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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자의 삶이 풍족하지는 않지만 
현실적 이유만으로 직업 선택 말길
불안감이 학생들 꿈 방해하지 않게 
안정적으로 지원 받는 연구 환경을"
2022년 한국인 최초로 '수학계의 노벨상'이라 불리는 필즈상을 받은 허준이 미국 프린스턴대 수학과 교수가 18일 서울 동대문구고등과학원에서 열린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이공계 활성화 대책 TF' 2차 회의에 참석해 많은 학생들이 연구자의 길을 포기하는 현실에 대한 안타까움을 내비쳤다. 과기정통부 제공


"연구자의 삶이 윤택하고 풍족할 것이라 기대해 선택한 게 아닙니다. 미래에 대한 불안에도 불구하고 새로운 걸 발견하고 공유하는 과정이 즐거워서였죠. 현실적 이유로 선택하지 못하는 진로가 되거나 현실적 이유로만 선택하는 직업이 되지 않았으면 합니다. 불안함이 연구를 꿈꾸는 학생들의 동기를 방해하지 않도록, 다양한 시행착오를 거쳐도 괜찮은 미래를 꿈꿀 수 있는 환경이 되길 바랍니다."

'수학계의 노벨상'이라 불리는 필즈상을 받은 허준이 미국 프린스턴대 수학과 교수가 18일 서울 동대문구 고등과학원 허준이수학난제연구소에서 열린 '이공계 활성화 대책 TF(태스크포스)' 2차 회의에 참석해 이같이 말했다. 우수한 학생들이 의대 열풍에 흔들리지 않고 연구자로 성장할 수 있도록 안정적인 지원이 지속돼야 한다고 허 교수는 강조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교육부가 지난달 27일 공동으로 구성한 이공계 활성화 대책 TF가 이공계 현장의 목소리를 듣고자 마련한 이날 회의에는 RNA 분야 석학인 김빛내리 서울대 생명과학부 석좌교수도 참석했다.

김 교수는 "지금은 연구계의 비상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연구 예산이 부족해 연구실 인턴에 지원하는 학생에게 거절 메일을 보낼 수밖에 없다는 그는 "주거비 걱정이 큰 학생들에게 주거 장학금을 확대하고 전문연구요원 제도를 강화하는 등 안정성을 높이는 게 급선무"라며 "깨진 신뢰와 체계를 회복할 수 있도록 정부가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학생들에게는 "의대 진학도 고민해봤고 출산 후 연구 지속에 어려움도 겪었지만, 연구원은 재미와 봉사, 보람을 동시에 느끼는 매력적인 직업"이라고 조언했다.

김빛내리 서울대 생명과학부 석좌교수와 박상욱 대통령실 과학기술수석이 '이공계 활성화 대책 TF' 2차 회의에 참석해 이공계 학생들의 발언을 듣고 있다. 과기정통부 제공


회의에는 이공계 대학생과 대학원생 약 20명도 참석해 의견을 나눴다. 한국과학기술원(KAIST·카이스트) 화학과에 재학 중인 김성원 씨는 연세대 치대에 입학했지만, 화학 공부에 대한 열망이 커 중퇴했다고 자신을 소개했다. 그는 "의사는 확실한 미래가 보장되기 때문에 불안감을 해소할 좋은 선택지로 여겨진다"며 "이공계 활성화를 위해서는 고등학생 때부터 진로 교육을 강화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또 연세대에서 반도체를 전공하고 있는 조보경 씨는 "학부생에게도 연구 기회를 폭넓게 제공하고 기업과의 연계 프로젝트를 늘려달라"고 건의했다. 서울대에서 바이오 분야 박사과정을 수료한 김동우 씨는 "최근 연구 트렌드는 전공을 넘나드는 융·복합"이라며 "대학원생 간 소통을 늘리는 네트워크 구축의 장을 마련해 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과기정통부에 따르면 학령인구 감소와 이공계 기피 현상으로 2030년엔 이공계 대학원 입학생이 현재의 85% 수준까지 감소할 전망이다. 여기에 의대 정원 확대 이슈까지 겹쳐 이공계 대학 재학생이나 연구 종사자까지 의대 입시 준비에 뛰어드는 실정이다.

이공계 활성화 대책 TF 팀장인 이창윤 과기정통부 1차관은 "오늘 들은 의견들을 TF에서 준비하고 있는 대책에 포함해 청년 과학기술인에 대한 지원을 강화하겠다"고 약속했다. 이날 회의에는 박상욱 대통령실 과학기술수석도 자리했는데, 별다른 발언은 하지 않았다.

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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