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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질 신고하자 불쾌하다며 질타" 주장에
정 대사 측 "그런 발언 한 적 없다" 부인
"주재관은 사고 안 치면 다행" 폭언 의혹 
외교부, 1개월 만에 현지 조사 착수
윤석열 대통령이 2022년 7월 용산 대통령실에서 정재호 주중대사에게 신임장을 수여한 후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대통령실사진기자단


정재호 주(駐)중국 한국대사가 상관의 갑질을 신고한 직원에게 "당신은 잘못이 없냐"며 오히려 심리적 압박을 가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또한 비(非)외교부 출신인 '주재관'들만 따로 모아 놓고 "주재관은 사고만 안 치면 다행"이라는 '폭언'을 가했다고 최소 4명의 대사관 직원들이 전해왔다. 반면 정 대사 측은 이를 부인하거나 잘 모르겠다는 입장을 보였다.

비외교부 출신 주재관 차별 발언 논란



주중국 대사관에 근무 중인 주재관 A씨는 18일 최근 '갑질 의혹'이 불거진 정 대사의 과거 언행에 문제가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지난달 초 갑질 의혹을 포함한 정 대사의 비위 행위를 외교부 감찰관실에 신고했고, 외교부는 15일 베이징 현지 조사에 착수한 상태다.

A씨에 따르면, 지난해 2월 그는 "휴가를 너무 많이 간다"고 지적한 자신의 또 다른 상관 B씨를 외교부에 '갑질'로 신고했다. 이에 정 대사는 A씨를 불러 "불쾌하다", "그러는 당신은 잘못이 없냐"며 A씨의 행동을 질타했다. 정부 기관장이 '갑질 근절' 노력 대신 피해 직원의 신고 행위를 위압적으로 묵살하려 했다는 게 A씨 주장 취지다. 이 같은 주장에 정 대사는 대사관 직원을 통해 "그런 발언을 한 적이 없다"는 입장을 본보에 전해왔다.

중국 관영 환구망이 28일 한국 언론들을 인용, "정재호 주중국 한국대사가 부하 직원들을 힘들게 했다는 이유로 고발됐다"고 보도했다. 환구망 화면 캡처


직원들에 대한 차별적 언행과 폭언이 공공연했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정 대사는 같은 해 5월 8일 대사관 전체회의에서 느닷없이 외교부 출신 직원들을 회의장에서 내보냈다. 대사관은 외교부 출신 외교관뿐 아니라 다른 부처에서 파견된 인원이 함께 근무하는데 비외교부 출신 외교관인 주재관들만 회의장에 남겼다는 것이다.

이 자리에서 그는 "전임 대사들이 말하길 항상 주재관(비외교부 출신)들이 문제"라며 "주재관들은 사고만 안 치면 다행"이라는 발언을 했다고 A씨를 포함한 복수의 직원이 밝혔다. 당시 자리에 있었던 한 직원은 "주재관 직원 약 40명을 싸잡아 문제아로 매도했다"며 "열심히 일하는 직원 입장에선 모욕적이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직원은 "그렇잖아도 대사관 내에선 외교부 출신과 비외교부 출신 간 묘한 긴장 같은 게 있는데 기관장이 대놓고 비외교부 출신은 '문제아'라고 선언한 꼴"이었다며 "이런 식으로 대사관을 어떻게 이끌어갈지 걱정이 됐다"고 전했다.

외교부는 2019년 내놓은 '갑질 근절 가이드라인'에서 "기관의 장 또는 직원은 하급자의 인격이나 외모 등을 비하하는 행위를 해선 안된다"고 규정했다. "주재관은 사고 안 치면 다행"이라는 공개 발언은 이에 해당될 수 있다.

이와 관련, 정 대사 측은 "당시 주재관들을 대상으로 공한 작성과 근무 기강에 대한 교육을 실시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사고 안 치면 다행이다" 등 폭언 여부에 대해선 "잘 모르겠다"는 답변을 보내왔다.

"'대사관 행사 위법성' 지적도 묵살"

정재호(사진) 주중국 한국대사. 정 대사는 지난달 초 대사관 직원 A씨의 '갑질 신고'로 15일부터 외교부 감찰관실 조사를 받고 있다. 주중한국대사관 홈페이지 캡처


이해하기 어려운 정 대사 행동은 이뿐만이 아니었다. A씨는 지난해 7월 정 대사에게 이메일로 한 건의 보고를 올렸다. 매년 10월 대사관이 주최하는 국경절 행사 관련 내용이었다. 행사 때마다 중국에 진출한 한국 기업들이 제품 홍보용 부스를 설치해 왔는데, 대사관이 일정한 대가를 업체 측에 제공하지 않으면 '청탁금지법' 위반에 해당할 수 있으니 문제 여부를 살펴 달라는 게 해당 이메일 내용이었다고 한다.

하지만 정 대사는 A씨를 불러 "이메일로 보고를 하는 사람이 어디 있느냐, 이게 무슨 태도냐"고 질타했다. A씨가 이메일 보고도 절차상 문제가 없다는 취지로 답하자, 정 대사는 "용납하지 않겠다. 대사가 지시한다, (이메일로 보고) 하지 말라"고 말했다. 정 대사는 18일 현재까지도 해당 메일을 확인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보고 형식을 문제 삼아 대사관 행사의 위법 가능성 지적은 회피했다는 의혹이 제기되는 대목이다.

A씨는 "위법성 여부를 인지하고 있었다는 '증거'를 남기지 않으려고 해당 이메일을 의도적으로 확인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주장했다. 이에 정 대사 측은 "해당 사안은 이미 다른 루트로 보고를 받은 상태여서 굳이 이메일을 확인하지 않은 것"이라고 반박했다.

베이징 현지 조사팀을 꾸린 외교부 감찰관실은 지난 15일 정 대사에 대한 조사에 착수했다. A씨의 갑질 의혹 신고를 접수한 지 한 달여 만이다. 일각에선 22대 총선(4월 10일)을 앞두고 윤석열 대통령의 충암고 동창인 정 대사의 갑질 의혹이 정치적 파장으로 이어질 것을 우려, 외교부가 조사 시기를 일부러 늦춘 것 아니냐는 해석도 제기된다.

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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