산 가치가 하락한 것으로 보고, 가치 손상 정도를 회계적으로 평가해야 한다. 장부에 50억원으로 잡아놓았던 무형자산을 재평가했더니 10억원으로 산출되었다면 40억원만큼은 손상비용으로 처리해야 한다. 현재는 이것이 영업 외 비용에 반영된다. 일상적 영업활동에서 발생하는 비용이 아닌 비경상 손실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아이에프알에스18에 따른 손익계산서에서는 이를 영업손익에 반영해야 할 가능성이 높다. 카카오의 예를 들어보자. 이 회사는 2023년 7조5570억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영업이익은 4609억원인데 당기순이익은 무려 1조8167억원의 적자로 전환했다. 영업권을 포함한 무형자산 손상액 1조8822억원이 영업 외 비용으로 반영됐기 때문이다.

새 기준을 적용하면 어떻게 될까. 영업이익 단계에서부터 1조3558억원 적자가 발생했다고 결산해야 할 것이다. 카카오가 본질적 영업활동에서 1조원이 넘는 적자를 냈다? 아마 주가는 크게 폭락할 것이다. 카카오는 2023년 결산을 하면서 보수적으로, 다시 말해 적극적으로 무형자산의 손상을 털어냈다. 만약 이를 영업손익에 반영해야 한다면 이처럼 손상평가를 적극적으로 할 수 있었을까? 새 기준 아래에서 많은 기업들이 자산손상평가를 기피하는 부작용이 우려된다.

코스닥 상장기업은 영업손실이 4개년 또는 5개년 지속되면 시장조치(관리종목 지정 또는 상장폐지 실질심사 대상 선정)가 따른다. 수년간 영업적자를 낸 기업은 자산손상평가에 소극적일 수밖에 없을 것이다. 자산손상을 영업 외 비용으로 처리하는 지금도 금융감독원 감리에 적발되는 사례 가운데 상당수는 손상평가를 제대로 하지 않은 경우다.

2027년 결산 시 새 기준에 따른 손익계산서를 작성하면서 거액의 무형자산 손상을 영업손익에 포함시켰다고 해보자. 새 기준을 적용한 2025~2026년 수정 손익계산서를 병행 제시한다고 해도 상당수 투자자들은 비경상 손실(무형자산 손상)이 야기한 영업이익의 급락을 체감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자회사를 많이 거느린 지주회사의 경우 자회사가 창출한 이익을 지분율만큼 끌어온다. 이를 지분법 이익이라 하는데 지금은 영업이익 산출에 포함시킨다. 새 기준에서는 이를 투자범주로 보기 때문에 영업 외 이익으로 간주한다. 지주회사 영업이익의 감소가 불가피해지는 셈이다. 이 밖에도 새 기준에 따른 영업이익이 진정한 영업활동의 성과인지에 대한 의문이 생길 수도 있다. 이는 기업가치 평가 시 ‘잡요소’를 제거해야 하는 불편을 야기한다. 업계는 금융당국과 회계기준원이 남은 기간 동안 국제회계기준위원회와 세부 사안들을 명확하게 조율해주길 바라고 있다.

MTN 기업경제센터장

‘기업공시완전정복’ ‘이것이 실전회계다’ ‘하마터면 회계를 모르고 일할 뻔했다’ ‘1일 3분 1회계’ ‘1일 3분 1공시’ 등을 저술했다.

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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