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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 정수연씨, 2월 뇌출혈로 쓰러져
5명에 심장, 폐, 간, 좌우 신장 기증
50대 가장 정수연씨 생전 모습. 한국장기조직기증원


20년간 희소질환을 앓으면서도 타인에게 베푸는 삶을 살았던 50대 가장이 장기기증으로 5명의 생명을 살리고 숨을 거뒀다.

18일 한국장기조직기증원에 따르면 지난달 15일 인천 인하대병원에서 정수연(52)씨가 심장, 폐장, 간장, 좌우 신장을 5명에게 기증했다. 정씨는 지난 2월 29일 자택에서 뇌출혈로 쓰러져 병원으로 이송돼 수술을 받았지만 뇌사에 빠졌다.

강원 평창군에서 1남 1녀 중 장남으로 태어난 정씨는 평소 사람들과 어울리기를 좋아했다. 선반 제작 회사에서 기계 설계 근무를 하며 가족들을 부양했다. 직장에서는 성실한 직원이었고, 가정에서는 자상한 남편이자 아빠였다.

정씨는 20년 전 갑작스럽게 '보그트 고야나기 하라다병'이라는 희소질환을 진단받았다. 다기관 자가면역 질환으로 포도막염과 망막박리 등 시력이 악화하는 질병이다. 두통과 어지러움, 백반증 같은 피부질환 등 안구 외 증상도 동반된다.

정씨는 희소질환을 앓으면서도 주변을 돌봤다. 그는 수화통역사이자 사회봉사자인 아내를 도와 청각장애인들을 대상으로 목욕 봉사를 했고, 쓰러지기 직전까지 교회에서 주차 봉사를 하며 남을 돕는 일에 솔선수범했다.

정씨는 평소 장기기증에 대해 고민해왔다. 그는 8년 전 유방암 4기 진단을 받은 아내에게도 주변에 투병하는 환자들을 안타깝게 여기며 장기기증을 하고 싶다는 의사를 종종 밝혔다고 한다.

정씨의 아내 김미영씨는 "아픈데도 20년 동안 최선을 다해 가장으로서, 남편으로, 아이들 아빠로서 살아준 게 너무 자랑스럽다"며 "나중에 천국에서 만나면 나를 제일 먼저 맞아줬으면 좋겠다. 고맙고 정말 사랑한다"고 그리운 마음을 전했다.

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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