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노동연구원 ‘통근시간의 변화와 노동시장 영향’ 보고서
연합뉴스

서울 노원구에 사는 한부모 워킹맘 김아무개(45)씨는 지난해 10월 집에서 걸어서 20분 걸리는 콜센터로 직장을 옮겼다. 원래 하루 8시간 일하는 사무직이었지만, 이직한 콜센터는 오전 10시부터 오후 4시까지만 일한다. 초등 2학년인 아들의 육아 때문이었다. 김씨는 “전 직장은 출근에만 1시간20분씩 걸려 아이와 함께할 수 있는 시간이 적었다”며 “이직하면서 소득은 줄었지만 육아를 생각하면 어쩔 수 없었다”고 전했다.

김씨처럼 가사·육아 부담 비율이 높은 여성이 남성보다 통근시간이 짧은 것으로 나타났다. 가사·육아 부담 탓에 통근시간이 긴 일자리를 선택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이러한 통근시간의 차이는 성별 임금 격차에도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16일 한국노동연구원의 ‘통근시간의 변화와 노동시장 영향’ 보고서(연구책임자 손연정 연구위원)를 보면, 통계청의 생활시간조사 원자료와 한국노동패널조사 등을 분석한 결과 결혼 여부는 여성의 통근시간에만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2019년 기준 미혼 여성의 출퇴근시간은 78.9분으로 남성(77.7분)보다 1.2분 길었는데, 기혼 여성의 통근시간은 63.3분으로, 남성(75.6분)보다 오히려 12.3분 짧았다. 보고서는 “기혼 여성의 가정 내 시간 배분과 밀접한 관련이 있을 것으로 추측된다”며 “일반적으로 여성에게 가정의 가사 부담이 가중되기 때문에 기혼 여성은 상대적으로 출퇴근시간이 짧은 일자리를 선호하게 되기 때문”이라고 해석했다.

10살 이하 자녀가 있는 경우 통근시간 성별 차이는 더 두드러진다. 10살 이하 자녀가 없는 여성의 통근시간은 68.8분이었는데, 자녀가 1명일 경우 61.5분, 자녀가 2명일 때 59.1분으로 자녀가 많을수록 줄었다. 그러나 남성의 통근시간(0명 74.4분, 1명 81.4분, 2명 76.4분)은 자녀 수에 영향받지 않는 양상이다.

성별 통근시간 차이는 임금 격차와도 상관관계가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보고서는 “임금격차 요인 중 통근시간, 직종, 산업 등이 유의미한 영향을 미쳤는데, 8%는 출퇴근시간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통근시간이 임금에 미치는 영향은 여성에게만 통계적으로 유의미했다”며 “여성은 통근시간이 30분 길면 시간당 임금은 2.7%가량 높았다”고 밝혔다. 여성이 임금이 높은 통근시간이 긴 일자리를 가사·육아 부담 때문에 포기할 수도 있다는 뜻이다.

보고서는 노동시장 내 성별 격차를 줄이기 위해선 통근시간과 가사·돌봄 부담을 줄일 수 있는 환경 조성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손연정 한국노동연구원 연구위원은 “통근시간이 성별 임금 격차의 유의미한 요인 가운데 하나라는 사실을 입증한 연구”라며 “성별 격차를 줄이기 위해선 재택 원격근무제, 시차출근제 같은 유연근무제 확산 등 적극적인 정부 정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겨레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14905 한양대에 수백억 안겨줬다…한놈만 팬 '배터리 교수' 비결 랭크뉴스 2024.04.18
14904 20년 앓은 희귀병 원망 않고, 떠날 때도 5명 살린 의연한 삶 랭크뉴스 2024.04.18
14903 특검을 반대하는 자가 범인이다 [세상읽기] 랭크뉴스 2024.04.18
14902 "아이 아파도 가게 문 열어요"‥육아대책 소외된 소상공인들 랭크뉴스 2024.04.18
14901 [단독]배우자 명의로 투자… 증권사 PF 이사 모럴해저드 적발 랭크뉴스 2024.04.18
14900 ‘채상병 사건’ ‘대통령 장모 가석방’도?···선방위, MBC 무더기 ‘법정제재’ 랭크뉴스 2024.04.18
14899 정부 눈치보기 끝났나…총선 끝나자 식품·생필품 ‘도미노 인상’ 랭크뉴스 2024.04.18
14898 하~ 서울살이 넘 힘드네… 70만원대 굳힌 원룸 월세 랭크뉴스 2024.04.18
14897 尹대통령-홍준표 만찬…洪 '김한길 총리·장제원 실장' 추천(종합2보) 랭크뉴스 2024.04.18
14896 고물가, 변수에서 상수로…정부 ‘3월 정점’ 전망 무색 랭크뉴스 2024.04.18
14895 박지원 "국무총리, 나한테 추천하라면 박영선 아닌 '이 분'" 랭크뉴스 2024.04.18
14894 '한동훈 공격' 홍준표 만난 尹… 소문만 무성해지는 총리 하마평 랭크뉴스 2024.04.18
14893 낮 기온 25도 ‘초여름’…황사 차츰 해소 랭크뉴스 2024.04.18
14892 여야, 박종철 열사 어머니 정차순 여사 조문···민주주의 의미 되새겨 랭크뉴스 2024.04.18
14891 ‘여배우 남동생=스토커’ 폭로에 공분…“오죽했으면” 랭크뉴스 2024.04.18
14890 이미주, 축구선수 송범근과 열애…대놓고 티 낸 '럽스타그램' 눈길 랭크뉴스 2024.04.18
14889 손자 목숨 앗은 급발진 의심 사고…국내 최초 '재연시험' 한다 랭크뉴스 2024.04.18
14888 의대증원 '돌파구' 마련하나…국립대들 "정원 50% 모집도 허용해달라" 랭크뉴스 2024.04.18
14887 흑백논리 지배하던 한국 사회에 ‘관용’을 일깨우다 랭크뉴스 2024.04.18
14886 한미일 "원·엔화 약세 우려" 한은, '시장 개입' 시사 랭크뉴스 2024.04.18