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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 수도권 당선인을 중심으로 4·10 총선 참패에 대한 철저한 반성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5선이 되는 윤상현(인천 동-미추홀을) 의원은 18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총선 참패와 보수 재건의 길’ 세미나에서 “작년 여름부터 ‘수도권 위기 본질이 뭔지 원인을 분석하고 처방을 만들고 대책을 마련해 달라’고 여러 차례 주문했으나 당 지도부가 제대로 대처하지 못했다”며 “위기를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는 게 당의 진짜 위기”라고 말했다. 한마디로 “예견된 참패였다”는 진단이었다. 윤 의원은 “공천하면 당선되는 의원과 그렇지 않은 수도권 의원의 인식 차이가 너무 크다”며 “‘영남당’이라 공천에 매달릴 수밖에 없고, 지도부와 대통령에게 바른 소리를 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날 세미나에 참석한 김용태(경기 포천-가평)·김재섭(서울 도봉갑) 당선인도 반성을 강조했다. 김재섭 당선인은 토론회 발제에서 “냉철한 복기를 할 충분할 시간 없이 조기 전당대회 얘기가 벌써 나오는데 심각한 우려가 든다”며 “조기 전당대회를 하면 집에 어질러져 있는 쓰레기를 치우는 게 아니라 쓰레기를 보이지 않게 이불을 덮어놓는 꼴밖에 안 된다”고 강조했다. 이어 “지금은 처절한 백서를 먼저 만드는 게 필요하다”며 “낙선자들 이야기를 많이 듣고, 특히 수도권에서 선거를 치렀던 사람들의 절절한 목소리들이 (백서에) 담겨야 한다”고 했다.

김용태 당선인은 “권력자와 가장 가까운 사람에게까지 법의 잣대를 평등하게 적용하는 게 지금의 시대정신”이라며 “법의 정의를 대통령이 스스로 살리지 못한다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조국 조국혁신당 대표와 같은 자들이 정부·여당을 조롱할 것”이라고 했다. 토론에 나선 박상병 정치평론가는 “국민의힘이 진짜 국민의힘이냐”며 “저는 ‘영남의힘’이라고 본다”고 꼬집기도 했다.

윤상현 국민의힘 의원(오른쪽)이 18일 오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2024 총선 참패와 보수 재건의 길' 세미나에 참석해 발언을 하고 있다. 김성룡 기자

그러면서도 윤석열 대통령의 총선 책임론에는 선을 그었다. 윤 의원은 “당 지도부가 대통령 변화를 끌어내려고 설득한 게 있느냐”며 “전부 대통령한테 책임을 돌리고 변명으로 회피한다. 당이 먼저 반성해야 한다”고 했다. 김용태 당선인도 “윤석열 정부의 국정 운영은 대체로 맞았다고 생각한다”며 “실용을 중시하고 야당과 대화하고 권위주의를 버리는 데서 출발해야만 저희가 다음에 다시 국민께 선택을 받을 수 있다”고 했다.

이날 세미나가 끝난 뒤 이어진 취재진과의 질의응답에선 윤재옥 대표 권한대행 겸 원내대표가 이끄는 ‘관리형 비상대책위원회’를 반대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혁신형 비대위’가 필요하단 얘기다. 윤 의원은 “윤 권한대행도 총선 패배서 자유로울 수 없다. 새로운 인물로 해야 한다”며 “TF(태스크포스)나 혁신위원회를 만들든가 해서 총선 패배의 원인을 규명하고 사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비대위원장으로는) 정치를 아는 새 인물이 와야 한다”며 “한동훈 전 비대위원장의 개인 인기가 좋지만 선거에 실패한 이유가 뭐냐. 여의도 정치가 그렇게 쉽지 않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국민의힘은 22일 당선인총회를 열어 전당대회 관리를 위한 ‘윤재옥 비대위’ 추인을 논의한다.



전당대회 경선 규칙 둘러싼 공방 확산…“민심 반영해야” vs “전대는 당원 잔치”

대표와 최고위원 등 지도부를 뽑는 전당대회 경선 규칙을 바꿔야 한다는 주장도 이어졌다. 국민의힘은 지난해 3·8 전당대회를 앞두고 당원투표로만 뽑는 ‘당심(黨心) 100%’ 규칙을 도입했다. 발제자로 나선 박성민 정치컨설팅 민 대표는 “당심이 민심이 되고, 민심이 ‘윤심’이 되도록 하려면 일반 여론과 당원 반영을 50대 50으로 해야 한다”며 “자신 없으면 (과거처럼) 여론 30, 당원 70 비율로 돌아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재섭 당선인도 “국민에게도 대표를 선출할 권리가 있어야 한다”고 힘을 보탰다. 반면 홍준표 대구시장은 전날 페이스북에 “대표는 당원을 대표하는 사람이라 당원만 선거권을 갖는 잔치가 되는 것이 맞다”고 썼다.

김재섭 서올 도봉갑 당선인(왼쪽사진), 김용태 경기 포천-가평 당선인.

수도권 당선인뿐만 아니라 낙선자들도 “이대로는 다 죽는다”며 목소리를 키우고 있다. 인천 서갑에 출마했다가 낙선한 박상수 변호사는 이날 페이스북에 ‘첫목회’(첫번째 목요일 모임) 결성을 알리며 “보수가 나아갈 방향과 현안에 대해 이야기를 했다. 대부분 낙선하였지만 3040세대의 정치를 한번 해볼 생각이라”고 밝혔다. 첫목회엔 유일한 선거 승리자인 김재섭 당선인과 이재영(서울 강동을)·이상규(서울 성북을)·이승환(서울 중랑을)·한정민(경기 화성을) 등 수도권 낙선자 9명이 참여한다. 한 참석자는 “우리는 장렬하게 전사했지만, 정작 당은 위기감을 느끼고 있지 못하고 있다”며 “‘졌잘싸’(졌지만 잘 싸웠다)가 말이 되나. 수도권의 냉혹한 민심을 가감 없이 전달하려고 한다”고 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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