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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심 "과도하게 불안해하는 성격…극단적 생각으로 범행 저질러"
"주변 상황 고려해도 범행 납득 어려워…유족에 사과도 안 해"


살인사건 가해자 류모씨(왼쪽부터)와 피해자 정혜주씨, 정씨의 모친. [정혜주씨 유가족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춘천=연합뉴스) 박영서 기자 = 결혼을 약속한 여자친구를 흉기로 200회 가까이 찔러 잔혹하게 살해한 20대가 항소심에서 죗값이 늘었다.

서울고법 춘천재판부 형사1부(민지현 부장판사)는 17일 살인 혐의로 기소된 류모(28)씨에게 징역 17년을 선고한 원심을 깨고, 징역 23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우선 범행 동기와 관련해 피고인이 피해자를 살해한 동기를 임의로 단정해서 인정하기 어렵다고 봤다.

특히 범행에 이르게 된 데에 직·간접적인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이는 여러 정황, 피고인과 피해자가 처했던 가정적·사회적·경제적 상황이나 주변 배경, 범행 전후 피고인의 말과 행동, 이를 통해 짐작할 수 있는 심리 상태에 주목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은 자신이 처한 어려움을 잘 표현하지 않을 뿐 아니라 어려운 상황에 대해 과도하게 신경을 쓰고 불안해하는 성격적인 특성을 가진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이어 "피고인이 범행 직전 무렵 감당하기 어려울 정도의 곤경에 처했다는 극단적인 생각을 하고, 결국 이 사건 범행까지 저지르게 되었다고 볼 여지가 있다"고 덧붙였다.

다만 살인 범행의 동기를 5가지로 나눈 대법원 양형기준상 류씨의 범행은 '제3유형(비난 동기 살인)'이 아닌 '제2유형(보통 동기 살인)'에 해당한다는 결론을 내렸다.

재판부는 "범행이 매우 끔찍하고 잔인하며, 피고인이 범행에 이르게 된 상황과 동기를 모두 고려하더라도 결혼을 약속한 피해자를 무참히 살해한 건 도저히 납득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피고인 역시 자신의 행위와 그 결과에 고통스러워하고 있는 것으로 보이지만, 이는 피해자 유족의 아픔에 비할 바 아니며, 유족에게 진지하게 사과했다고 보기도 어렵다"고 했다.

춘천지법·서울고법 춘천재판부
[연합뉴스 자료사진]


재판부는 "피고인은 중증 장애가 있는 부모와 어려운 환경에서 자랐고, 피고인과 피해자 모두 쉽지 않은 환경 속에서도 성실하게 각자의 삶을 꾸려오던 우리 사회의 청년들이었다"며 "애통한 마음으로 고심을 거듭했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여러 양형 조건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검사의 구형에 가까운 형을 선고하기로 했다"며 징역 23년을 선고했다.

다만 검찰에서 청구한 위치추적 전자장치(전자발찌) 부착 명령은 원심과 마찬가지로 기각했다.

류씨는 지난해 7월 24일 낮 12시 47분께 영월군 영월읍 덕포리 한 아파트에서 정혜주(사망 당시 24세)씨를 흉기로 191회 찔러 살해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그는 6분 뒤 "제가 여자친구를 죽였어요", "여자친구를 난도질했거든요"라며 112에 스스로 신고했다.

류씨는 수사기관에서 옆집과 층간소음 문제로 갈등을 겪어 스트레스를 받아 범행했다거나 결혼을 앞두고 경제적으로 곤궁한 상황으로 인해 스트레스가 쌓이던 중 문득 '여자친구를 살해하면 고통에서 해방될 수 있겠다'는 생각에 사로잡혀 순간적으로 실행에 옮겼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1심 재판에서는 "피해자로부터 '정신지체냐'라는 말을 듣고 격분해 범행했다"고 진술을 바꿨다.

1심에서 징역 17년이 선고되자 피해자 유족은 "17년은 합당하지 않다. 누가 봐도 납득할 만한 죗값을 치러야 한다"며 "가석방 없는 무기징역을 내려달라"고 탄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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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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