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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 창원시 내서읍 완충녹지에 불법 조성된 파크골프장에서 동호인들이 경기하는 모습.

■ 고속도로 옆 인기 파크골프장, 알고 보니 '불법'

경남 창원시 한 고속도로 옆 녹지에는 만 5천여 ㎡ 규모의 파크골프장과 주차장이 있습니다.

지금부터 5년 전인 2019년 초 들어선 시설인데요.

입구에는 일반인의 출입을 제한하고, 특정 회원들만 사용할 수 있다는 현수막과 CCTV까지 있습니다.

이곳은 창원시파크골프협회 회원 천8백 명이 즐겨 사용하던 곳입니다.

남해고속도로 옆 완충녹지에 조성된 파크골프장과 주차장.

문제는 이 파크골프장과 주차장이 '불법'으로 만들어졌다는 겁니다.

파크골프장이 들어선 곳은 '완충녹지'로, 국가 소유 땅인 국유지입니다. 한국도로공사가 관리하는 땅입니다.

'완충녹지'는 도시계획에 따라 체육시설이 들어설 수 없어, 이런 시설이 들어서기 위해서는 도시계획 변경 등을 통해 '자연녹지'로 용도를 바꿔야 합니다.

그런데도 일부 동호인들은 이곳에 체육시설인 파크골프장을 만들고, 도로공사에 임대료조차 내지 않고 있었습니다.

비회원의 파크골프장 출입을 금지한다는 현수막.

■ 무단 점유 '5년'…"변상금 부과 불가능"

동호인들이 이 땅을 무단으로 점유한 기간은 5년이 넘습니다.

하지만 한국도로공사 측은 이 땅의 무단 점유자가 불특정 다수여서 변상금을 부과할 수 없었다며, 사실상 국유지 관리에 손을 놓고 있었습니다.

무단 점유자들이 조직적으로 활동하는 게 아닌, 단순히 파크골프를 좋아하는 주민들이라는 겁니다.

이 때문에 도로공사는 불특정 다수인 주민들이 변상금 부과 대상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밝혀왔습니다.

게다가 국유지를 불법으로 쓸 수 없도록 폐쇄 조치라도 해야 하지만, 경고문을 붙이는 것 외에는 별다른 제지도 없었습니다.

하지만 이런 도로공사의 논리가 잘못됐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신현목 변호사는 "점유를 하지 않고 사용하거나 독점적이지 않은 여러 사람이 점유하는 상태에도 변상금을 부과할 수 있다"고 지적합니다.

신 변호사는 "변상금 부과는 행정청의 재량을 허용하지 않는 기속행위로, 변상금을 부과할 수 있음에도 하지 않으면 국공유재산의 관리업무 소홀로 평가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KBS의 보도 이후 한국도로공사는 뒤늦게 변상금 부과를 위한 법적 검토 등을 진행하고 있으며, 변상금을 부과하지 않은 것과 관련해 담당자의 규정 위반 행위가 확인되면 자체 감사 절차에 따라 조치하겠다고 밝혔습니다.

한국도로공사가 산정한 무단 점유 변상금은 5억 5천만 원대입니다.

창원시파크골프협회는 회원 모집 안내문을 통해 불법 파크골프장에서 현장 접수한다고 공지했다.

■ '나라 땅' 무단 점유 특정 단체 동호인

취재진은 누가 파크골프장과 주차장을 만들었는지 직접 찾아봤습니다.

취재진이 확보한 파크골프장 조성 기록에는 2018년 12월에 해당 국유지를 파크골프장으로 만들기로 하고, 수개월에 걸쳐 구장을 만든 내용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파크골프장 조성 주체는 불특정 다수가 아닌 창원시파크골프협회 소속 동호인들이었습니다.

또 창원시파크골프협회는 회원 모집 안내문을 통해 마산지역 신규 회원은 해당 불법 파크골프장에서 현장 접수한다고 설명했습니다.

불법으로 만들어진 파크골프장에 설치된 먼지털이 기계에도 '창원시파크골프협회 마산구장'이라는 표지판이 부착돼 있었습니다.

취재가 시작되자 동호인들은 해당 표지판을 제거하고, 한국도로공사와 행정 절차가 마무리될 때까지 파크골프장을 폐쇄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창원시파크골프협회 측은 협회 차원의 결정이 아닌 일부 동호인들이 파크골프장을 만들었다며 협회와 관련성을 부인했습니다.

불법 파크골프장의 흙먼지 털이기에 부착된 표지판.

■ 국회의원은 '협상' 나서고…창원시는 '잔디' 깔아주고

이처럼 국유지를 무단으로 점유하는 과정에서 해당 지역구 국회의원과 지자체는 무엇을 했을까요?

창원시파크골프협회 측은 애초 해당 지역구 국회의원인 윤한홍 의원이 도로공사와 협의해준 덕분에 국유지에 파크골프장을 만들 수 있었다는 입장입니다.

2019년 초부터 4년 넘게 국유지를 공짜로 쓰고 있다가 지난해 중순, 도로공사 측에서 갑자기 임대료를 내야 한다고 말했다는 겁니다.

윤한홍 의원도 KBS와 통화에서, 지역구 민원을 해결하기 위해 동호인들이 국유지를 무상으로 쓸 수 있도록 도운 점을 인정했습니다.

윤 의원은 "고속도로 바로 옆에 있는 땅을 쓰지 말라고 하면 못쓰기 때문에 쓸 수 있도록 자신이 도로공사 실무자들과 협의를 하고, 협상을 해줬다"고 답했습니다.

불법인 것을 알았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윤 의원은 "놀고 있는 국유지를 주민들이 공짜로 쓰면 도로공사도 좋은 것"아니냐는 반응이었습니다.

창원시의 해당 파크골프장에 대한 조치도 논란입니다.

창원시는 2021년 4월과 2022년 3월, 두 차례에 걸쳐 이곳에 천연 잔디를 깔아줬습니다.

잔디값만 3천8백만 원, 시민들의 세금입니다.

게다가 창원시는 녹지 관리 인력을 동원해 잔디까지 심어줬습니다.

창원시는 파크골프장을 이용하는 주민들이 불편하기 때문에 잔디를 심어줬다고 밝혔습니다.

특정 동호인들만 쓰는 체육시설에 세금과 노동력을 지원한 것도 문제이지만, 잔디를 심는다는 사실을 한국도로공사에 알리지도 않았습니다.

중장년층에게 큰 인기를 끌고 있는 파크골프장. 급증하는 동호인 수에 비해 시설과 인프라가 부족하다면, 분명 보완이 필요합니다. 다만 누구에게나 공평하게, 합법적인 법의 테두리 안에서 진행되어야 할 것입니다.

창원시와 한국도로공사는 뒤늦게 해당 파크골프장이 들어선 이 땅의 용도를 자연녹지로 바꾸는 도시계획 변경 절차를 논의하고 있습니다.

[연관 기사]
‘나라 땅’에 파크골프장…불법 점유 ‘5년’

https://news.kbs.co.kr/news/pc/view/view.do?ncd=7941002
불법인데…‘잔디 깔아주고, 의원도 돕고’
https://news.kbs.co.kr/news/pc/view/view.do?ncd=7942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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