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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경기도의 한 음식점에 걸려온 전화입니다.

협박범:
목요일에 식사 왔던 손님인데요. 그 후에 저희 식사했던 일행 중에 네 사람이나 복통에 설사까지 한 일이 있어서.


확인해 보겠다고 하자, 다짜고짜 협박을 시작합니다.

식당 직원:
저희가 그날 담당자하고도 확인하고 다시 연락을 드리려고요.

협박범 :
아니 다른 X 소리 X 하지 말고. 사장 전화번호 문자로 지금 바로 보내요. 아니면 나 바로 영업정지 바로 시킬 거니까.


이 협박범은 전국의 유명 음식점, 이른바 맛집들을 대상으로 그곳에서 식사한 뒤 장염에 걸렸다고 거짓말 해 돈을 뜯어낸 이른바 '장염맨'이었습니다.

피해자는 한 둘이 아니었습니다.

■ 전국 3천 곳 전화한 '장염맨'…탐문 수사 끝에 구속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누리꾼들이 너도나도 ‘장염맨’ 피해를 호소하고 있다.

음식점 사장들이 자주 이용하는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장염맨' 피해를 봤다는 글이 잇따라 게시됐습니다.

경찰은 탐문 수사 끝에 지난 12일 부산에서 30대 남성인 '장염맨'을 붙잡아 상습사기 혐의로 구속했습니다. 경찰은 "이 남성이 같은 범행으로 복역하다가 지난해 출소한 지 두 달 만에 다시 범행했다"고 밝혔습니다.


'장염맨'은 휴대전화로 지역 맛집을 검색한 뒤 하루 평균 10~20곳에 전화 협박을 일삼았습니다.

식당에 한 차례도 방문하지 않았지만, 지난해 6월부터 지난달까지 전국 3천여 곳에 전화를 걸었습니다. 이 가운데 4백여 곳은 합의금으로 9천여만 원을 건넨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조사 결과, 남성은 이 돈을 생활비와 유흥비 등으로 모두 사용한 것으로 파악됐습니다.

피해 음식점 사장이 ‘장염맨’에게 받은 문자. 치료비를 달라는 내용.

■ 예방하려면…"보험 접수하고 영수증 등 자료 요구해야"

피해자들인 식당 주인들은 혹시 신고를 당하면 영업에 타격이 생길까 걱정돼 돈을 건넬 수밖에 없었습니다.

신고를 받고 보건소 등 지자체에서 식당에 위생 점검을 나가면, 일정 기간 식자재부터 조리도구까지 모두 검사하기 때문에 부담을 느낄 수 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또, 식당에서 보험을 들지만, 보험사에 접수하더라도 면책금(자기부담금) 30만 원가량은 어차피 가게에서 내야 하기 때문에 합의금이 이보다 적으면, 송금하고 끝내는 일도 적지 않습니다.

하지만 그래도 보험 처리를 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방문일 등 보험 접수를 위한 정보를 파악하는 과정에서 '가짜 피해'가 드러날 수 있고, 비슷한 신고가 반복되면 보험사가 경찰에 수사 의뢰를 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또, 피해 예방을 위해서는 영수증 등 자료를 보여달라 요구하고, 가게 CCTV 영상을 확인하는 등 절차가 중요합니다.

■ 소상공인들 "경기 불황에 장염맨까지…엎친 데 덮친 격"


"가게 힘든데 막 해코지할 것 같고, 아무튼 심장이 벌렁벌렁거려서 그냥 바로 보내줬어요. 재룟값이 올랐는데, 손님이 줄까 봐 메뉴 가격을 올리지 않고 꿋꿋이 버텼거든요."
-피해 음식점 사장

김 10장 1,200원, 대파 한 단 3,000원…. 식자재 가격이 치솟는 상황에서 고물가로 소비가 줄면서 음식점 매출도 덩달아 줄어들고 있습니다.

운영이 어려워 문 닫는 식당도 적지 않습니다. KBS가 상권 분석 업체 '오픈업'과 음식점업 현황을 분석한 결과 실제 지난해 폐업률은 약 22%로 코로나19가 확산된 3년(2020년~2022년)보다 더 높았습니다.

전국 음식점 종사자 수는 약 2백만 명에 달하는 가운데 경기 불황 속 자영업자를 두 번 울린 '장염맨'이 공분을 사고 있습니다.

[연관 기사] “밥 먹고 장염 걸려”…9천만 원 뜯은 ‘장염맨’ 구속
https://news.kbs.co.kr/news/pc/view/view.do?ncd=7942300

(촬영기자 : 정성수 / 그래픽 : 최희태 / 화면제공 : 전북경찰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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