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총선 끝나자 정부 ‘복지부동’
의료체계 버틸 시간 얼마 안남아
“정부, 환자 최우선…협상 나서야
전공의, 차관 경질·군복무 단축 요구
17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성모병원에서 환자와 보호자가 이동하고 있다. 김혜윤 기자

전공의 집단행동 두달을 앞두고 환자 피해가 불어나고 있지만 정부도, 의사들도 문제 해결에 손을 놓고 있다. 오는 25일부터는 의대 교수들이 냈던 사직서도 수리될 수 있어 의료 현장 혼란은 더욱 커질 위기다. ‘2천명 증원’이란 숫자만을 두고 정부와 의료계가 팽팽한 평행선을 유지하고 있지만, 환자를 우선 고려해 해법 모색에 서로 나서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부는 ‘복지부동’

보건복지부는 17일 조규홍 복지부 장관 주재로 의사 집단행동 중앙사고수습본부(중수본) 회의를 열었지만 브리핑은 하지 않았다. 총선 전날인 9일부터 정부 입장을 공개적으로 말하지 않고 있다. 이날 나온 참고자료에는 ‘전공의 이탈 이후 의료진을 새로 채용한 38개 상급종합병원과 37개 공공의료기관에 인건비 지원 신청을 받는다’는 내용만 담겼다.

정부에선 해법을 모색할 책임자가 사실상 없다. 의료계와 대화를 촉구하던 한덕수 국무총리는 사의를 표한 뒤 별다른 움직임이 없다. 전국의과대학교수협의회(전의교협)와 만나 전공의에 대한 정부의 유연한 처분을 끌어낸 한동훈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도 총선 패배 뒤 사라졌다.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16일 국무회의 머리발언에서 “의료 개혁을 추진하되 합리적인 의견을 더 챙겨 듣겠다”며 기존 입장만을 반복했다. 이런 상황에서 복지부는 장기화한 의료공백을 해결하기 위한 정부 주도의 대화체를 꾸리려는 노력 등은 없고, 미봉책만 반복하고 있다.

의료계는 ‘점입가경’

대한의사협회(의협)는 이날도 ‘의대 증원 중단’을 요청했다. 김성근 의협 비상대책위원회 언론홍보위원장은 브리핑에서 “의대 정원 증원을 멈추고 합리적이고 객관적인 기구에서 새로 논의할 수 있도록 방침을 바꿔 주실 것을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이어 “(민법상 의대 교수들의 사직 효력이 발생하는) 4월25일이 첫번째 데드라인”이라며 촉박함을 강조하면서도 정부가 추진하는 의료개혁특별위원회에 대해서는 “차기 집행부가 결정할 일”이라고 선을 그었다. 전의교협도 성명서를 내어 “정부에 의료계와의 신속한 대화를 요구한다”면서도 “의료계의 단일안은 처음부터 변함없이 ‘의대 증원 원점 재검토’였다”고 밝혔다.

일부 전공의는 한발 더 나아갔다. 전공의 1360명은 지난 15일 복지부 장차관이 자신들의 직업 선택의 자유 등을 침해했다며 이들을 고소하겠다고 하고, 복귀 조건의 하나로 박민수 차관의 경질을 요구했다. 이어 16일 사직 전공의 류옥하다씨는 전공의들의 ‘복귀 조건’으로 의대 증원 원점 재검토와 함께 의사들의 군복무 기간 단축 등을 꺼내기도 했다.

이에 남은경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사회정책국장은 “의사들은 정부를 대표해 발언하는 인사들을 공격하면 정부 정책이 힘을 잃을 것으로 생각하고 이들의 경질을 요구하는 것 같다”며 “과학적 근거를 주장하던 의사들이 (사태 해결과 무관한) 요구들을 하면서 국민은 이들이 합리적 집단인지 의심이 들 것”이라고 말했다.

