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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도소방안전본부가 운용하는 소방 헬기 ‘한라매’

지난달 31일 낮 제주시 아라동 제주대병원. 수술실 앞에서 여성 두 명이 발을 동동 구르고 있었습니다. 이들은 수도권 지역의 한 대학병원에서 온 장기 이식 코디네이터. 장기·조직 기증 전 과정에 참여하며 기증자와 수혜자, 의료진 사이에서 중재와 조정 업무를 하는 사람들입니다.

두 여성은 이날 제주대병원에 있는 한 뇌사자의 고귀한 기증으로 적출한 신장을 이송용 아이스박스에 넣어, 수혜자가 있는 수도권의 한 대학병원으로 옮기는 역할을 맡았습니다. 그런데 문제가 있었습니다. 제주로 오긴 왔는데, 다시 김포공항으로 돌아갈 비행편이 없었습니다.

공교롭게도 이날은 일요일이었습니다. 제주에서 주말 여행을 마치고 다음 날 출근하기 위해 집으로 돌아가는 관광객들이 공항으로 몰리면서, 제주에서 김포로 가는 항공편에 빈 좌석은 아무리 찾아봐도 없었습니다.

비행기가 만석인 탓에 자리를 구할 수 없던 관계자들은 서둘러 국립장기조직 혈액관리원으로 연락해 현재 상황을 알렸습니다. 관리원은 '제주119'에 전화를 걸어, 장기 이송 지원을 요청했습니다.

제주도소방안전본부가 운용하는 소방 헬기 ‘한라매’로 환자를 이송하는 모습(사진은 기사 내용과 관련이 없습니다.)

제주대병원 장기 이송 지원 요청 연락을 받은 119종합상황실 소방헬기 운항관리 담당 김범수 대원은 신속히 이 같은 상황을 전파하고, 제주 소방헬기 '한라매'가 제주대병원으로 출동했습니다.

김 대원은 제주공항과 119항공대 사이에서 운항 일정 등을 조율하면서 소방헬기가 무사히 떠 목적지로 갈 수 있도록 힘을 보탰습니다.

소방헬기를 운용하는 119항공대원들도 한마음 한뜻으로 움직였습니다. 전재정 기장이 조종하는 헬리콥터는 제주대병원에서 뇌사자에게서 적출된 장기를 싣고, 수도권 소재 대학병원까지 2시간가량을 날아갔습니다.

신속히 이송된 장기는 수술대에 누워 있던 수혜자에게 무사히 이식될 수 있었습니다.

제주도 소방안전본부 ‘칭찬합시다’ 게시판에 올라온 감사의 글

이 같은 사연은 제주도소방안전본부 홈페이지 '칭찬합시다' 게시판에 당시 헬기에 탑승한 코디네이터가 글을 올리면서 뒤늦게 알려졌습니다.

글쓴이는 "제주 항공편이 매진돼 장기 이식을 하지 못하는 상황이 올 뻔했는데 제주 소방헬기 덕분에 무사히 이송했다"며 당시 상황 설명과 함께, 도움을 준 제주소방 관계자들의 이름을 열거했습니다.

■ "제주 소방헬기로 바다 건너 2차례 장기 이송"…생명 살리는 비행

소방헬기는 전국 각 지역 소방본부에서 한 대씩 운용하고 있습니다. 재난 상황에 출동하거나 구급과 구조, 화재 진압 외에도 해양경찰을 도와 해상 수색을 하는 데에도 투입돼 소중한 생명을 구하고 있습니다.

제주 소방헬기를 조종하는 전재정 기장은 KBS와의 통화에서 이날 상황을 떠올리며 "소방 항공대원으로서 맡은 바 임무를 다하는 건 당연한 일"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는 비행시간 5천 3백여 회에 달하는 24년 차 베테랑 헬기 조종사. 육군에서 18년간 하늘을 날며 나라를 지키고, 올해로 6년째 제주소방본부에서 생명을 구하는 비행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전 기장은 2022년에도 한 뇌사자의 고귀한 장기 기증 과정을 도운 적이 있습니다. 그는 "제주대병원에 있던 뇌사자의 심장을 삼성서울병원으로 이송하는 일이었다"며 "앞으로도 맡은 소임에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제주도소방안전본부가 운용하는 소방 헬기 ‘한라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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