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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병대 예비역 연대 회원들이 지난달 21일 ‘채 상병 특검법’ 수용을 촉구하는 손팻말을 들고 있다. 김혜윤 기자 [email protected]


김종대 | 연세대 통일연구원 객원교수

총선 개표가 완료된 뒤에 안철수 의원은 방송에서 ‘채 상병 특검법’과 관련해 “저 개인적으론 찬성이다. 찬성표를 던질 계획”이라고 했다. 사흘 뒤에 국민의힘에서 최다선으로 당선된 조경태 의원도 방송에 나와 “우리 당이 민주당보다 먼저 국민적 의혹을 해소하기 위한 노력을 해야 한다”며 특검법에 찬성하는 입장을 밝혔다. 당시 언론은 5월 국회에서 특검법이 표결되면 여당에서 최소 4표 이상, 많게는 8표 정도 이탈표가 나올 것으로 관측하고 있었다.

그러나 딱 여기까지였다. 국무회의에서 머리발언 형식으로 나온 16일의 대통령 담화 이후 여권에서 특검법을 찬성하는 사람이 하나둘 사라졌다. 담화가 나온 날 윤재옥 국민의힘 원내대표 겸 당대표 권한대행은 기자들에게 특검법에서 △야당 교섭단체가 특검 후보자를 추천하도록 한 조항 △특검이 수사 상황을 브리핑할 수 있도록 한 “독소조항이 해독되지 않았다”며 특검법을 반대했다. 총선 이전과 달라진 것 없는 태도다. 심지어 일부 여권 인사들은 공개적으로 “총선과 채 상병 사건을 등치시키면 안 된다”며 “총선에서 채 상병 특검법을 처리하라는 민심이 드러났다는 근거는 그 어디에도 없다”고도 했다. 여권은 특검 표결 반대는 물론이고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를 미리 정당화하려는 움직임이다.

심판의 불길로 타오른 총선에서 여권은 딱 5일만 반성했다. 지금은 “50% 대 45%로 진 선거가 왜 참패냐”며, 108석을 보유한 용산과 여당은 국정기조를 바꿀 이유가 전혀 없다는 투로 말한다. 선거에서 지고도 고개를 더 빳빳이 쳐드는 여당을 보고 이종섭 전 오스트레일리아(호주) 대사도 논란에 뛰어들었다. 그는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에 보낸 10장 분량의 의견서에서 “현재 수사가 진행 중인 채 상병 순직 사건에 대한 특검은 특검 제도 취지에 비추어 적절하지 않다”는 정치적 주장을 펼치며 공수처가 신속하게 수사를 진행해 논란을 불식시켜달라고 요청했다.

지난 3월에 호주 대사로 부임한 그는 출국 전 공수처에 출석해 장관 재임 당시 휴대폰이 아니라 퇴임 뒤에 만든 새 휴대폰을 제출하였고 당시 업무 수첩은 폐기해서 없다고 했다. 대통령실로부터 의문의 전화를 받은 작년 7월31일의 채 상병 사건과 관련된 통화 기록을 없앤 것으로 보인다. 모든 일은 그날 대통령실에서 걸려온 전화 한통으로 시작되었다. 이를 잘 아는 이 전 대사가 공수처 수사에 대비해서 상당 부분 증거를 인멸한 것 아니냐는 의문이 생긴다. 진상 규명에 진정성이 없는 태도를 보인 그가 거꾸로 공수처에 “수사할 테면 해보라”는 식으로 윽박지르는 태세 전환이 이루어진 배경이 궁금하다.

의견서에서 그는 해병대 수사를 결재한 작년 7월30일 이후 혐의자로 적시된 해병대의 “초급 간부들이 힘들어할 것” 같아서 “(국방부) 법무관리관실의 법리 검토를 거쳐 제대로 처리하는 것이 바람직하겠다고 판단해” 사건의 민간 이첩 보류를 지시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참으로 가소로울뿐더러 제대로 수사를 받으면 무너질 주장이다. 지금까지 박정훈 대령 재판과 공수처 수사에서 드러난 통신 기록만 보아도 그가 우즈베키스탄에 출장 가 있는 작년 7월 말에 초급 간부가 아니라 임성근 해병대 1사단장의 정상 근무를 확인하고 “지휘관은 수사가 아닌 징계”로 처리하라는 의견을 해병대 사령관에게 전달하는 등 장관의 군사 보좌관 통신 기록이 무더기로 나온다. 그 어디에도 그가 초급 간부의 처지를 걱정한 흔적은 찾아볼 수 없고 오로지 1사단장을 혐의 대상에서 제외하고 보직 해임을 취소하는 데 온통 집중하고 있음이 확인된다. 이는 초급 간부를 걱정하는 자애로운 국방부 장관의 행동이 아니지 않은가? 그렇게 부하를 걱정하는 장관이 국방부 검찰단으로 하여금 전시에는 사형에 처할 수 있는 항명죄를 박정훈 대령에게 적용하도록 한 이유는 뭔가.

적어도 공수처라면 당시 해병대에 전화를 한 안보실 2차장을 지낸 임종득 국민의힘 당선자와 신범철 당시 국방부 차관을 먼저 소환하고 그다음에 이 전 대사를 조사해야 한다. 문제는 그다음이다. 이 전 대사를 제대로 수사하고 나면 공수처는 대통령실을 압수수색할 수밖에 없다. 이 사건의 실체적 진실은 바로 그곳, 대통령실에 있기 때문이다. 인력과 권한이 제한된 공수처가 감당할 수 없다면 특검이 나서는 건 당연한 순리 아니겠는가. 그 특검을 반대하는 자, 이종섭이 지키려는 그자가 범인이다.

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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