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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노트 실마리 삼은 인터뷰집
'나는 읽고 쓰고 버린다' 출간
"친구 같은 부모? 그건 직무유기"
재능과 개성 발굴 뒷바리지 강조
인터뷰집 출간하는 손웅정 감독 (서울=연합뉴스) 서대연 기자 = 축구 국가대표 손흥민의 아버지인 손웅정 SON축구아카데미 감독이 17일 오전 서울 중구 프란치스코회관에서 열린 본인의 인터뷰집 '나는 읽고 쓰고 버린다' 기자간담회에서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2024.4.17 [email protected]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지금도 미래를 여는 열쇠는 책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독서 진흥을 위한 표어가 아니다. 세계적 축구 스타 손흥민 선수의 아버지 손웅정(62) 손축구아카데미 감독의 말이다.

신간 『나는 읽고 쓰고 버린다』(난다) 출간과 함께 17일 열린 간담회에서 그는 "세상은 지식이 아니라 지혜로 사는 것이고, 그런 공부의 기본은 독서라고 생각했다"며 "제가 이 험난한 세상을 헤쳐나가는 건 독서를 통해서"라고 말했다.

정작 학교 공부는 "거의 안 하다시피" 했다는 그다." 학교에서 뭔가 틀에 끼워 넣는 것 같아서 학교 공부가 싫어졌던 거 같아요."그가 "국졸(국민학교 졸업)이 제 최종학력"이라고 하는 것도 운동을 하며 중·고교 시절 학교 공부를 안 했다는 뜻이다.

책표지

다독가인 그가 최근 15년간 쓴 독서노트만도 6권. 이번 신간은 출판사 대표인 김민정 시인이 이를 보고 지난 1년간 여러 차례 만나 나눈 대화가 바탕. 손 감독의 말과 생각을 기본·가정·리더·부모·청소·독서·행복' 등 13개의 키워드로 나눠 인터뷰 형태로 실었다.

이에 따르면 그는 좋은 책은 세 번 읽는다. 매번 다른 색으로 밑줄을 긋고, 별표를 치고, 생각거리를 메모한다. 그리고는 책을 버린다. "제 삶이 워낙 단순하고 심플해요. 물건을 하나 방에 두면 그 밑까지 먼지를 제거하는 청소를 합니다. 책을 버리는 건 첫째는 제가 이런 책들을 읽었다고 자랑하는 거 같은 게 싫어서예요. 둘째는 수많은 책에 끼는 먼지를 감당할 수 없어서죠."

신간에 담긴 문답에서 그는 "난 이미 책에서 취할 핵심은 다 가진 뒤"라며 (책을 버리지 않았을 때는) "책을 산 건 난데 어느 순간 책이 나를 소유하고 있더라"고 했다.

밝은 표정의 손웅정 감독 (서울=연합뉴스) 서대연 기자 = 축구 국가대표 손흥민의 아버지인 손웅정 SON축구아카데미 감독이 17일 오전 서울 중구 프란치스코회관에서 열린 본인의 인터뷰집 '나는 읽고 쓰고 버린다'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며 밝은 표정을 짓고 있다. 2024.4.17 [email protected]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저는 음식도 잡식성, 독서도 잡식성이에요. 악서(惡書) 빼고 어떤 책이든 내가 손에 들었을 때 나를 성장시키지 않는 책은 없다고 생각해요. 책에 대해 편견도, 편식도 없어요."

이를테면 유소년 시절 손흥민 선수와 함께 처음 독일에 갔을 때는 독일 역사에 대한, 다시 영국으로 가서는 영국 역사에 대한 책을 읽었단다. "미래를 알려면 과거를 보라는 말처럼 역사에 좀 관심이 있어요. 20대 때 자기계발서를 읽기 시작했고, 축구아카데미를 시작하고는 리더십에 대한 책을 읽었죠. 요즘은 노후에 대한 책들을 읽어요"

정작 아들들에겐 책 읽으란 말은 하지 않았단다. "가난만 대물림되는 게 아니라 부지런함이나 게으름도 대물림된다고 봐요. 아버지가 책을 읽는 모습, 선을 넘지 않고 사는 모습을 보면 알아서 읽겠지 했죠 ."다만 눈에 띈 내용을 메모해 책과 함께 머리맡에 둔 적은 있단다.

질문에 답하는 손웅정 감독 (서울=연합뉴스) 서대연 기자 = 축구 국가대표 손흥민의 아버지인 손웅정 SON축구아카데미 감독이 17일 오전 서울 중구 프란치스코회관에서 열린 본인의 인터뷰집 '나는 읽고 쓰고 버린다' 기자간담회에서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2024.4.17 [email protected]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그는 "죽을 때까지 배움이라는 건 멈추면 안 된다고, 긍정적인 호기심을 갖고 살아야 한다고, 열정을 버리면 안 된다고 생각한다"며 "돈이 좋고 필요한 건 저 역시 마찬가지이지만 돈을 첫째 자리에 둔 적은 없다"고 했다. 그는 "요즘 부모들이 성공이나 부(富) 쪽으로 아이들을 유도하는 '앞바라지' 경향이 많다"며 그보다 "아이들의 재능과 개성을 찾아내고 살려내는 뒷바라지"를 강조했다. 두 아들의 성장기에 학교를 빠지고 여행 같은 경험을 했던 것도 이런 이유에서였단다.

그는 신간에서 "흔히들 자식에게 친구 같은 부모가 되어줘야 한다고들 하는데 저는 그거 직무유기라고 본다"고 말했다. 습관적인 잘못을 고치는 것을 비롯해 "안 되는 건 안 된다고 끝끝내 말해줄 수 있는 건 부모뿐"이라면서다.

과연 언제 책 읽을 시간이 날까. "송나라 사람 구양수가 마상(馬上), 침상(枕上), 측상(廁上)의 삼상을 얘기한 것처럼 이동할 때, 화장실에서, 자기 전에죠." '인생 책'을 추천해달라는 요청에는 "사람마다 책마다 '타격감'이 다르다"며 답을 피하다가 『사기』를 꼽았다.

화제가 되었던 그의 말처럼 손흥민은 아직도 월클(월드클래스)이 아닐까. 그는 네덜란드의 전설적인 축구 선수이자 감독이었던 요한 크루이프의 말을 인용하며 "공을 잘 찬다고 월클이 아니다"라며 "인품"을 강조했다. 물론 "공을 차는 것도 아직 월클이 아니다"라면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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