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9년 당시 김재규 전 중앙본부장(왼쪽)이 박 전 대통령 시해사건 현장 검증하는 모습. 연합뉴스
법원이 박정희 전 대통령을 살해한 혐의로 사형이 집행된 김재규 전 중앙정보부장의 재심 개시 여부를 결정하는 절차에 들어갔다. 김 전 부장에게 사형이 집행된 뒤로 44년 만이고 유족이 “내란목적살인죄는 무죄”라며 2020년 재심을 청구한 지 4년 만이다.
17일 오후 서울고법 형사7부(재판장 이재권)는 김 전 부장의 내란목적살인 등에 대한 재심 사건 심문기일을 열었다. 김 전 부장은 1979년 10월26일 박 전 대통령과 차지철 경호실장에게 총을 쏘아 살해한 혐의로 기소돼 그해 12월20일 1심 판결에서 사형 선고를 받았다. 이후 대법원 상고 기각 나흘만인 1980년 5월24일에 형이 집행됐다.
김 전 부장의 재심 사건 변호인단은 이날 “(김재규 사건에 대해) 역사와 별개로 사법적으로 제대로 된 이름을 붙여줘야 한다. 당시 유신독재에 마침표를 찍기 위해 항거한 행위임을 정확하게 평가해야 하기에 재심 청구를 하게 됐다”고 밝혔다. 이어 10·26 직후 발동한 비상계엄 자체의 위법성, 박 전 대통령 살해 사건은 비상계엄 발동 전의 범행임에도 민간인인 김 전 부장을 군법회의에서 수사하고 재판한 점, 변호사의 제대로 된 조력을 받지 못해 방어권을 유린당한 점, 전두환 정권에 의해 살해 동기가 ‘대통령이 되려는 헛된 야욕’으로 왜곡된 점 등을 재심 청구 사유로 밝혔다.
이날 김 전 부장의 여동생 김정숙씨는 재판에 참석해 “신군부의 불법적인 개입으로 재판이 정당하게 이뤄지지 않았다는 새로운 증거가 나왔고 이를 근거로 재심을 신청하기로 마음을 먹었다”고 말했다. 이어 “다시 재판이 열릴 수 있다면 공정하고 정의로운 재판이 이뤄지길 간절히 바라고, 이번 재심으로 대한민국의 민주주의가 어떻게 이뤄졌는지를 온 국민이 깊이 새겨보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재판부는 변호인단의 요청으로 오는 6월12일 당시 김 전 부장의 변호를 맡았던 안동일 변호사의 증언을 들은 후 재심 개시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