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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읽고 쓰고 버린다' 출간
15년 쓴 독서노트 바탕으로 쓴 인터뷰집
"독서도 솔선수범...아들에 독서 강요 안 해"
축구 국가대표 손흥민의 아버지인 손웅정 SON축구아카데미 감독이 17일 서울 중구 프란치스코회관에서 열린 본인의 인터뷰집 '나는 읽고 쓰고 버린다'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책을 읽기 전보다 책을 읽은 후에 조금은 나아진 사람이 된 것도 같다고 감히 말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축구선수 손흥민의 아버지이자 은퇴한 축구선수인 손웅정(62) SON축구아카데미 감독이 책 '나는 읽고 쓰고 버린다'(난다)를 냈다. 지난 15년간 책을 읽고 기록한 독서노트를 바탕으로 생각을 엮은 인터뷰집이다. 가정, 노후, 품격, 리더, 코치, 부모, 청소, 운동, 독서, 사색, 통찰, 행복 등을 주제로 한 김민정 시인의 재치 있는 질문과 손 감독 특유의 명쾌한 답변으로 구성됐다. 독서 궤적을 따라 인생철학을 풀어낸 책은 '손웅정 인생론'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손 감독은 17일 서울 중구 프란치스코 교육회관에서 열린 출간 간담회에서 "누구도 인생 안내서를 갖고 태어나지 않지만 (내게는) 책이 그 역할을 해주었다"고 말했다.

"매년 200~300권 읽어... 기록하고 나면 바로 버린다"



손 감독은 어려서부터 판에 박힌 학교 교육에 반감을 가졌지만, 책의 힘은 일찍이 간파했다. 책을 읽으며 보낸 성장기는 인생의 기본기를 키우는 동시에 성인이 돼서도 틀을 벗어나 자유롭게 배움을 이어갈 수 있는 단초가 됐다. 독서를 취미가 아닌 습관이라고 단언하는 까닭도 '삼상지학'(三上之學)' 독서를 지금까지도 실천하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 송나라 문인 구양수가 누워서, 화장실에서도, 이동할 때도 책을 읽는다고 했잖아요. 아무리 바빠도 시간을 만들면 언제 어디서든 책을 읽을 수 있어요. 제가 부족해서인지 세 번씩은 읽어야 겨우 내 것이 되더라고요. 누구에게나 똑같이 주어지는 하루 24시간을 가능하면 성장하는 데 투자하는 것뿐이에요."

그렇게 읽은 책이 연간 200~300권, 15년이면 족히 수천 권이다. 읽은 책만 모아도 '장서가' 소리를 듣기에 충분하지만 노트까지 쓰고 나면 주저 없이 책을 버렸다. "제 생활은 워낙 단순해요. 책에 쌓인 먼지를 청소하는 게 거추장스러웠어요. '내가 이만큼 읽었다'고 자랑하는 느낌이 들어 영 싫기도 했고요." 그런 이유로 서가에 책 한 권 남아있지 않지만 십 수년 동안 그 자신이 격하게 반응했던 문장들은 기록으로 남아 책에 녹아들었다.

이를테면 그는 지금의 인생 페이지를 묻는 질문에 미국 신학자 피터 라이브스가 남긴 문구를 소환한다. "돈으로 집을 살 수 있지만 가정을 살 순 없다. 침대를 살 수 있지만 잠을 살 수 없다. 시계를 살 수 있으나 시간을 사지는 못한다. 돈으로 책을 살 수 있어도 지혜를 살 수는 없다. 지위를 살 수 있어도 존경을 살 수는 없다." 이어지는 손 감독의 말. "인생에서 제가 핵심이라 생각하는 단어들이에요. 가정, 잠, 시간, 지혜, 존경, 건강, 죽음. 타격감이 있잖아요. 누군가 리더가 어떤 사람이냐 물으면 여기서 답을 찾아 말해주고 싶어요."

"발밑에는 축구공, 손끝에는 책"

손웅정 감독의 독서도트. 안규림 작가 제공


손 감독이 축구뿐 아니라 매사에 확신을 가질 수 있었던 원천도 '독서력'이었다. "삶의 지혜는 학교 공부가 아닌 책에서 나옵니다. 아이를 키우는 데도, 운동을 하는 데도, 인간이 살아가는 순간마다 막강한 힘을 발휘하죠. 책 두 권 읽은 사람이 한 권 읽은 사람들을 지배하는 세상이 올 거라고 확신해요." 애서가이자 누구보다 자녀교육에 열성적인 아버지이지만 흥민·흥윤 형제에게는 한 번도 책 읽으라는 말을 하지 않았다고 한다. '부모의 모든 모습은 대물림된다'는 신념대로 늘 책을 읽는 부모의 모습을 보여줄 뿐이었다. "책을 읽는 부모가 사람과 사람의 선을 지키고 배려와 존중을 실천하는 모습을 보이면 언젠가 필요한 순간엔 (아이들도 책을) 읽지 않을까 생각해요. 도저히 책 읽을 시간이 나지 않을 때에는 독서 노트 기록 중 정말 좋았던 부분을 적어서 자고 있는 흥민이 머리맡에 놓아두기도 합니다."

마지막으로 손 감독은 평생 '다섯 수레의 책'을 읽으며 터득한 지혜의 정수로 '겸손'을 꼽았다. 그가 손흥민 선수에게 강조하는 것도 '자존감을 지키면서도 자신을 낮추고 숙이는 겸양의 자세'라고. "공 하나 잘 찬다고 해서 월클(월드클래스)이 되는 건 아니잖아요. 인품이 따라줘야 하지요. (흥민이는) 실력도 인품도 더 성장할 때입니다. 아직 월클 아닙니다.(웃음)"

나는 읽고 쓰고 버린다·손웅정 지음·난다 발행·248쪽·1만7,000원


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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