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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심 개시 결정하기 위한 심문 열려
김재규 여동생 “통한의 세월 보내” 호소
김재규 국선변호인도 심문 예정
김재규 전 중앙정보부장의 10.26 사건 현장검증 사진. 국민일보DB

10‧26 사태 당시 박정희 전 대통령을 시해한 혐의로 사형당한 김재규 전 중앙정보부장의 유족이 법정에서 “김재규 장군이 대한민국 민주주의에 희망의 씨앗이 됐음이 증명되길 바란다”고 호소했다.

서울고법 형사7부(재판장 이재권)는 17일 김 전 부장 유족이 내란목적살인 등 혐의와 관련해 청구한 재심 사건의 개시 여부 결정을 위한 심문기일을 열었다. 김 전 부장의 셋째 여동생 김정숙씨는 이날 법정에 출석해 “재심을 통해 오빠의 명예가 회복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재판은 유족이 재심을 청구한 지 약 4년 만에 처음 열렸다.

올해로 85세가 된 김씨는 “큰오빠가 돌아가시고 44년이 흘렀다. 몸도 마음도 통한의 세월, 인고의 세월을 거쳐 오늘이 오기를 기다렸다”고 운을 뗐다. 이어 “당시 신군부의 불법적인 개입으로 재판이 정당하게 이뤄지지 않았다는 새 증거가 나왔고 이를 근거로 재심을 신청하기로 마음먹었다”며 “재심을 통해 대한민국 민주주의가 어떻게 이뤄졌는지 온 국민이 깊이 새기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 이 나라 역사에 길이 남을 재판이 되길 간절히 바란다”고 했다.

김씨가 언급한 새 증거는 보안사령부가 당시 공판 과정을 녹음한 테이프와 녹취록, 공판조서 등이다. 유족 측 변호인은 이 녹취록과 실제 공판조서에 진술이 서로 다르게 서술된 내용이 있다고 주장했다. 변호인은 “보안사가 녹음한 테이프와 녹취록, 공판조서의 불일치성에 대해 검증할 필요가 있다”며 “사법적으로 낱낱이 밝혀 신군부에 의해 왜곡된 이 사건 실체가 그대로 밝혀질 수 있게 해달라”고 요청했다.

유족 측은 김 전 부장에 대한 사법적 평가도 새로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변호인은 “핵심은 내란 목적 살인이 아니라 민주주의 실현을 위한 부득이한 살인이었다는 것”이라며 “당시 합동수사본부장이었던 전두환(전 대통령)은 김 전 부장이 대통령이 되고자 하는 야욕으로 시해했다고 했다. 하지만 김 전 부장은 일관되게 ‘내가 대통령이 되고자 하는 게 아니다. 박 전 대통령 무덤을 밟고 올라갈 도의를 저버릴 사람은 아니다’고 철저히 부인했다”고 말했다. 변호인은 당시 김 전 부장이 변호인 조력권과 방어권을 보장받지 못하고 1심은 17일, 2심은 7일 만에 끝나 불과 6개월 만에 사형이 집행됐다는 점을 강조했다.

유족 측 조영선 변호사는 재판 후 취재진에게 “(재심이 개시되면) 목적은 ‘내란 목적’이라는 걸 빼는 것이지만, 위법한 수사 증거라고 한다면 무죄가 될 수도 있지 않겠느냐”며 “살해라는 행위가 있었더라도 법적 근거 없는 수사라는 점 등이 인정되면 무죄가 나올 수도 있다는 방향성으로 준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유족 측 요청에 따라 오는 6월 12일 김 전 부장의 국선변호인이었던 안동일 변호사를 증인으로 불러 심문한 뒤 재심 개시 여부를 결정하기로 했다. 재심이 결정되면 김 전 부장에게 적용돼 사형이 선고된 내란죄가 타당했는지, 재판에 전두환 군부가 개입했는지 등을 토대로 심리가 이뤄질 전망이다.

김 전 부장은 1979년 10월 26일 박 전 대통령과 차지철 당시 경호실장을 총으로 쏴 살해한 혐의로 같은 해 12월 20일 사형을 선고받았다. 사형은 이듬해 5월 대법원 판결이 확정된 후 사흘 만에 집행됐다. 유족들은 40년이 지난 2020년 5월 재심을 청구했다.

국민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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