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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삼이사들도 시험을 못 봤으면 뭐가 부족했는지 따져보게 마련이다. 이른바 엘리트 출신이 득실대는 국민의힘이라면 더 예민할 법도 하다. 그 평가가 정권의 향방, 나아가 나라의 방향을 큰 틀에서 정하는 총선이라면 더 말할 필요 없을 테다. 이런 게 상식이라면 지금 국민의힘 행태는 비상식에 가깝다.

총선 대패로 한동훈 전 비상대책위원장이 사퇴한 이후 ‘실무형 비상대책위원회→6월 말 전당대회’로 차기 지도부 윤곽을 잡긴 했다. 국민의힘 당직자는 “아무도 이렇다 할 대안을 내지 않으니 개연성 75%의 ‘윤재옥 비대위’가 95% 확률로 현실화했다”고 해석했다.

대안을 내려면 위기의식이 필요하다. 22대 국민의힘 당선인들의 모습은 ‘보수정당 사상 첫 총선 3연패’, ‘민주화 이후 집권당 최소 의석수’ 같은 불명예와 거리가 멀었다. 위기의식은 커녕 16일 열린 당선인 총회는 생환과 국회 입성을 축하하는 모습뿐이었다. 다음날 임시 지도부가 의견 수렴차 기획한 초선 오찬에도 전체 28명 중 딱 절반인 14명만 참석했다.

최연소 초선인 김용태(경기 포천ㆍ가평) 당선인은 총회 후 “저는 윤석열 정부가 국정 방향이나 목표는 전반적으로 옳았다고 생각한다”며 당 주류 언어를 되풀이했다. 대통령실 출신의 조지연(경북 경산) 당선인은 언론 인터뷰에서 “현 상황을 누구의 책임론으로 몰고 싶지 않다”고 여당 위기, 대통령 지지율 하락을 방어했다. 지도부 오찬 불참자들에게선 “갑자기 잡힌 모임이라 참석이 어려웠다”, “22일 총회가 또 있는데 이야기가 매번 반복된다”는 말이 나왔다. 대구경북 지역의 한 당선인은 총회 분위기가 한가한 게 아니냐는 지적에 “오늘 오찬은 상견례 형식 자리라, 구체적 쇄신을 논할 분위기는 아니었다. 처음 만나자마자 무거운 이야기를 하긴 좀 그렇지 않나”고 했다.
기존 지도부가 사퇴하고, 정부 출범 후 4번째 비대위를 맞는 집권당에서 나올법한 말은 아니었다. ‘경황도, 경험도 없어 그렇다’고 이해하기엔 그들이 처한 상황은 절박하다. 경험이 부족한 초선에게 기대하는 건 혁신이다. 뭉쳐야 목소리를 낼 텐데 이미 전에 비해 그 입지부터 쪼그라들었다. 22대 국민의힘 초선 비율은 25.9%로 전체 평균(43.6%)을 한참 밑돌고, 그마저도 네 명 중 셋(75%, 21명)이 안방인 영남 지역구다. 비례 위성당인국민의미래를 합해도 여당 초선은 44명(40.7%)으로 4년 전 (58명, 56.3%)보다 15% 이상 줄어들었다.

여권 관계자는 “권력 핵심부에 잘 보여야 공천을 받는 분위기 속에서 날 선 비판이 그 존재 이유를 상실했다”고 꼬집었다. 물론 21대 국회 때부터 초선들은 눈치만 보고, 되레 중진이 쇄신을 외치는 뒤바뀐 풍경이 여야 공통의 문제긴 했다. 하지만 국민의힘 초선의 존재감이 이전보다 더 작아진 건 한동훈 비대위 체제 ‘현역 불패’ 공천 부작용이라는 걸 부인하기 어렵다.

그래서일까. 당에선 패장(敗將) 책임론도 이미 사라졌다. 여당 일부는 “당을 볼모로 대권 플랜을 가동한 이재명 민주당 대표와 뭐가 다르냐”고 비판하지만, 한쪽에선 한 전 위원장의 전당대회 출마설도 나온다. 2인자로 총선을 지휘한 윤재옥 대표 대행도 대안 부재 속에 차기 비대위원장 취임을 눈앞에 두고 있다.

왜 이렇게 지리멸렬할까. 국회에서 잔뼈가 굵은 한 인사는 “용산이 얼마나 굽힐지 도대체 가늠할 수가 없다. 괜히 먼저 움직였다가 또 무슨 참극이 터질지 모르는 노릇”이라고 푸념했다. 총선 당일부터 ‘수직적 당정 관계’를 핵심 패인으로 자인하고도, 당 구성원 모두가 연일 대통령실 인사에만 촉각을 곤두세운다. 이쯤 되니 당선인들이 입으로만 쇄신을 외치는 속마음도 조금은 들리는 듯하다. ‘당은 망했지만, 나는 살았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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