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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시장 트리플 발작]
◆ 환율 1400원 터치
위험 회피 확산 17개월來 최고
유가상승에 물가 등 부담 커져
올해 2%대 성장 목표 꺾일수도
韓 외환 보유액 세계 9위 수준
급격한 자본유출 가능성은 낮아
美와 통화스와프 재추진 의견도
원·달러 환율이 장중 한때 1400원까지 치솟은 가운데 16일 서울 중구 KEB하나은행 딜링룸에서 직원이 전광판 앞을 지나고 있다. 이호재 기자


[서울경제]

미국 경제지표가 호조세를 보이는 가운데 중동 지역 정세 불안으로 안전자산 선호 현상이 심화되면서 국내 외환·금융시장이 요동쳤다. 전문가들은 펀더멘털(경제 기초 체력)의 문제는 아니라고 보면서도 당분간 고물가·고환율이 지속되면서 한국 경제를 짓누를 수 있다고 우려했다.

16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날보다 10.5원 오른 1394.5원에 거래를 마쳤다. 종가 기준으로 2022년 11월 7일(1401.2원) 이후 17개월 만의 최고치다.

원·달러 환율은 이날 오전 한때 1400원을 돌파했지만 “지나친 외환시장 쏠림 현상은 우리 경제에 바람직하지 않다”는 외환 당국의 구두 개입에 상승 폭을 줄였다. 지금까지 환율이 1400원 선을 넘은 것은 외환위기·금융위기·레고랜드 사태 등 세 차례뿐이다. 원·달러 환율은 이달 들어 8% 넘게 상승하는 등 변동 폭도 커졌다. 최근 5거래일 동안 상승률은 2.9%에 달했다.

전문가들은 앞으로의 환율 움직임과 관련해 중동 지역의 정세가 가장 중요하다고 내다봤다. 김진일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는 “중동 사태의 영향으로 단기간에 원·달러 환율이 급등세를 나타내고 있다”며 “중동 전쟁으로 확전되느냐에 따라 환율 움직임이 좌우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안동현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 역시 “이스라엘이 이란에 보복할지 안 할지가 불투명한데 양국의 무력 충돌이 이어진다면 환율 상승세는 진정되기 어렵다”고 내다봤다.

이스라엘과 이란의 충돌이 5차 중동전쟁으로 확대될 경우 환율은 1400원 중반대까지 치솟을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됐다. 김정식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이스라엘이 이란에 대해 보복 공습을 단행해 중동 지역 분쟁이 확전 양상으로 흘러가면 1450원대까지 상승할 수 있다”며 “2022년 9월에도 환율이 1400원 중반대까지 상승한 적 있으니 이 정도에서 심리적 저지선이 생길 것으로 본다”고 전했다.

고환율이 이어질 경우 물가 상승 등 우리 경제에 부담이 상당할 것으로 예상된다. 김정식 교수는 “지난해 물가 상승률이 6%대에서 3%대로 낮아진 것은 유가가 떨어지고 환율이 하락한 덕분”이라며 “환율과 유가가 불안하면 물가는 다시 상승할 수밖에 없다”고 평가했다. 안 교수 역시 “고유가·고환율이 이어지면 한국의 금리 인하 시점이 더 늦춰질 수밖에 없다”며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과 한계기업 문제 해결 등을 위해 저금리로 전환해야 하는데 물가가 계속 발목을 잡는 상황이 이어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현재 2%대 초반 수준인 올해 경제성장률 목표도 꺾일 수 있을 것으로 우려된다. 석병훈 이화여대 경제학과 교수는 “환율이 급등하면 에너지 수입액이 늘어나고 무역수지가 감소하게 된다”며 “국내총생산이 줄어들게 되니 궁극적으로 경제성장률을 깎아먹게 된다”고 설명했다. 조영우 LG경영연구원 연구위원은 “중동 정세가 지속적으로 불안해지면서 국제유가가 계속 상승하고 물가가 오를 요인이 커졌다”며 “물가가 안 떨어지고 경제성장률만 하락한다면 ‘스태그플레이션’이 진행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다만 주식과 채권시장에서 급격한 자본 유출이 벌어질 가능성은 크지 않으리라고 평가했다. 석병훈 이화여대 경제학과 교수는 “우리 경제의 기초체력이 커진 데다 현재 외환보유액에 큰 문제가 없다”며 “외국인의 주식·채권시장 동반 이탈 가능성은 낮다”고 설명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올 2월 말 기준 외환보유액 규모는 4157억 달러로 세계 9위 수준이다.

외환 당국은 이날 시장에 구두 개입 등 초기 단계의 안정화 조치를 취했다. 시장 불안이 이어질 경우 한국은행이 달러 풀기 등 적극적인 개입도 할 것으로 전망된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시장 안정화 조치의 효과는 제한적으로 평가했다. 조 위원은 “소규모의 폐쇄적인 경제라면 당국의 외환시장 개입 효과가 클 수 있다”며 “하지만 한국 경제와 같이 규모가 클 경우 외환 당국의 시장 개입 효과는 일시적일 뿐 전체 흐름에 영향을 주기 어렵다”고 했다. 석 교수 역시 “환율 변동 폭을 일시적으로 줄이는 정도 외에 큰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외환시장의 불안성을 고려해 미국과 통화 스와프를 재추진해야 한다는 의견도 제기됐다. 안 교수는 “2022년 환율이 1400원을 넘었을 때 미국과 통화 스와프를 추진했어야 하는데 외환 당국이 시장에 잘못된 시그널을 줄 수 있다고 포기했었다”며 “환율 불안 시기에 정부의 대응력을 높이기 위해 방어막을 준비해놓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서울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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