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장애학생 관련 일러스트. 경향신문 DB


정부가 장애가 있는 학생에게 의료 지원을 제공할 ‘학교 간호사’ 배치 사업을 위한 입법을 추진하고 있다. 앞서 내부 검토 중이던 ‘공무원 간호사’ 채용은 무산됐다. 사업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선 학교 내 의료행위를 구체적으로 법에 명시하고, 간호인력을 안정적으로 수급하기 위한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18일 경향신문 취재를 종합하면 교육부는 내년 2월까지 학교 내 간호인력이 제공할 수 있는 의료 서비스의 범위를 구체화한 ‘특수교육법 시행령’을 개정할 예정이다. 특수학교에 상주하는 간호인력이 실질적인 의료 지원을 제공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다. 지난해에는 학교 내 의료지원 체계에 대한 정책연구를 진행했다.

학교 내에 간호사를 배치하는 사업은 지난해 윤석열 대통령이 서울대병원 어린이병원에 방문하면서 본격적으로 추진되기 시작했다. 당시 윤 대통령은 인공호흡기를 착용해야 해 학교에 가지 못한다는 희귀 근육병 환아의 사연을 접하고 “학교에 간호사를 배치해 의료기기 착용 어린이들이 학교 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검토하라”고 지시했다.

현재 14개 시도교육청은 교육부의 ‘중도장애학생의 의료적 지원’ 사업에 따라 대학병원 등과 협약을 맺어 필요 학교에 간호사를 배치하고 있다. 일례로 올해 서울시교육청은 서울대병원과 협약을 맺어 특수학교 3곳에 상주 간호사를 배치했다. 이들은 장애 학생이 등교 후 영양물을 튜브로 섭취하거나 가래를 흡인할 수 있도록 돕는다. 정부의 관련 사업 예산은 지난해 21억원에서 올해 28억원으로 늘어났다.

당초 정부는 간호사를 공무원 신분으로 채용해 학교에 배치하는 방식도 검토했다. 병원과 협약을 체결하기 어렵거나 간호 인력이 불안정하게 투입되는 문제를 해결하려는 취지였다. 그러나 보건교사와의 역할 충돌 우려와 공무원 감축 기조 등이 맞물려 무산됐다. 간호인력을 안정적으로 고용해야 한다는 의견이 많았으나 ‘공무원화’는 포기한 것이다.

교육부 관계자는 “내부 검토가 있었던 것은 맞지만 보건교사와 역할이 충돌되고, 공무원은 계속 감축하는 분위기라는 점을 고려해 꼭 공무원 신분일 필요는 없다고 의견이 모였다”고 말했다.

건물 복도에 휠체어들이 놓여 있다. pixabay


특수교사들은 학교에 간호사를 배치하면서 교사의 부담이 완화했다고 말한다. 비의료인인 교사가 학생에게 의료 지원을 하는 것에 한계가 있었기 때문이다. 지난해 서울나래학교와 서울시교육청, 의료기관이 진행한 협의회에서 교원들은 “담임교사의 학생 관리 부담이 줄었다” “교사의 수업 활동에도 도움이 된다” 등의 반응을 보였다.

다만 학교 간호사 사업의 의도는 바람직하지만, 실효성이 떨어질 수 있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중증 장애학생이 의료현장이 아닌 학교 현장에서 제대로 의료지원을 받을 수 있을지에 대해서도 의문부호가 찍힌다. 지난해 간호사를 배치했다가 올해 사업을 그만둔 서울시내 한 특수학교 교장은 “1명의 지원인력이 다수의 학생을 돌보기 어려워서 결국 (보호자를) 교육하는 정도의 간접적인 역할만 했다”며 “학생들이 원래 다니는 병원으로 가는 편이 더 편해 실효성이 없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교내 의료 활동에 대한 법안 정비 작업부터 신속하게 마무리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현행 의료법상 간호사는 의사의 처방이나 지시 없이 의료행위를 할 수 없다. 올해 ‘의료기관에 소속된 의료인이 학교 내에서 특수교육대상자에게 의료적 지원을 제공할 수 있다’는 내용이 담긴 특수교육법 개정안이 공포됐으나, 구체적 의료행위 범위를 담은 시행령은 아직 개정되지 않았다.

