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피해자 치과·한방치료가 의료비의 59% 차지
해수부 "의료비 신체치료 과다…취지와 달라"
지원금 지급에 '세월호 연관성' 의사소견 필수의학계 "주무부처 트라우마 이해 부족" 지적
"4·16세월호참사 피해자 의료지원금이 외상 후 스트레스장애(PTSD) 등 심리치료 및 트라우마(심리적 외상) 추적관찰 취지와 달리 치과·한방치료에 편중됐다."

의료비 지원기한을 5년 연장하는 내용을 담은 세월호피해지원법 개정안이 18일 야당 단독으로 본회의에 회부되자 해양수산부가 강한 유감을 표명하며 밝힌 사유다. 해수부는 관련 수치까지 밝히며 반발했는데, 2014~2022년 세월호 피해자에 대한 의료비 지원내역 분석 결과 지원금 약 59%가 치과·한방치료에 편중됐다고 강조했다. 특히 2021~2023년 비급여 전체 지원액 29억2,900만 원 중 치과·한방치료 비중이 68%에 이른다고 덧붙였다. 신체치료를 받는 경우가 더 많아 지원에 제한이 필요하다는 게 해수부의 취지다. 해수부 주장이 합당한지 살펴봤다.

①세월호 피해자 의료비, 신체 치료에 편중?

경기 안산시 단원구 화랑유원지에서 2020년 4월 16일 열린 '세월호 참사 6주기 기억식'에서 4·16합창단이 공연하고 있다. 연합뉴스


절반만 맞는다.
보건복지부가 신체·정신치료를 분리 집계하기 시작한 2016년부터 지난해까지 의료비를 받은 2,535명(중복 포함) 중 정신치료로 분류된 이는 32%(805명)다. 나머지는 해수부가 언급한 치과·한방 포함 신체치료를 받았다. 하지만 이는
단순 진료 과목으로 나눈 수치다
. 정신적 스트레스에 기인한 신체 질환은 고려되지 않았다는 얘기다. 해수부 관계자도 19일 "심리적 문제가 신체 질환으로 발현되는 부분 관련 인과관계 검토까지 하진 못했다"고 말했다.

더욱이 정신치료를 받은 피해자는 2016년 43명에서 지난해 142명으로 3배 이상 뛰었다. 치료가 필요한 피해자가 외려 늘어난 셈이다. 정신치료 비중이 상대적으로 적어, 참사 10년이 지나 지원을 제한·중단해야 한다는 논리는 맞지 않는다.

②치과·한방치료는 받으면 안 되나?

서울 종로구 청운효자동주민센터 앞에서 2014년 4월 29일 열린 세월호 탑승자 무사생환 기원 및 사망자 추모집회에서 참가자들이 촛불을 들고 있다. 뉴시스


트라우마와 신체 질환의 인과관계는 상당하다는 것이 의학계 중론이다.
특히 면역력 약화에 따른 치주질환 발생이 대표적이다. 미국 치주학회에 발표된 '치주질환과 스트레스, 심리적 요인과의 연관성(2007년)'에 따르면, 치주질환 원인 중 심리적 요인·스트레스가 57.1%를 차지했다. 연구진은 "불행한 사고의 경험이나 불안한 심리적 요인이 치주질환을 증가시킬 수 있다"고 적시했다. 실제 '세월호 재난으로 자녀를 잃은 부모의 내적 경험에 관한 질적 연구(2017년)' 참여자 17명 모두 치아가 흔들리거나 빠지는 경험을 했다고 밝혔다.

치아뿐 아니다. '대한민국 재난 충격 회복을 위한 연구(2021년)'에서 2015~2020년 세월호 피해자 추적관찰 결과, 유가족이나 생존자 가족 중 10%가 사고 전엔 없던 대장암·갑상선암·뇌출혈, 무릎 연골·소화기계 질환 등으로 진단·수술을 받았다. 연구를 총괄한 채정호 가톨릭대 서울성모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
트라우마를 겪으면 심리·신체·행동적 이상을 가져오는데, 면역력 저하와 치아·근골격계 손상은 흔하다
"며 "
몸과 마음을 구분하고, 치료에 기한을 정한다는 정부 발상 자체가 황당하다
"고 지적했다.

③세월호 피해자, 과도한 처방받나?

