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19세기 100만 마리서 현재 300마리로 감소
36년 전 냉동 보관한 암컷 세포로 복제
2020년 첫 성공, 복제 개체 3마리로 늘어
유전적 다양성 늘려 야생 복원에 도움 기대

36년 전 냉동한 암컷 검은발족제비 세포로 복제한 안토니아./USFWS

36년 전 냉동한 암컷 검은발족제비 세포로 복제한 노린./USFWS


판다처럼 눈에 검은 마스크를 쓴 동물이 있다. 검은발족제비(black-footed ferret)이다. 둘 다 멸종 위기에 몰렸다는 공통점도 있다. 미국 과학자들이 36년 전 냉동한 세포로 멸종 위기에 몰린 검은발족제비를 복제하는 데 성공했다. 검은발족제비 복제는 2020년 처음 성공했지만, 후손을 얻지 못했다. 이번에 두 마리를 추가로 복제해 개체 수를 늘리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미국 어류야생동물보호국(USFWS)은 “지난해 5월 노린(Noreen)과 안토니아(Antonia)라는 이름을 가진 검은발족제비(black foot ferret) 두 마리가 복제 방식으로 태어났다”고 지난 17일(현지 시각) 밝혔다. 두 검은발족제비는 모두 1988년 윌라(Willa)라는 이름의 야생 암컷에게서 채취해 냉동 보관해온 조직으로 복제됐다.

19세기 100만 마리서 현재 300마리로 급감
검은발족제비는 몸통은 희거나 연한 갈색을 띠고 꼬리와 발, 눈에 검은색 무늬가 있다. 북아메리카대륙의 평원에 산다. 1800년대에는 야생 개체 수가 50만~100만 마리에 달했지만, 농경지가 늘면서 서식지가 사라지고 전염병마저 돌면서 현재 300마리 수준으로 급감했다.

과학자들은 야생 검은발족제비를 포획해 사육하면서 개체 수를 늘려왔다. 윌라는 처음에 포획된 야생 검은발족제비 중 하나이다. 윌라는 생전 새끼를 낳지 못했지만, 샌디에이고 있는 냉동 동물원(Frozen Zoo)에 자신의 유전자와 조직 시료를 남겼다. 냉동 동물원은 약 1000종에서 채취한 세포와 정자, 배아 시료를 1만개 이상 냉동 보관하고 있다.

검은발족제비 복제 과정. 검은발족제비(윗줄 맨 앞)에서 채취한 체세포를 사육 족제비(아랫줄 맨 앞)에서 얻은 난자와 융합해 복제 수정란을 만든다. 난자는 미리 핵을 제거해 수정란의 유전자는 체세포와 같다. 복제 수정란을 배양한 후 대리모 암컷에 이식해 복제 검은발족제비를 탄생시킨다./USFWS

연구진은 윌라의 냉동 세포를 배양해 수를 늘렸다. 이 세포를 사육 중인 암컷 족제비에서 채취한 난자와 융합해 복제 수정란을 만들었다. 융합 전에 미리 난자의 핵을 제거해, 수정란의 유전자는 윌라 세포와 같다. 마지막으로 복제 수정란을 대리모 암컷의 자궁에 이식해 자라도록 했다. 복제 양 돌리를 탄생시킨 것과 같은 체세포 핵융합 복제 방식이다.

검은발족제비 복제는 이번이 두 번째이다. 앞서 2020년에 역시 윌라의 조직으로 엘리자베스 앤(Elizabeth Ann)이 처음으로 복제됐다. 아쉽게도 앤은 후손을 낳지 못했다. 앤은 콜로라도주에 있는 검은발족제비 보호 센터에 살고 있는데 수컷에는 전혀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 수컷과 짝짓기를 한다고 해도, 선천적으로 생식 기관에 문제가 있어 새끼를 낳을 수 없다고 USFWS는 밝혔다.

검은발족제비 유전적 다양성 높일 수 있어
노린은 현재 검은발족제비 보호 센터에 살고 있으며, 안토니아는 버지니아주에 있는 스미소니언 국립동물원보존생물학 연구소에 있다. USFWS는 “노린과 안토니아는 모두 건강하며 정상적으로 성장하고 있다”며 “두 마리 모두 짝짓기가 가능한 나이가 되면 번식에 사용될 예정”이라고 밝혔다.

과학자들은 복제 동물이 검은발족제비의 유전적 다양성을 늘릴 수 있다고 평가했다. 2020년 앤, 지난해 노린과 안토니아를 탄생시킨 윌라의 조직에는 현재 개체군에서 평균적으로 발견되는 것보다 유전적 변이가 3배나 많았다. 지금 검은발족제비에 없는 이러한 유전자를 기존 개체군에 도입하면 종의 유전적 다양성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USFWS는 밝혔다.

