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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체포특권 포기·위성정당 금지 이어
세번째 정치개혁 공약도 파기 가능성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난 15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 입장하고 있다. 박민규 선임기자


더불어민주당이 4·10 총선 정치개혁 공약으로 내건 국회 교섭단체 구성요건 완화를 22대 국회에서 실제 추진할지 관심이 쏠린다. 민주당은 조국혁신당이 교섭단체가 돼 각종 사안에서 캐스팅보트를 쥔다면 정치적 부담을 느낄 수 있다. 그렇다고 국회의원 불체포특권 포기에 이어 정치개혁 약속을 또다시 파기하면 국민의 신뢰를 잃을 수 있다.

민주당 지도부와 일부 친명계 의원들은 교섭단체 구성요건 완화에 부정적인 태도를 보였다. 장경태 최고위원은 16일 통화에서 “교섭단체 요건은 현행대로 유지해야 한다”며 “전체 18개 상임위원회에 소속 의원을 배치해서 의사일정을 논의해야 하는데 상임위별로 간사도 배치할 수 없는 정당이 교섭단체를 맡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말했다. 교섭단체를 꾸리려면 의석이 전체 상임위 수인 최소 18석은 넘어야 한다는 것이다. 고민정 최고위원도 이날 MBC 라디오에서 “현행은 계속 유지는 해야 한다”고 답했다. 친이재명(친명)계 좌장 정성호 의원은 SBS 라디오에서 “여야가 합의해야 할 문제”라고 선을 그었다.

이러한 태도는 총선 공약 파기를 시사한다. 민주당은 총선을 2주일 앞둔 지난달 27일 총선 정치개혁 정책으로 국회 교섭단체 구성요건 완화를 발표했다. 김민석 민주당 선거대책위 상황실장은 당시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싸우지 않는 상생 국회 측면에서 교섭단체 구성요건을 인하하겠다”고 약속했다. 조국 조국혁신당 대표가 같은 달 5일 “(교섭단체 구성요건이) 현재는 20석이지만 최소 10석으로 내려야 한다”고 촉구하자 호응한 것이다.

교섭단체가 된 정당은 국회 의사일정과 상임위원회 배분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 특히 제3당이 교섭단체가 되면 의회 안건에 대한 캐스팅보트를 쥘 수 있다. 이번 총선 결과 조국혁신당(12석)과 진보 성향 야당들의 의석을 합치면 18석이다. 교섭단체 요건에서 2석이 모자란다. 민주당 위성정당인 더불어민주연합의 시민사회 몫 서미화·김윤 비례대표 의원 당선인이나 개혁신당(3석)의 합류 없이는 교섭단체를 꾸리기 어렵다. 민주당은 조국혁신당에 ‘의원 꿔주기’도 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정성호 의원은 “의원을 갖다 꿔주는 것은 편법이고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말했다.

민주당은 조국혁신당이 교섭단체일 경우의 득실을 따지고 있다. 찬성하는 측은 민주당이 조국혁신당과 ‘굿캅’ ‘배드캅’ 역할을 나눌 수 있다고 본다. 한 친명계 재선 의원은 “조국혁신당이 교섭단체가 되면 민주당에게 씌워질 수 있는 거대 야당의 독주 프레임을 약화시킬 수 있다”고 말했다. 조국혁신당이 검찰개혁, 각종 특검, 대통령 탄핵소추 등을 이슈화한다면 민주당은 중도화·수권정당 전략을 쓰면서 그 부담을 덜 수 있다는 것이다. 반대하는 측은 민주당이 이슈를 주도하지 못하고 조국혁신당에 끌려다닐 수 있다고 우려한다. 조 대표가 이재명 대표의 잠재적 대선 경쟁 상대라는 점도 친명계에게 부담이다. 조 대표가 민주당 내 권력싸움에서 밀려난 친문재인(친문)계의 구심점이 될 수도 있다.

이번 총선에서 175석을 얻은 민주당은 22대 국회에서 교섭단체 구성요건 완화 내용을 담은 국회법 개정안을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지정)에 올려 야당 단독으로 본회의에서 통과시킬 힘이 있다. 민주당이 국회법 개정안을 여당의 반대를 뚫고 추진할지는 미지수다. 오히려 여당의 반대를 이유로 법 개정에 거리를 둘 가능성이 커 보인다. 당 핵심 관계자는 “민주당이 국회법 개정안을 야당 단독으로 통과시키기에 부담스럽다”고 말했다.

결국 결정권을 쥔 이 대표의 고심이 커질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이 22대 국회에서 또다시 정치개혁 약속을 지키지 않으면 대선주자로서 이 대표의 신뢰도에 타격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 대표는 이미 국회의원 불체포특권 포기와 위성정당 금지 등 정치개혁 약속을 두 차례 깬 바 있다. 민주당이 이번에도 약속을 지키지 않으면 세 번째가 된다.

경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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