학교 내 의료 및 안전사고가 발생했을 때 책임소재가 불분명한 점에 대한 우려도 있다. 보건복지부가 진행한 장애학생 의료지원체계 정책연구에 참여한 한 학교는 “의료기관에서 의료지원 책임을 계약서에 명시하는데, 의료지원 중에 문제가 발생하면 학교가 두려움을 크게 느끼게 된다”고 했다.

간호인력의 안정적 배치 방안에 대한 논의도 이어져야 한다. 의료기관은 수익성 등을 이유로 간호인력 파견을 꺼리고, 학교는 자체적으로 상주 간호사를 채용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서울시교육청 관계자는 “병원은 수익성이 없다 보니 봉사나 기부 차원에서 특수학교와 협약을 맺어주는 셈이라 지금은 어려움이 많이 있다”며 “신규 간호사를 파견할 때 병원과 협의가 잘 돼야 하는 부분”이라고 말했다.

경향신문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9505 쓰레기 조절 못해 돈으로 때우는 지자체들…'벌금 폭탄' 랭크뉴스 2024.04.27
9504 블링컨 “중국이 북한 압박해달라”…시진핑 “중국과 미국은 적 아닌 파트너” 랭크뉴스 2024.04.27
9503 김윤아식 위로 "여러분은 죽을 때까지 그렇게 살 겁니다" [마흔공부⑥] 랭크뉴스 2024.04.27
9502 美 '공대 아름이'는 어떻게 대나무 천장을 뚫었나...한인 여성 최초 UCLA 공대 학장의 답은 랭크뉴스 2024.04.27
9501 모레 첫 영수회담‥"의제 제한 없이 차담" 랭크뉴스 2024.04.27
9500 '채상병 사건 핵심' 유재은, 14시간 조사 후 귀가 랭크뉴스 2024.04.27
9499 이부진∙장미란 나란히 함박웃음…'韓여행 출발점'서 깜짝 투샷 랭크뉴스 2024.04.27
9498 “증권사 취업? 그냥 주식 잘하려고!”… 금융투자 자격증 도전하는 개미들 랭크뉴스 2024.04.27
9497 7000억 '구미 꽃동산' 개발 놓고 태영건설 채권단 이견 랭크뉴스 2024.04.27
9496 "성심당? 우리가 앞선다" 300개 빵집 앞세운 이 지역의 도발 랭크뉴스 2024.04.27
9495 공수처, ‘채 상병 수사 외압 의혹’ 유재은 국방부 법무관리관 14시간 조사 랭크뉴스 2024.04.27
9494 '임영웅·BTS 공연표 팔아요' 돈 받고 '먹튀'…팬심 노린 사기꾼 랭크뉴스 2024.04.27
9493 20분 뛰면 걸어다니던 인니가 한국 잡았다…신태용 매직 비결 랭크뉴스 2024.04.27
9492 [세종풍향계] 예산 놓고 기재부-저고위 기싸움… 저출산 대책 발표는 5월로 미뤄져 랭크뉴스 2024.04.27
9491 잇따른 前연인 보복살인… 숱한 '전조'가 무시당하고 있다 랭크뉴스 2024.04.27
9490 “15년 전엔 성과급 10억원도 꽂혔는데”… 이제는 박봉 직업됐다는 펀드매니저들 랭크뉴스 2024.04.27
9489 개청 한 달 남은 우주청…인력 구성·임무 설정 등 과제 산적 랭크뉴스 2024.04.27
9488 “플랫폼, 노동자에게 알고리즘 공개하라” EU 입법지침···한국은? 랭크뉴스 2024.04.27
9487 하이브·민희진 분란이 까발린 'K팝 치부' ①공장식 제작 ②포토카드 팔이 랭크뉴스 2024.04.27
9486 [사설] 29일 영수회담… 민생위기· 국론분열 타개할 계기 마련을 랭크뉴스 2024.04.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