게티이미지뱅크


사실이라 보기 어렵다.
지침상 의료지원금은 '4·16세월호참사로 인한 신체적·정신적 질병·부상과 후유증의 치료에 소요되는 비용'에 지급되고,
사고 연관성 입증을 위한 의사소견서가 필수
다. 이 때문에 인정을 못 받은 피해자도 적잖다. 정신과 외 과목도 사고 연관성을 판단하기 위해 정신치료 기록 등을 고려한다는 것이 의학계 설명이다. 해수부가 지적하는 피해자들의 치과·한방치료도 전문가의 사고 연관성 인정으로 이뤄졌다는 얘기다.

세월호 참사로 딸을 잃은 A씨는 눈물을 너무 많이 흘려 혈관이 터지면서 망막 이상 진단으로 두 차례 수술을 받았다. 또 척추가 어긋났고, 잇몸도 무너져 치아 4개를 잃었다. A씨는 "최소한 정부가 전문가들의 의견을 들어봐야 하는 것 아니냐"며 "자식을 먼저 떠나보내 눈이 터지고 피를 쏟는 심정을 이해한다면 국민을 지키지 못한 정부가 이럴 수는 없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백종우 전 한국트라우마스트레스학회장은 "세월호 참사와 인과관계가 있는 경우만 치료지원이 승인됐는데 해수부 주장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며 "주무부처가 트라우마에 대한 최소한의 감수성이 있는지 의심된다"고 꼬집었다.

한국일보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12032 尹 하루 두번 카메라 앞…직접 인선발표, 질문도 받았다 랭크뉴스 2024.04.22
12031 ‘스탠리 대란’ 일으킨 크록스 임원, 다시 크록스로 랭크뉴스 2024.04.22
12030 월가와 헤어질 결심···마지막 지점 철수하는 JP모건 랭크뉴스 2024.04.22
12029 용산 '구원투수'에 첫 여의도 비서실장…'소통·정무' 강화 방점(종합) 랭크뉴스 2024.04.22
12028 “눈치 주지 않고 눈치 보지 말자” MZ 공무원 이탈 막는 ‘10계명’ 등장 랭크뉴스 2024.04.22
12027 “우크라 포격전력, 러시아에 10배 차 밀렸다”…서방지원 이미 늦었나 랭크뉴스 2024.04.22
12026 윤 대통령, 하루 두 번 직접 발표…정무수석에 홍철호 랭크뉴스 2024.04.22
12025 윤 대통령, 새 비서실장 정진석·정무수석 홍철호…야당 “실망” 랭크뉴스 2024.04.22
12024 [단독] 제도권 편입에도 60억원대 금융사고 터진 온투업 랭크뉴스 2024.04.22
12023 尹, 총선 후 첫 외부 행사 '과학계 달래기'..."R&D 예타조사 획기적으로 바꾸겠다" 랭크뉴스 2024.04.22
12022 尹-李 영수회담 실무협상 무산…민주 “일방적 취소 통보받아” 랭크뉴스 2024.04.22
12021 아들 다치자 학대의심…어린이집 교사 똥기저귀로 때린 학부모 랭크뉴스 2024.04.22
12020 "도어스테핑 부활했나"…17개월만 하루 2번 기자질문 받은 尹 랭크뉴스 2024.04.22
12019 “파업 의사 출입 금지” 내건 미쉐린 식당…의료계 비난 [이런뉴스] 랭크뉴스 2024.04.22
12018 ‘윤-이 회담’ 준비 회동 무산…민주당 “대통령실이 일방 취소해 유감” 랭크뉴스 2024.04.22
12017 [속보] 尹-李 영수회담 실무협상 무산…민주 “일방적 취소 통보받아” 랭크뉴스 2024.04.22
12016 “누가 환자들 삶의 시간을 정하는가” 꿈적 않는 의료계에 환자들 호소···정부는 ‘의료개혁’ 재확인 랭크뉴스 2024.04.22
12015 20만원 대출 다음날 "90000% 이자"…나체사진으로 협박했다 랭크뉴스 2024.04.22
12014 추억 자극한 ‘수사반장’ 성공적 출발··· 전설의 드라마, 잇단 리메이크 열풍 랭크뉴스 2024.04.22
12013 G7 비교해도 한국 과일 채소 등 소비자물가 상승률 1위 랭크뉴스 2024.04.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