2020년 최초로 복제한 검은발족제비인 엘리자베스 앤. 생식기에 문제가 있어 후손을 낳지 못했다./USFWS

현재 사육 중인 검은발족제비는 복제 개체 3마리를 제외하고는 모두 1980년대에 포획된 야생 개체 7마리의 후손이다. 조상이 같아 유전적 다양성이 제한될 수밖에 없다. 한 동물이 전염병에 걸리면 모두 위험해진다. 그만큼 개체 수 회복에 어려움이 있다. 과학자들은 복제를 통해 검은발족제비의 유전적 다양성을 늘리고 자연에 풀어주는 방식으로 개체 수를 늘릴 계획이다. 물론 노린과 안토니아를 수컷과 짝짓기시켜 번식하는 노력도 포함된다.

USFWS는 앞서 미국 8개 주 34개 지역과 캐나다, 멕시코에서 검은발족제비를 자연에 재도입했다. 과거 검은발족제비는 서식지가 줄고 전염병이 돌면서 수가 급감했다. USFWS는 세계자연기금(WWF)과 손잡고 검은발족제비를 전염병으로부터 지키기 위해 몬태나주 서식지 일대에 드론으로 페스트 백신을 살포하는 계획도 추진했다.

백신은 프레리도그(Prairie Dog)를 목표로 했다. 검은발족제비는 설치류인 프레리도그를 잡아먹고, 그들의 굴도 사용한다. 이 때문에 프레리도그가 페스트에 걸리자 검은발족제비도 위기를 맞았다. 프레리도그가 백신을 먹고 페스트에 대한 저항력을 기르면 검은발족제비의 생존 가능성도 커진다.

땅콩 버터 맛이 나는 페스트 백신. 검은발족제비는 페스트에 걸린 프레리도그를 잡아 먹어 개체 수가 급갑했다. 미국 정부는 프레리도그에게 이 백신을 살포해 검은발족제비를 보호할 계획이다. 벡신은 프레리독이 쉽게 알아볼 수 있도록 파란색으로 염색됐다./WWF

참고 자료

USFWS(2024), https://www.fws.gov/press-release/2024-04/innovative-cloning-advancements-black-footed-ferret-conservation

USFWS(2021), https://www.fws.gov/press-release/2021-02/genetic-research-boosts-black-footed-ferret-conservation-efforts

조선비즈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9994 '혐한' 日 아이돌, 한국 화장품 기업 모델 됐다··· "소비자 무시" 랭크뉴스 2024.04.28
9993 “혐의자·죄명 다 빼라” 유재은, 이르면 29일 공수처에 추가 소환 랭크뉴스 2024.04.28
9992 "홧김에 아버지 살해" 주장한 30대 아들… '친족 살해' 검색했다 랭크뉴스 2024.04.28
9991 "이만 해산, 아니 산회하겠습니다" 단어 하나에 술렁 日 중의원 왜? 랭크뉴스 2024.04.28
9990 [단독] '420조 슈퍼리치' UAE 대통령, 내달 중순 한국 온다 랭크뉴스 2024.04.28
9989 윤 대통령 만나는 이재명, 민생·정치 현안 ‘선명성’ 부각할까 랭크뉴스 2024.04.28
9988 5일 만에 25만잔 팔렸다…출시하자마자 대박난 이 음료 랭크뉴스 2024.04.28
9987 조국 "중전마마 눈치보는 나라 아냐‥채상병 '판도라 상자' 열릴 것" 랭크뉴스 2024.04.28
9986 외통수 걸린 與 '채 상병 특검법'... '이탈표' 나오면 자중지란 랭크뉴스 2024.04.28
9985 "저도 尹 지지한 국민의힘 당원" 박 대령 모친 "대통령 사과해야" 랭크뉴스 2024.04.28
9984 기자단 만찬서 트럼프 때린 바이든…"난 6살 애와 맞붙는 어른" 랭크뉴스 2024.04.28
9983 '비윤' 김도읍 "원내대표 출마 않는다"‥'친윤' 이철규 단독 출마? 랭크뉴스 2024.04.28
9982 조국, ‘천막 농성’ 조희연 찾아 “정치적 의도로 학생-교사 갈라치기 안 돼” 랭크뉴스 2024.04.28
9981 창원 돝섬유원지 선착장 부근서 90대 추정 남성 숨져 랭크뉴스 2024.04.28
9980 ‘비윤’ 김도읍, 국민의힘 원내대표 경선 불출마 랭크뉴스 2024.04.28
9979 MS·애플·엔비디아·구글, '시총 2조 달러 클럽'‥중국 GDP 절반 이상 랭크뉴스 2024.04.28
9978 서울의대 교수들, 오는 30일 휴진하고 '의료의 미래' 심포지엄 랭크뉴스 2024.04.28
9977 “너무 많은 ‘개저씨’들”… ‘국힙 원탑 민희진’ 힙합 티셔츠까지 랭크뉴스 2024.04.28
9976 AI칩 영토 넓히는 이재용… 반도체 '히든 챔피언' 獨 자이스 방문 랭크뉴스 2024.04.28
9975 尹대통령 만나는 이재명, 민생·정치 현안 '선명성' 부각할까(종합) 랭크뉴스 2024.04.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