“환자 최우선, 정부는 협상 나서야”

의료 체계가 버틸 수 있는 시간은 줄고 있다. 의대 교수들이 지난달 25일부터 집단으로 제출했던 사직서의 효력이 이달 25일부터 발생한다. 이때부터 의대 교수들이 의료 현장을 떠날 수 있게 된다는 뜻이다. 이들마저 떠나면 응급·중환자 치료는 더욱 어려워진다. 의대생들의 집단 유급 사태를 막고, 의대 정원 조정이 가능한 시한도 사실상 이달 말이다.

이에 정부가 의사들을 협상장으로 끌어낼 실질적인 대안을 내놓으라는 요구가 커진다. 연 2천명 의대 증원안의 수정 방침을 명확히 하거나, 전공의들이 요구해온 법정 최장 근무시간(현재 주 88시간) 단축 등을 수용해 대화 물꼬를 트라는 것이다. 임준 인천시의료원 공공의료사업실장은 “환자 건강을 지키지 못하게 될 마지노선이 임박했다. 정부가 환자와 국민의 이해를 대변해 (의사들에) 유연한 협상안을 제시하고, 정부 주도로 이해당사자들의 의견을 모아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그래야 여러 주장이 엇갈리는 의사 단체 내부에서도 정부와의 협상론이 힘을 받을 수 있다”고 짚었다.

한겨레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11960 역대 2위 더웠던 봄‥"5년 내 가장 더울 가능성 90%" 랭크뉴스 2024.06.06
11959 늦은 밤 도심을 밝힌 노란 참외…더 밝게 빛난 젊은 마음들[현장] 랭크뉴스 2024.06.06
11958 [K-농업외교]⑤ 아프리카 최고 벼 전문가도 ‘K-쌀’에 ‘엄지 척’ …다음 과제는 새마을 정신 이앙 랭크뉴스 2024.06.06
11957 '140억 배럴' 정체 밝힐 시추 탐사 12월 시작…삼성중공업의 드릴십에 운명 달려 랭크뉴스 2024.06.06
11956 푸틴 "韓, 우크라에 직접 무기공급 않아 높이평가…관계회복 기대" 랭크뉴스 2024.06.06
11955 [영상]보잉 개발 우주선 ‘스타라이너’ 발사…첫 유인 시험 비행 랭크뉴스 2024.06.06
11954 “바이든, 회의 때 같은 말 반복하고 횡성수설…인지 쇠퇴 징후” 랭크뉴스 2024.06.06
11953 [금융포커스] “연봉 1.5배 인상 제안”… 증권 인력 블랙홀 된 우리금융 랭크뉴스 2024.06.06
11952 "마누라·자식 빼고 다 바꿔라" 했는데…위기감 고조된 삼성전자 랭크뉴스 2024.06.06
11951 "우리 아파트 개 아니죠?"‥'반려견 인식표' 등장 랭크뉴스 2024.06.06
11950 [법조 인사이드] 노소영 위자료 20억, 법조계 “사망 사고 정신적 피해 배상도 최고 9억인데...” 논란 랭크뉴스 2024.06.06
11949 “텔레그램은 못 잡아요” 경찰이 한 말…피해자가 수사 나섰다 랭크뉴스 2024.06.06
11948 무간도 양조위, 신세계 이정재처럼… 경찰 '언더커버' 수사 확대 시도 랭크뉴스 2024.06.06
11947 [단독] 17년째 군수에게 단 1차례도 군정질문 안한 ‘한심한’ 산청군의회 랭크뉴스 2024.06.06
11946 저출생에 30년 뒤 인구 매해 1%씩 감소…100년 뒤 2천만명 하회 랭크뉴스 2024.06.06
11945 푸틴 "한국, 우크라에 직접 무기공급 않아 높이평가‥관계회복 기대" 랭크뉴스 2024.06.06
11944 [이용균의 초속11.2㎞]요즘 야구, 4번보다 1번이 강한 이유 랭크뉴스 2024.06.06
11943 호국 형제, 75년 만에 넋으로 상봉…6번째 공동 안장 랭크뉴스 2024.06.06
11942 푸틴 "韓 우크라에 직접 무기공급 안해 높이평가…관계회복 기대"(종합) 랭크뉴스 2024.06.06
11941 [OK!제보] 유명 피자에 이상한 조각들…실리콘도 함께 넣었네 랭크뉴스 2024.06.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