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참사 10주기인 16일 오후 경기도 안산 화랑유원지에서 열린 ‘세월호 참사 10주기 기억식’에서 시민들이 합창하고 있다. 김영원 기자 [email protected]
세월호 참사 10주기를 맞은 16일 전국 각지에선 유가족·시민단체와 정부기관, 지자체 등이 마련한 추모행사가 잇따라 열렸다. 참사가 일어난 지 10년이 지났지만 가족을 떠나보낸 유족들은 여전히 그리움과 상실감에 아파했고, 참석한 시민들도 유족의 슬픔에 공감하며 ‘안전 사회’를 위한 노력에 함께할 것을 다짐했다.
경기도 안산 화랑유원지에서 오후 3시에 열린 ‘세월호 참사 10주기 기억식’에는 2천명이 넘는 시민들이 자리를 채웠다. 이 자리에서 김종기 4·16세월호참사 가족협의회 운영위원장은 “지난 10년은 우리 가족들에게 하루하루가 너무나 고통스럽고 감내하기 힘든 시간이었다”며 “윤석열 정부는 세월호 참사 지우기를 중단하고 대통령 공식 사과와 함께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는 당연한 책임을 다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날 안산에서 열린 기억식에 참석한 정부 고위급 인사는 강도형 해양수산부 장관 정도였다. 윤석열 대통령과 한덕수 국무총리, 이주호 교육부 장관은 참석하지 않았다. 강 장관은 추도사에서 세월호 참사가 ‘해상 사고’라는 점을 강조했다. 그는 “다시는 소중한 생명이 희생되어서는 안 되기에 정부는 재해와 사고로부터 자유로운 바다를 만들기 위한 노력을 다하고 있다”고 말했다. 경기도를 대표해 나온 김동연 경기지사는 “아이들이 돌아오기로 했던 금요일은 520번이나 지나갔는데 여전히 달라지지 않은 대한민국의 현실을 본다”고 말했다. 이날 행사에는 이태원 참사 유가족과 스텔라데이지호 유가족도 함께했다.
세월호가 출항했던 인천과 순직 공무원 등이 안장된 대전 현충원에서도 추모행사가 열렸다. 오전 11시 부평구 인천가족공원에서 열린 일반인 희생자 추모식에서 김광준 4·16재단 이사장은 “오늘 세월호 참사 10주기 추모식은 단순히 304명의 영혼을 기억하고 추모하는 행사가 아니라, 또 하나의 세월호 정신을 선포하고 다짐하는 여정의 출발점이 돼야 한다고 믿는다”고 말했다. 같은 시각 ‘순직교사·소방관·의사자 기억식’이 열린 대전현충원에서 2학년 3반 담임 고 김초원 교사의 아버지 김성욱씨는 “그날 죽어간 이들은 평범한 아들딸이었고, 아버지 어머니였고, 친구였고, 이웃이었고, 그저 수학여행을 가던 학생과 선생님들이었다. 그들은 바로 우리였다”며 세월호 참사로 숨진 교사들 이름을 일일이 불렀다. 대전현충원에는 세월호에서 숨진 교사들과 세월호에 남아 승객을 구조한 승무원, 현장에 투입됐다가 헬기 추락으로 숨진 소방관들이 안장돼 있다.
서울에서는 오후 4시16분 중구 서울특별시의회 앞 세월호 기억공간에서 ‘세월호 참사 10주기 시민 기억식’이 열렸다. 행사장을 찾은 시민들은 참사 희생자들을 기억하며 묵념과 헌화를 하고, 추모 발언을 이어 갔다. 충북에서는 세월호충북대책위원회 등이 저녁 6시30분 청주 성안길에서 ‘세월호 참사 10주기 충북기억문화제’를 열었다. 충북문화제는 지난해 7월 발생한 오송 참사 시민대책위원회도 함께했다. 광주와 제주 등 전국 각지에서도 시민단체 주도로 추모행사가 열렸다.
한편 한덕수 국무총리는 이날 오후 정부세종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제10회 국민안전의날 기념식에서 “정부는 국민의 안전과 생명 지키기를 국정 운영의 최우선에 두고 ‘안전한 대한민국'을 만드는 데 최선을 다해왔다”고 자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